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서신서

고린도전서 6장 묵상 강해설교

샤마임 2025. 5.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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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몸, 거룩한 공동체

고린도전서 6장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성도들 간의 송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인 순결에 관한 교훈입니다. 이 두 문제는 언뜻 서로 다른 주제로 보일 수 있지만, 바울은 이 둘을 통해 ‘성도의 정체성’과 ‘몸의 거룩성’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일관되게 강조합니다. 고린도 교회는 세속적 가치관이 교회 안에 깊이 스며들어 분열과 부도덕함을 허용했고, 이에 대한 바울의 반응은 단호하고도 목회적입니다. 바울은 교회가 단지 믿음의 공동체일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거룩함과 질서를 나타내는 실제적인 공동체임을 강조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본문을 묵상하며, 우리의 공동체와 삶이 어떻게 복음에 합당한 질서와 거룩함을 지켜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바울의 외침은 고대 고린도에서 멈추지 않고, 오늘날 교회를 향해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교회는 단지 모이는 곳이 아니라, 성령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전으로서 복음의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기준과 가치가 교회 안에 들어올 때, 복음은 그 본래의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을 통해 복음에 합당한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우며,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알고 순종하는 삶을 살기 위해 본문을 차분히 되새겨 봅시다.

 

형제를 고소하는 것과 복음의 질서

바울은 1절에서 “너희 중에 누가 다른 이와 더불어 다툼이 있는데 구태여 불의한 자들 앞에서 고발하고 성도 앞에서 하지 아니하느냐”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고발하다’는 헬라어 ‘κρίνω(크리노)’는 단순히 법정에 서는 행위를 넘어서 ‘판단하다, 심판하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이 형제 간의 문제를 교회 안에서 해결하지 않고, 세상 법정에 가져가는 일을 심각하게 바라봅니다.

고린도는 로마 제국 안에서도 소송이 빈번했던 도시였습니다. 법정은 단순한 정의의 실현 장소가 아니라, 계층 간 권력 싸움의 무대였고, 말 잘하는 자가 이기는 곳이었습니다. 바울은 이런 세속적 판단 구조 안에 교회가 문제 해결을 위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합니다. “성도가 세상을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6:2)라는 말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위엄과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선언입니다.

 

바울은 심지어 “천사들도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하물며 세상 일일까 보냐”(6:3)라며, 성도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조차 교회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는 ‘가장 천한 자’(헬라어 ‘ἐξουθενημένος’)라도 교회 안에서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있음을 말하며, 소송 자체가 성도들에게 수치임을 선언합니다. 교회 안에서 세상 법정까지 가야만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공동체의 성숙도와 영적 질서를 시험하는 일입니다. “너희가 피차 고소함으로 너희 가운데 이미 뚜렷한 허물이 있나니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하냐?”(6:7) 이 구절은 단지 분쟁을 피하라는 윤리적 권면을 넘어서, 십자가 복음에 합당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드러냅니다.

 

성도는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억울한 죽음을 감수하신 것처럼, 성도는 때로 억울함 속에서도 사랑과 용서를 택하는 삶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됨을 드러내야 합니다. 바울은 자신이 고린도 교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손해와 희생을 감수했는지를 다른 서신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합니다(고후 11:23 이하). 그리스도의 제자됨은 세상적 승리가 아니라, 희생과 자기부인을 통해 드러납니다. 교회는 세상과 다른 판단 기준, 곧 복음의 질서를 따라 움직여야 하며, 이는 송사 문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불의한 자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함

9절부터 바울은 문맥을 확장하여, 단지 송사 문제만이 아니라, 성도의 삶 전체가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지를 강조합니다. “불의한 자는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여기서 ‘불의한 자’는 단순히 법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자가 아니라, 의로움(디카이오쉬네, δικαιοσύνη) 곧 하나님의 기준을 저버린 자를 말합니다.

 

바울은 다음과 같은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음행하는 자, 우상 숭배자, 간음하는 자, 탐색하는 자, 남색하는 자, 도적, 탐욕하는 자, 술 취하는 자, 모욕하는 자, 속여 빼앗는 자(6:9-10). 이 목록은 단지 행위의 나열이 아니라, 당시 고린도 사회에서 일반화된 생활 양식이었습니다. 바울은 교회가 이와는 전혀 다른 기준 위에 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거룩함과 의로움의 실천을 통해 그 백성의 삶 속에서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바울은 그들을 정죄로만 끝내지 않습니다. “너희 중에 이와 같은 자들이 있더니”라고 말하며, 그들도 과거에는 그런 삶을 살았으나 이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고 선언합니다(6:11). 여기서 ‘씻음’(ἀπελούσασθε)은 죄 씻음을 의미하고, ‘거룩함’(ἡγιάσθητε)은 성도로서 구별됨을, ‘의롭다 하심’(ἐδικαιώθητε)은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칭의를 뜻합니다.

 

이 세 단어는 복음의 삼중 축이며, 성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용어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용서받은 죄인이 아니라, 거룩하게 구별된 자이며, 의롭다 하심을 얻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과거의 죄된 습관에서 분리되어야 하며, 공동체는 그 거룩함을 서로 격려하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복음은 죄인을 부르지만, 그 죄인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으며, 그 능력 안에서 우리는 새 사람이 됩니다. 이 말씀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롭게 된 정체성을 따라 사는 것이야말로 복음의 열매임을 강조합니다.

 

몸은 주의 것, 음행을 멀리하라

12절부터 바울은 고린도 교회 안에서 논쟁이 되었던 몸의 자유와 관련한 문제를 다룹니다. 당시 고린도는 철학적 이원론과 헬라적 쾌락주의가 혼재한 도시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육체는 구원과 무관하며, 영혼만이 중요하다고 여겼고, 그로 인해 성적인 부도덕이 정당화되곤 했습니다. 바울은 이러한 생각을 단호히 반박합니다.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요”(6:12). 여기서 ‘가하다’는 헬라어 ‘ἔξεστιν(엑세스틴)’은 허용되다, 자유롭게 하다의 의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진정한 자유는 자기 중심의 방종이 아니라, 복음의 유익과 공동체의 거룩함을 위한 절제임을 강조합니다. “나는 무엇에든지 얽매이지 아니하리라”는 선언은 절제가 곧 자유임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음행을 피하라”(6:18)는 바울의 명령은 단순한 윤리적 권면이 아니라, 신학적 선언입니다. 그는 몸이 단지 육체의 껍데기가 아니라, 주께 속한 것이며, 그리스도와 연합된 성령의 전(6:19)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전’은 헬라어 ‘ναός(나오스)’로, 성전 안에서도 지성소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즉 성도의 몸은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시는 거룩한 장소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6:20)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값으로 샀다’는 표현은 헬라어 ‘ἠγοράσθητε(에고라스테테)’로, 고대 노예 시장에서 값을 주고 산 개념입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값을 치르고 구속받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더 이상 우리 뜻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단지 성적인 절제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존재론적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몸은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할 것이며, 성령께서 거하시는 장소이기에, 성도의 삶은 거룩함을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성의 자유, 몸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지만, 성경은 몸의 정체성과 목적에 대해 전혀 다른 메시지를 줍니다. 몸은 영혼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께 드려져야 할 예배의 수단이며, 복음의 영광을 드러내는 통로입니다.

 

결론

고린도전서 6장은 송사와 성적인 부도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통해, 성도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거룩함을 강조합니다. 성도는 세상과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고, 공동체 안에서 사랑과 절제, 거룩함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주의 피로 산 자이며, 몸은 성령이 거하시는 전이기에 음행을 피하고, 삶 전체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된 자로서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라고 권면합니다. 오늘 우리도 이 말씀 앞에서, 내 몸과 공동체를 주께 드리는 결단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복음은 우리의 신앙뿐 아니라, 몸과 삶 전체를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임을 기억하며, 이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자 되기를 소망합니다.

고린도전서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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