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서신서

고린도전서 12장 묵상 강해설교

샤마임 2025. 5.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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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다양성과 하나 됨

고린도전서 12장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성령의 은사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다양하게 작용하며, 또 전체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매우 중요한 본문입니다. 이 장은 고린도교회 내의 영적 은사에 대한 혼란과 비교, 자만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쓰여졌으며, 성령께서 모든 성도에게 각기 다른 은사를 주시되, 그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공동체를 살리는 데 있음을 강조합니다. 고린도교회 성도들은 눈에 띄는 은사, 예컨대 방언이나 예언 같은 능력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서로를 평가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공동체 내부의 분열을 야기했습니다. 바울은 이런 상황 속에서 성령의 은사가 다양하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의 성령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는 통일성을 강조하며, 각각의 은사가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성령께서 각 사람에게 주시는 독특한 은사의 가치를 바르게 이해하고, 공동체 안에서 겸손하게 협력하며 살아가는 길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또한 은사를 통해 나타나는 하나님의 주권과 목적, 그리고 사랑 안에서의 섬김의 자세를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알기를 원하며 이 말씀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나아갑시다.

 

성령의 은사와 주권

바울은 먼저 고린도 교인들이 영적인 일에 무지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형제들아 신령한 것에 대하여는 나는 너희가 알지 못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12:1). 여기서 ‘신령한 것’은 헬라어 ‘πνευματικῶν(프뉴마티콘)’으로, ‘영적인 것들’, 특히 성령의 은사들을 뜻합니다. 고린도교회는 다양한 은사가 나타났으나, 특히 방언과 같은 보다 현란하고 눈에 띄는 은사를 가진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령의 은사는 다양하나, 그 주체는 동일한 성령이심을 강조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나 성령은 같고”(12:4). 여기서 ‘은사’는 헬라어 ‘χάρισμα(카리스마)’로, ‘은혜로 주어진 선물’을 의미합니다. 이 선물은 결코 자랑하거나 경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필요에 따라, 그의 뜻에 따라 나누어 주신 것입니다. “각 사람에게 성령을 나타내심은 유익하게 하려 하심이라”(12:7). 여기서 ‘유익’이라는 단어는 헬라어 ‘συμφέρω(숨페로)’로, ‘함께 이롭게 하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은사는 개인의 명예나 만족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바울은 이어서 지혜의 말씀, 지식의 말씀, 믿음, 병 고치는 은사, 능력 행함, 예언, 영들 분별함, 방언, 방언 통역 등 아홉 가지 대표적인 은사를 언급하며, 이것들이 모두 성령에 의해 주어진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12:8-10). 이 목록은 포괄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 교회 내에 실제로 나타났던 은사의 예시입니다. 바울은 특별히 “이 모든 일은 같은 한 성령이 행하사 그 뜻대로 각 사람에게 나눠 주시는 것이라”(12:11)고 하며, 은사의 주권이 성령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합니다.

 

초대 교부 오리겐은 이 구절에 대해 “성령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각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며, 사람의 자격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은사를 배분하신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는 현대 교회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우리는 성령께서 누구에게 어떤 은사를 주셨는지를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그 은사를 어떻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용하느냐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세는 감사와 겸손이어야 하며, 성령께서 나에게 주신 사역의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 충성하는 것이 복음적 삶의 방식입니다.

 

한 몸과 많은 지체

바울은 성령의 은사의 다양성을 설명한 뒤, 그것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하나됨을 이룰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몸’의 비유를 사용합니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에 지체가 많으나 한 몸인 것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12:12). 교회는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두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의 몸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비유는 공동체 안에서의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바른 인식을 형성하게 도와줍니다. 공동체의 건강성은 다양성을 통해 드러나며, 각기 다른 은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감당하게 됩니다.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12:13). 여기서 ‘세례’는 헬라어 ‘βαπτίζω(밥티조)’로, ‘잠그다, 몰입시키다’라는 뜻이 있으며,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린도 교회처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인간적 노력으로 불가능하지만, 성령의 역사로 인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 말씀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민족, 계층, 사회적 조건을 초월한 하나됨을 강조하는 복음의 능력을 잘 보여줍니다.

 

바울은 몸의 다양한 지체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 맡는 곳은 어디냐”(12:17). 이 비유는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낮추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교회 안에서 어떤 사역이 더 크고 어떤 것은 작다는 구분은 사람의 관점이지, 하나님의 관점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지체가 더 귀하다는 것입니다.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12:22-23). 복음은 사회의 질서와 위계를 뒤집는 역설의 논리로, 연약한 자와 무시당하는 자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특히 보이지 않는 수고를 귀히 여겨야 합니다.

 

서로 돌보며 하나를 이루는 공동체

바울은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귀중함을 더하셨다”(12:24)고 말하면서, 교회 공동체의 본질이 차별이나 경쟁이 아니라 상호 돌봄과 연합에 있음을 가르칩니다.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셨느니라”(12:25). 이 구절은 교회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각 지체가 사랑으로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신학자 존 스토트는 이 말씀에 대해 “참된 교회는 상호의존의 원리에 기초한 유기적 공동체이며, 각자가 전체를 위한 존재로 자기를 부인할 때 진정한 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12:26)는 말씀은 공동체의 연대감과 상호 책임성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동정이나 감정적 공감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나누고 짐을 나누는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 교제)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현대 교회는 조직과 프로그램 중심으로 흐르기 쉽지만, 진정한 교회는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공동체이며, 서로의 삶에 깊이 참여하는 ‘몸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바울은 마지막으로 하나님이 교회 안에 세우신 직분과 은사를 다시 언급하며, 사도, 선지자, 교사, 능력 행함, 병 고침, 도움, 다스림, 방언 등 다양한 사역이 존재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절대적이지 않음을 강조합니다(12:28). 그는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말하며, 다음 장에서 사랑의 은사가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이어서 설명합니다. 이는 모든 은사가 사랑을 떠나면 무의미하며, 진정한 성령의 역사 또한 사랑을 통해 드러남을 보여주기 위한 연결 고리입니다. 성령의 은사는 성장을 위한 도구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모든 은사는 교회를 세우는 사랑의 통로가 되어야 하며, 그 목적을 잃는 순간 오히려 교회를 해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우리는 깊이 유념해야 합니다.

 

결론

고린도전서 12장은 성령께서 각 사람에게 주신 은사의 다양성과 그것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고 유익하게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은사를 가졌지만, 모두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지체이며, 하나님께서 각 사람을 그의 뜻대로 두셨음을 믿어야 합니다. 은사는 자랑의 도구가 아니라, 섬김의 도구이며, 공동체를 살리고 세우는 데 쓰여야 합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성령의 은사를 사모하되, 그것을 사랑 안에서 사용하며 하나님의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가는 지체가 되기를 결단해야 합니다. 성령의 다양성과 조화 속에서 우리의 자리와 사역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성숙한 믿음의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고린도전서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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