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서신서

고린도전서 7장 묵상 강해설교

샤마임 2025. 5. 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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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 속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

고린도전서 7장은 결혼, 독신, 이혼, 재혼 등 삶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사도 바울의 영적 지침이 담긴 말씀입니다. 고린도 교회는 당시 다양한 질문과 갈등을 안고 있었으며, 특히 결혼과 관련한 혼란은 교회 내 신자들에게 큰 고민이었습니다. 바울은 단지 윤리적 해답이나 실용적 지침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복음 안에서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강조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신실하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모든 상황 속에서 우리를 부르셨고, 그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이 말씀을 통해 삶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도 하나님께 순종하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결혼 상태, 사회적 지위, 관계의 현실을 초월하여, 각 상황 안에서 거룩과 화평을 이루기를 바라십니다.

 

결혼과 독신에 대한 영적 분별

바울은 1절에서 고린도 교회가 보낸 질문에 답하며 이렇게 시작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으나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자기 남편을 두라”(7:1-2). 여기서 ‘가까이 하다’는 표현은 헬라어 ‘ἅπτεσθαι(합테스타이)’로, 성적인 관계를 뜻합니다. 바울은 독신을 이상적인 상태로 여기지만, 성적인 유혹과 음행의 위험을 고려해 결혼을 권합니다. 이는 금욕주의나 쾌락주의 양극단 모두를 경계하는 바울의 신학적 균형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어서 그는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7:3)고 말하며, 결혼 생활이 상호적 책임과 헌신 위에 세워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의무’라는 단어는 헬라어 ‘ὀφειλή(오페일레)’로, 빚처럼 당연히 갚아야 할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결혼 관계가 일방적 희생이 아닌 상호적 사랑과 책임임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바울은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라고 권면하며(7:4), 결혼 생활이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반영하는 장임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독신을 하나님의 은사로 설명합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기를 원하노라 그러나 각각 하나님께 받은 자기의 은사가 있으니”(7:7). 여기서 ‘은사’는 헬라어 ‘χάρισμα(카리스마)’로,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결혼이든 독신이든, 그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이며, 누구든 그 자리에서 신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바울의 중심 메시지입니다. 초대 교부 요한 크리소스톰은 이 구절을 주석하며, 결혼은 피조물의 본성에 따라 주어진 복이며, 독신은 특별한 헌신으로 주어진 은총이라 설명했습니다. 결혼을 통한 헌신과 독신을 통한 전적인 헌신 모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삶의 형태입니다.

 

바울은 결혼과 성생활, 독신과 금욕이 인간의 본성과 타락한 욕망 속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신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이것은 단순히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 규범적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것인가”라는 목적론적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부르심의 자리에서 신실하게 살아가기

10절부터 바울은 결혼한 자들에 대한 교훈을 제시합니다. “주께서 명하시기를 아내는 남편에게서 떠나지 말고”(7:10).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마 19:6)을 반영한 것으로, 결혼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맺어진 언약임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이혼을 피하되, 이미 분리된 경우에는 재결합하거나 독신으로 남으라고 권면합니다. 그 이유는 가정이 단지 인간의 제도가 아닌,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믿지 않는 배우자와의 결혼 문제에 대해서도 바울은 현실적이고도 영적인 지침을 제시합니다. “믿지 아니하는 자가 함께 살기를 좋아하거든 헤어지지 말라”(7:12-13). 바울은 가정의 평화를 강조하며, 믿지 않는 배우자도 신자의 삶을 통해 거룩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믿지 아니하는 남편이 아내로 말미암아 거룩하게 되고… 그렇지 아니하면 너희 자녀도 깨끗하지 못하리라”(7:14). 여기서 ‘거룩하게 되다’는 ‘ἡγίασται(헤기아스타이)’는 완전한 구원을 의미하기보다, 신자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영향력이 가정 안에 미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가정이 곧 복음의 현장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핵심적으로 “하나님이 화평하게 하시려고 너를 부르셨느니라”(7:15)고 말합니다. 복음의 부르심은 단지 교회 생활을 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 속에서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어가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혼의 본질은 사랑과 헌신일 뿐 아니라, 화평과 복음의 증거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삶의 모든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야 한다는 사명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말씀에서 바울은 반복하여 강조합니다. “각 사람은 주께 받은 대로, 하나님께서 부르신 그대로 행하라”(7:17).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신실함으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종이나 자유인, 할례자나 무할례자, 결혼자나 독신자 모두가 그 부르심 안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부르심을 받을 때에 종이었느냐 염려하지 말라… 주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자는 종이라도 주께 속한 자유인”(7:21-22).

 

바울의 이러한 가르침은 복음의 능력이 어떤 사회적 조건도 초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사회 구조 속에서 종은 인간적으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었지만, 복음은 그에게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존귀한 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지,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충성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신앙은 환경을 바꾸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독신과 재혼, 영적 헌신의 균형

25절부터 바울은 처녀에 대해 말합니다. “주께 받은 계명은 없으되 주의 자비하심을 받아서 충성된 자가 되어 의견을 말하노니”(7:25). 여기서 바울은 독신을 선택한 자신의 경험과 하나님께 받은 지혜로 조언을 전합니다. 그는 “임박한 환난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7:26)며, 당시 박해와 혼란 속에서 독신의 유익을 강조합니다. 환난의 시기는 믿음의 결단을 더욱 명확하게 요구하며, 불필요한 염려를 줄이는 것이 신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바울은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독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장가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로되”(7:28). 다만, 결혼에는 세상의 근심과 고난이 따르기에 신중히 선택하라고 권면합니다. 그는 시간의 짧음을 강조하며 “세상의 형적은 지나감이니라”(7:31)고 말합니다. 여기서 ‘형적’은 헬라어 ‘σχῆμα(스케마)’로, 외적 모습이나 일시적인 상태를 뜻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제도와 구조는 결국 사라질 것이기에, 영원한 것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염려 없이 주를 섬기게 하려 함이라”(7:32)며 독신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결혼한 자는 배우자의 일을 염려하지만, 독신은 오직 주의 일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결혼이 열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바울은 자신의 개인적 판단을 제시하되, 각 사람의 은사에 따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각각 자기 뜻대로 마음에 결심하여… 억지로 하지 아니하고… 그런 자는 잘 하였도다”(7:37).

 

과부나 재혼 문제에 대해서도 바울은 균형 있게 조언합니다. “과부는 자기 뜻대로 시집갈 수 있으나… 오직 주 안에서만 할 것이니라”(7:39). 믿음 안에서의 결혼, 즉 ‘주 안에서’라는 표현은 단순히 기독교인이 기독교인과 결혼하는 것을 넘어서, 결혼이라는 삶의 결정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음을 고백하는 신앙의 행위라는 뜻입니다. 바울은 이런 관점에서 모든 결정을 이끌어가야 함을 강조합니다. 모든 관계와 선택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과 상황 안에서, 그의 뜻을 이루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울의 근본적 의도입니다.

 

결론

고린도전서 7장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모든 관계의 중심에 하나님의 부르심과 주권을 두고 있습니다. 결혼이든 독신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고난 속에 있든 평안하든, 성도는 각자의 자리에서 신실하게 살아야 하며, 하나님께 받은 부르심을 따라 행하는 것이 가장 복된 삶임을 바울은 힘주어 말합니다. 우리의 삶의 조건이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루어가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누구든지 있는 그 자리에서 충성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도 이 말씀을 따라, 현재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결단하며, 복음의 부르심 앞에 겸손하게 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고린도전서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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