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8장 묵상 강해설교
풍성한 은혜의 연보, 그리스도의 나눔을 따라 사는 삶
신앙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서 삶의 태도와 행동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고린도후서 8장은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예루살렘 성도들을 위한 연보에 동참할 것을 권면하며, 참된 은혜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나눔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장입니다. 이 연보는 단순한 물질적 후원이 아니라, 복음으로 변화된 공동체가 서로를 향한 사랑과 연합을 삶으로 표현하는 영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바울은 마게도냐 교회의 본을 들어 고린도 교회를 격려하며, 나눔을 통해 나타나는 은혜의 능력을 풍성하게 드러냅니다.
마게도냐 교회의 나눔: 환난 속에서도 넘치는 연보
바울은 먼저 마게도냐 교회들의 사례를 들며, 연보가 단지 넉넉한 자의 선행이 아님을 설명합니다.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그들의 넘치는 기쁨과 극심한 가난이 그들의 연보를 넘치도록 하게 하였느니라”(8:2). 이 구절은 ‘기쁨’과 ‘가난’이라는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두 요소가 어떻게 연보라는 열매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들의 나눔은 여유에서가 아니라, 믿음과 사랑의 풍성함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힘대로 할 뿐 아니라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여”(8:3)라는 말은 그들의 연보가 억지나 의무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자발적인 헌신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바울은 이 모습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합니다. 곧 나눔의 본질은 인간의 도덕적 결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바울에게 간절히 청하여 성도 섬기는 일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8:4). 이는 ‘구제’나 ‘시혜’가 아니라 ‘은혜에 참여하는 일’로 보았음을 의미합니다. 성도들의 나눔은 은혜에의 동참이며, 하나님의 일에 함께 하는 영광된 부르심이라는 고백입니다.
무엇보다도 마게도냐 교회는 “먼저 자신을 주께 드리고 또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에게 주었도다”(8:5)라고 표현됩니다. 진정한 연보는 물질을 넘어서, 먼저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연보가 예배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하나님의 주권 아래 드리는 믿음의 고백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고린도 교회의 사랑: 시작한 선한 일을 완성하라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도 이미 연보를 시작한 일이 있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들은 1년 전에 이미 준비하려 했던 마음이 있었으나, 아직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바울은 디도를 보내어 이 일을 완성하게 하려는 목적을 밝히며, “이 은혜의 일”에 있어서도 다른 은사들처럼 풍성하길 원한다고 말합니다(8:6–7).
고린도 교회는 신앙, 언변, 지식, 모든 간절함과 바울을 향한 사랑에 있어서 뛰어난 교회였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연보의 은혜까지도 풍성하라고 권면합니다. 여기서 '풍성하다'(perisseuete)는 말은 단지 넘친다는 의미를 넘어서, 계속해서 흘러 넘치는 생명의 운동성을 의미합니다. 은혜는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연보를 명령으로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내가 명령으로 하는 말이 아니요 오직 다른 이들의 간절함을 가지고 너희 사랑의 진실함을 증명하고자 함이라”(8:8). 바울은 강요나 의무가 아닌, 사랑의 진실함이 자발적인 헌신으로 나타나기를 원했습니다. 연보는 외형이 아니라 동기의 문제이며, 사랑은 행동을 통해 입증됩니다.
그 근거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써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8:9). 이 구절은 복음의 본질을 요약하는 선언이며, 연보의 가장 강력한 근거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는 자기를 비우고 가난하게 된 나눔의 결정체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 은혜의 수혜자이며, 이제는 그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자원함과 균등함: 연보의 원리와 목적
바울은 연보에 있어 억지로가 아니라 자원함이 중요하다고 반복 강조합니다. “준비하여 두었다가 참 연보답고 억지가 아니도록 하라”(9:5). 그는 지금 고린도 교회의 마음이 뜨거울 때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것이 자원함에서 우러나는 참된 예배가 되기를 권면합니다.
이어 그는 연보의 목적을 ‘균등하게 함’이라 밝힙니다. “이는 너희의 유여한 것으로 저희 부족한 것을 보충함이라”(8:14). 이는 단순한 경제적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의 교제를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하나님의 섭리의 방식입니다. 마치 광야에서 만나를 각자 필요한 만큼 거두어 모자람도 남음도 없게 하신 하나님의 질서처럼(출 16:18), 연보는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평형을 이루는 은혜의 통로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일이 단지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의 마음에 간절함을 주셔서 가능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디도와 그와 함께 보낸 두 사람은 이 일에 충성되게 헌신한 자들이며, 연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파송된 사람들이었습니다(8:16–22).
이처럼 연보는 단지 금전의 전달이 아니라, 은혜의 열매이며, 공동체의 신뢰와 거룩함을 담보하는 행위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이러한 연보를 통해 자신들의 사랑과 믿음을 진실하게 증명하기를 기대하며, 그들이 이 일을 마무리함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온전히 동참하게 되기를 권면합니다.
결론: 은혜의 나눔으로 살아가는 복음의 공동체
고린도후서 8장은 단지 헌금에 대한 장이 아니라, 복음이 삶으로 표현되는 가장 실제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귀한 본문입니다. 바울은 나눔을 은혜로 부르며, 그것이 자발적이며 사랑의 열매여야 함을 강조합니다. 연보는 신자의 믿음의 성숙을 드러내는 지표이며, 그리스도의 은혜를 세상에 보여주는 복음의 행위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부요하신 중에 가난하게 되신 덕분에 영원한 부요를 얻게 된 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우리의 것을 나누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게도냐 교회처럼 가난 속에서도 넘치는 기쁨으로, 고린도 교회처럼 은혜 위에 은혜를 더하는 마음으로, 우리 또한 이 은혜의 나눔에 참여합시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나눔이 단지 필요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나타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은혜로 받은 자답게, 은혜로 흘려보내는 인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고린도후서 장별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