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서신서

고린도전서 4장 묵상 강해설교

샤마임 2025. 5. 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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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태도

고린도전서 4장은 교회 지도자와 성도 모두에게 중요한 사역의 자세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말씀입니다. 앞선 1~3장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 안의 분열과 시기, 미성숙한 신앙의 문제를 지적했고, 이제 4장에서는 사도라는 직분의 본질과 공동체 안에서의 올바른 태도를 강조합니다. 인간적인 판단과 세상적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평가 앞에서 신실하게 살아가야 함을 이 장은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역은 결코 자랑이나 지위를 위한 도구가 아니며, 오직 섬김과 충성의 자리입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교회 안에서 어떤 마음으로 섬겨야 하며, 하나님의 종으로 어떻게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의 눈은 사람의 인정이 아닌 하나님의 기쁨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알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일꾼과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

바울은 이 장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4:1). 여기서 ‘일꾼’은 헬라어 ‘ὑπηρέτης(휘페레테스)’로, 원래는 ‘노 젓는 자’, 즉 배 밑바닥에서 노를 젓는 하층 선원을 의미합니다. 이는 사도가 단지 권위를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겸손히 섬기는 자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사도의 권위는 결코 사람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아래에서 주님의 뜻을 전달하고 순종하는 자리에서 세워지는 것입니다.

 

또한 바울은 자신을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라고 소개합니다. ‘맡은 자’는 헬라어 ‘οἰκονόμος(오이코노모스)’로, 주인의 집을 관리하는 청지기를 뜻합니다. 즉 사도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보물을 위임받은 자이며, 이를 충실히 관리하고 전달하는 책임을 지닌 자입니다. 이는 단순한 설교나 가르침을 넘어, 하나님의 계시와 진리를 시대와 상황에 맞게 성실히 풀어내는 사명을 포함합니다. 바울은 여기서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4:2). 청지기의 조건은 능력이나 인기, 영향력이 아니라 ‘충성(πίστις, 피스티스)’입니다. 이는 변함없는 신실함, 맡겨진 일을 끝까지 감당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것들이 있습니다. 교회, 가정, 직장, 이웃에게 복음을 증거할 기회,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삶 등 모든 것이 하나님의 위탁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역을 했느냐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진실하고 충실하게 그 자리를 지켰는가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대목을 해석하며, “하나님은 열매보다 뿌리를 보신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보시며 판단하십니다. 우리의 충성이 눈에 드러나지 않아도 하나님께는 명확히 기록됩니다.

 

인간의 판단이 아닌 하나님의 평가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성도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아니하노니”(4:3). 여기서 ‘판단받다’는 ‘ἀνακρίνω(아나크리노)’라는 동사로, 재판정에서 피고를 심문하듯 판단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바울은 자신이 인간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도 스스로를 온전히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나를 심판하실 이는 주시니라”(4:4). 궁극적인 심판은 하나님께 있다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하지 말라”(4:5). 이는 종말론적 관점에서 모든 평가가 하나님 앞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하며, ‘때가 이르기 전’이라는 구절은 하나님의 정하신 시간, 즉 심판의 날을 가리킵니다.

 

이때 주님은 “어두움에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라고 하십니다. 외적인 행위보다 동기를 보시는 하나님의 심판은 완전하고 공의롭습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무엇을 했는가를 보시는 분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가,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를 판단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4:5). 이 칭찬은 사람의 인정이나 박수가 아니라, 주께서 주시는 진정한 보상입니다. 오리게네스는 이 말씀을 인용하며, “사람의 판단은 불완전하지만 하나님의 판단은 진리와 은혜로 충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님만이 우리의 중심을 아시며, 그분 앞에서만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대 속에 갇혀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주의 심판대 앞에서 모든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조용한 영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만을 경계하고 고난을 감당하는 종의 삶

6절부터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이 사람을 자랑하고 교만해지는 문제를 다룹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위하여 이 일에 나와 아볼로를 들어서 본을 보였으니 이는 너희로 하여금 기록된 말씀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4:6). 여기서 ‘기록된 말씀’은 구약 성경을 포함한 하나님의 계시 전체를 의미하며, 신앙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본질을 말합니다.

 

“기록된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명령은 ‘ὑπὲρ ἃ γέγραπται(휘페르 하 게그랍타이)’로, 말씀의 경계를 넘어 인간적 해석이나 우상화된 지도자 추종으로 빠지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교회 내 분열은 본질에서 벗어난 가치 판단에서 비롯됩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바울은 “누가 너를 남달리 구별하였느냐?”라고 묻습니다(4:7). 이는 모든 은혜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기에 자랑할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영적 복도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감격할 내용입니다.

 

8절부터 13절까지는 바울이 고린도 교회의 교만한 태도와 사도의 고난을 대조하며 풍자적으로 표현합니다. “너희가 이미 배부르며 이미 부요하며 우리 없이도 왕이 되었도다”는 말은 고린도인들이 자신들의 영적 상태를 과대평가하고 있었음을 비판하는 말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충분히 신령하고 성숙하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사도의 고난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어서 자신을 포함한 사도들이 당하는 고난과 멸시, 핍박을 상세히 기술합니다.

 

“우리가 이 시각까지 줄이고 목마르며 헐벗고 매 맞으며 정처가 없고”(4:11). 이는 사도들이 복음을 위해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천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세계 곧 천사와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노라”(4:9). 여기서 ‘구경거리’는 헬라어 ‘θέατρον(데아트론)’으로, 극장이나 공개적 조롱의 무대를 의미합니다. 사도들은 조롱과 멸시를 당하지만, 이는 오히려 복음의 진실성을 드러내는 장입니다. 고통과 치욕 속에서도 사도들은 오히려 복음을 향한 신실함으로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주를 받으면 축복하고, 박해를 받으면 참고, 비방을 받으면 권면합니다(4:12-13). 이것이 바로 복음으로 사는 자의 태도입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자는 세상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이는 약함이 아니라, 십자가를 따르는 자의 강함입니다. 바울은 이 고난의 삶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으로 여기며, 오히려 고린도 교인들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한 도전이 됩니다. 우리는 세상의 박수보다 주의 십자가를 따르며 고난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영적 아비로서의 권면과 사도의 권위

14절 이하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내가 너희를 부끄럽게 하려고 이것을 쓰는 것이 아니요 오직 너희를 내 사랑하는 자녀같이 권하려 하는 것이라”(4:14). 바울은 그들을 정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교훈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내가 복음으로써 너희를 낳았음이라”(4:15). 바울은 자신을 영적 아비로 소개합니다. 이는 단순한 전도의 행위를 넘어, 지속적인 돌봄과 양육의 책임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이어서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4:16)고 말합니다. 이는 자만이 아닌, 복음에 헌신된 삶을 따르라는 권면입니다. 이어 바울은 디모데를 보낸다고 말하며(4:17), 그가 바울의 가르침을 충실히 전달할 자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바울은 일부 교인들이 바울이 직접 오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교만해진 것을 지적하며,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4:20)고 선언합니다. 복음의 능력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며, 말이 아니라 삶으로 나타납니다.

 

복음의 진리는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삶과 능력으로 드러납니다. 바울은 엄중한 어조로 마지막을 마무리합니다. “내가 매를 가지고 너희에게 나아가리요 사랑과 온유한 마음으로 하리요?”(4:21). 이는 공동체의 영적 질서를 세우기 위한 바울의 권위 있는 물음입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교회를 세우기 위한 사랑의 언어이며, 참된 권위는 온유함과 진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론

고린도전서 4장은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삶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사람에게 평가받기보다 하나님의 기준에 따라 충실해야 하며, 외적 성공보다 내면의 충성과 진실함이 중요합니다. 교회의 지도자는 섬김의 자세를 갖고, 성도는 말씀 밖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주께서 주시는 평가만을 바라봐야 합니다. 참된 복음의 길은 고난과 자기부인의 길이며, 하나님 앞에서 충성된 종으로 살아가는 것이 복된 삶입니다. 바울의 사역과 고백을 본받아 오늘도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하나님께 충성하며, 그분의 칭찬을 소망하는 삶이 우리의 영적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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