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서신서

고린도후서 10장 묵상 강해설교

샤마임 2025. 5. 3.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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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권위,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싸우는 사역자의 자세

고린도후서 10장은 사도 바울이 자신에 대한 비난과 사도권을 흔드는 거짓 사도들의 공격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본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세상의 방식처럼 자신을 방어하거나 자신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리스도의 온유함과 관용으로,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서 진리를 따르는 자로서 자신을 낮추고, 복음에 합당한 영적 싸움을 이어갑니다. 이 장은 교회 안팎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도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싸우고, 그리스도의 권위 안에서 자신을 세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영적 교훈입니다.

그리스도의 온유함으로 권면하는 사도

바울은 이 장의 시작에서 매우 인상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너희를 대면하면 유순하고 떠나 있으면 너희에 대하여 담대한 나 바울은 이제 그리스도의 온유와 관용으로 친히 너희를 권하고”(10:1)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는 자리가 아닌, 여전히 ‘권면’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권위의 자리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온유함과 겸손함으로 부드럽게 접근합니다.

고린도 교회 안에는 바울이 직접 있을 때는 약하고 편지로만 강하다고 비판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이 세상의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비롯된 것임을 꿰뚫어 봅니다. 그는 복음의 권위가 인간의 강함이나 외적 모습에서 나오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께 순복하는 삶에서 나타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이어서 말합니다.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나 육체대로 싸우지 아니하노니”(10:3). 여기서 ‘육체’(사르크스)는 단순히 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죄로 물든 인간 본성과 세속적 방식의 삶 전체를 지칭합니다. 바울은 복음 사역이 결코 인간적인 논리나 감정, 권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사역은 철저히 영적 싸움이며, 그 도구 역시 세상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무기입니다.

“우리의 싸우는 무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것이라”(10:4). 여기서 ‘견고한 진’(옥후로마타)은 원어로 요새나 성벽을 의미하지만, 바울은 그것을 교만하고 거짓된 사상, 하나님의 지식에 대항하는 모든 이론과 판단으로 해석합니다. 복음은 단순히 도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이성과 자아가 쌓아올린 교만의 성벽을 무너뜨리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이론을 무너뜨리며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니”(10:5)라고 선포합니다. 이 말씀은 복음의 목표가 단지 행동의 교정을 넘어서, 인간의 사고 전체가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순복하게 되는 것임을 말합니다. 참된 신앙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며, 그 생각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삶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외모가 아닌 실재로 평가되는 사도직

바울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외모로만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너희는 외모만 보는도다”(10:7). 사람들은 바울의 외적인 약함이나 말투, 글의 강함 등을 기준으로 그를 평가하려 했지만, 바울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권위는 그런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는 사도로서의 권위가 자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10:8).

이어 바울은 자신이 편지로만 강하다는 평가에 대해 해명하며, “그 말이 무게가 있고 힘이 있으나 몸으로 대할 때는 약하고 말도 시원하지 않다”(10:10)라는 비판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이 곧 편지에서 본 대로 실제로도 행동할 것을 알게 될 것이라 말하며, 결코 자신의 사도권을 거짓으로 행사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10:11).

그는 자신을 과장하거나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주신 분량 안에서만 사역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분수 이상 자랑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눠 주신 그 범위의 한계를 따라 하노라”(10:13). 여기서 ‘분수’(메트론)는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눠주신 은사와 사역의 경계를 뜻합니다. 바울은 사역의 성공을 남과 비교하거나 확장성으로 평가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영역 안에서 충실하게 감당하는 것을 사도의 자세로 삼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사역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원리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분량을 충실히 감당해야 합니다. 남과 비교해서 낙심하거나 자랑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 충성된 자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명자의 길입니다.

사람의 칭찬이 아닌 주의 인정을 구하는 삶

바울은 자신을 자랑하거나 자기 스스로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옳지 아니하고 오직 주께서 칭찬하시는 자가 옳다”(10:18)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복음 사역의 본질이 사람의 평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함과 충성에 있다는 선언입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의 인정을 갈망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사역의 최종 평가자는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이는 개혁주의의 중요한 교리 가운데 하나인 ‘코람 데오’(coram Deo), 즉 “하나님 앞에서” 사는 삶의 실천입니다.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은 사람 앞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판단받게 될 것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도전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사람의 시선에 민감한가? 우리의 헌신과 사역, 신앙생활은 정말 하나님을 향한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한 외식된 모습은 아닌가? 바울은 사람의 평가가 아닌 하나님의 칭찬을 기다리는 자세로 자신을 다듬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음의 사람입니다.

또한 그는 남의 수고를 가지고 자랑하지 않으며, 고린도 교회의 믿음이 자라날 때 그들과 함께 더 멀리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10:15–16). 사역의 확장은 단순히 숫자나 성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의 성숙과 함께 자라나는 결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울은 끝으로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할지니라”(10:17)고 말합니다. 이는 예레미야 9장의 인용으로, 세상의 지혜, 용기, 재물을 자랑하지 말고, 하나님을 아는 것을 자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진정한 자랑은 자신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통해 무엇을 하셨는가를 드러내는 고백입니다.

결론: 권위는 온유함으로, 사명은 겸손함으로

고린도후서 10장은 바울이 자신의 사도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해명하는 본문이지만, 동시에 사역자와 신자 모두에게 복음적 권위가 무엇이며, 복음의 싸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교훈하는 매우 중요한 장입니다. 바울은 자신을 방어하기보다, 그리스도의 온유함과 관용으로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의 권위를 따라 자신을 세워 갑니다.

오늘 우리도 세상과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평가받고, 때로는 오해와 비난 속에서 신앙을 지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삶. 그것이 복음 안에서 참된 자유요, 참된 싸움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온유함으로 싸우는 자입니다.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함과 충성됨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자입니다. 사람의 칭찬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을 기다리는 자입니다.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주의 칭찬,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음성을 듣게 될 것입니다.

아멘.

고린도후서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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