고린도전서의 배경과 교회의 문제들
고린도전서의 배경과 교회의 문제들
1. 고린도전서가 쓰이게 된 배경
사도 바울의 고린도 교회 개척
사도 바울은 제2차 전도여행 중(AD 49~52년) 아테네를 떠나 고린도에 도착하여 복음을 전했습니다(행 18:1). 고린도는 로마 제국의 상업 중심지로, 무역과 문화가 활발했지만 동시에 도덕적으로 매우 타락한 도시였습니다. 그곳에서 바울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를 만나 함께 천막을 만들며 생계를 유지했고, 회당에서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고린도에서 1년 6개월 동안 머물며(행 18:11) 유대인과 헬라인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며 교회를 세웠습니다.
바울이 고린도를 떠난 후, 그는 예루살렘과 시리아 안디옥을 거쳐 제3차 전도여행(AD 53~57년)을 시작했고, 에베소에 장기간 머물며 사역하였습니다(행 19:1). 그 사이 고린도 교회는 급속히 성장하였지만, 동시에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통해 교회 안에 심각한 윤리적, 신학적, 공동체적 혼란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린도 교회의 문제 보고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상황을 두 가지 경로로 파악했습니다. 첫째, 글로에의 집 사람들이 바울에게 고린도 교회의 분열 문제에 대해 알려왔습니다(고전 1:11). 둘째, 고린도 교회로부터 직접 편지를 받아 여러 실천적이고 신학적인 질문들을 전달받았습니다(고전 7:1 “너희가 쓴 문제에 대하여는…”).
바울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에베소에 머무는 동안 AD 55년경 고린도전서를 기록하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성경적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서신은 단순한 도덕적 권면을 넘어서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기반으로 교회의 정체성과 윤리, 예배와 공동체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2.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교회의 문제들
고린도전서는 고린도 교회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진단하고 이에 대해 성경적 지침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사도적 권면의 서신입니다. 본서는 크게 교회 내의 분열과 도덕적 문제, 그리고 교회의 질문에 대한 신학적·윤리적 답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교회의 분열과 리더십 숭배 (1~4장)
고린도 교회는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하였다고 말하며 파벌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고전 1:12). 이는 고대 헬라 철학자들의 추종자 문화를 닮은 것으로, 복음의 본질을 잊고 인간 지도자 중심의 사고로 변질된 것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고전 1:13)고 반문하며, 복음은 오직 십자가의 도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복음을 철학적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능력”(고전 1:18)으로 규정하고, 사도와 교역자는 주의 일꾼일 뿐이라는 점을 밝힙니다(고전 4:1). 이는 교회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를 경계하는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2. 도덕적 타락과 윤리 문제 (5~6장)
고린도 교회 안에는 근친상간의 사건(고전 5:1), 송사 문제(고전 6:1
11), 성적 부도덕(고전 6:12
20) 등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5장에서는 아버지의 아내를 취한 자를 책망하면서,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를 부풀게 한다”(고전 5:6)고 말하며 죄를 방치하는 교회의 책임을 경고합니다. 6장에서는 성도들 간의 법정 소송을 문제 삼으며, 교회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복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로 지적합니다.
또한 성도들의 몸이 성령의 전이라는 점(고전 6:19)을 강조하며, 신체에 대한 경건한 태도와 성결한 삶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3. 결혼과 독신에 관한 문제 (7장)
고린도 교회는 결혼, 독신, 이혼, 재혼에 대해 여러 실천적 질문을 바울에게 보냈습니다. 바울은 “각 사람은 하나님께서 주신 대로,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행하라”(고전 7:17)며, 각자의 처지에 따른 신앙적 결단을 존중합니다.
혼인을 권장하면서도 독신의 유익을 말하며, 재혼의 경우에는 신중을 기할 것을 권면합니다. 특히 믿지 않는 배우자와의 동거 문제에 대해서는 화목을 우선하되, 믿음으로 인한 분리는 용납함으로써 현실적이고 융통성 있는 신앙 지침을 제시합니다.
4. 우상제물과 자유의 절제 (8~10장)
고린도 성도들은 우상에게 바쳐졌던 제물을 먹는 문제를 두고 논쟁 중이었습니다. 바울은 “우리에겐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고전 10:23)라고 하며, 기독인의 자유에는 책임이 수반됨을 강조합니다.
우상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약한 양심을 가진 형제를 실족시키는 자유는 잘못된 것이라고 경고합니다(고전 8:9~13). 바울은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는 삶(고전 9장)을 모범으로 제시하며,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추구하는 자유의 절제를 요청합니다.
5. 예배와 질서 문제 (11~14장)
예배 중 여성의 복장 문제(두건 착용), 성만찬의 무질서, 은사의 혼란이 교회의 질서를 해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바울은 질서와 경건의 예배 회복을 요청합니다.
성만찬에 있어서는 부유한 자가 먼저 와서 자기 식사를 하고, 가난한 자는 굶주리는 불공평함을 지적합니다(고전 11:21). 그는 “주께서 받으신 바” 성만찬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시키며, 합당치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엄히 경고합니다(고전 11:27).
12~14장에서는 성령의 은사에 대한 혼란을 바로잡습니다. 은사의 다양성 속에서 몸의 하나됨을 강조하고, 방언과 예언의 사용은 질서 있게, 공동체를 세우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함을 지침으로 줍니다. 특히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고전 13:1)는 13장은 은사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6. 부활에 대한 신학적 혼란 (15장)
고린도 교회 안에는 죽은 자의 부활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은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믿음도 헛것”이라고 하며(고전 15:14), 부활은 그리스도인의 신앙 핵심임을 선언합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역사적 증인들을 통해 증명하고, 부활체의 영광과 최종적인 승리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죽음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전 15:55)라는 외침은 부활의 승리를 확신하는 성도의 찬가입니다.
7. 연보와 사역자 문제 (16장)
바울은 예루살렘의 가난한 교회를 위한 연보를 고린도 교회에 권면합니다. 그는 "각 사람이 마음에 정한 대로, 인색함이나 억지로 하지 말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라"고 말하며 헌금의 원리를 제시합니다(참조: 고후 8~9장).
또한 바울의 방문 계획과 동역자 소개, 그리고 교회 일꾼에 대한 격려가 이어지며, 신실한 사역자들과 교회를 향한 바울의 깊은 애정이 드러납니다.
결론
고린도전서는 단순한 고대 교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문서가 아니라,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직면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영적 진리와 삶의 원칙을 제시하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교회가 인간적 지혜가 아닌 십자가의 도 위에 굳건히 서서, 사랑과 질서, 자유와 책임, 그리고 부활의 소망 안에서 하나님의 공동체로 세워지길 원했습니다.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것인 너희 몸과 너희 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 6:19~20)는 말씀은 고린도전서의 중심 메시지를 요약하는 핵심 선언입니다.
고린도 전서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