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말하다 임승민 / 세움북스
결혼을 말하다
임승민 / 세움북스
결혼처럼 난해한 주제가 또 있을까? 말하기는 쉬우나 살아내기를 힘든 것이 결혼생활이다. 죄성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결혼은 언제나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은 배워야 하고, 결혼생활은 훈련의 연속이다. 임승민 목사는 확실히 건설적이다. 세움북스에서 임승민 목사와 손을 잡고 ‘담장너머’ 시리즈를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첫 책은 <사랑을 말하다>로 올 7월에 출간되었다. 두 번째 책은 <연애를 말하다>로 세 번째 책인 <결혼을 말하다>와 함께 8월에 출간되었다. 네 번째 책은 <가정을 말하다>로 출간 예정에 있다. 이전 책들을 살펴보지 않은 탓에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이번 책은 확실히 좋다. 동일한 제목을 팀 켈러의 <팀켈러의 결혼을 말하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다. 순식간에 연이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충분히 고민하고, 원고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담장너머 교회를 통해 청년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근대화가 이루어지면서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가정의 파괴였다. 수공업 공동체에서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를 통한 생산체계가 발달하면서 가정은 소모품처럼 취급된다. 분업(分業)이 일상화되자 아버지와 아들은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고, 엄마와 딸은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가정이 뿔뿔이 흩어지고, 일터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다. 가장의 파괴는 건강한 가정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근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도래하고, 그 이후의 시대라 할지라도 가정은 여전히 소중하고 가꾸어야 할 마음의 고향이다. 그러니 당연히 결혼은 젊은이들의 화두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두 가지 특징이 도드라진다. 먼저는 전통 결혼관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왜 중요한가. 성경은 결혼이 합의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제도’(4쪽)임을 분명히 밝히기 때문이다. 결혼은 타협할 성질 것이 아니다. 두 번째 특징은 성경의 원리를 따라 현대적 의미에서 결혼을 재조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학구적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글은 약간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다. 잘만 소화해 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은 이런 시리즈는 내용 자체가 빈번하게 겹칠 수 있는데 이전 책들은 어떨지 약간 호기심이 발동한다.
결혼이란 도대체 뭘까? 저자는 서론에서 ‘개혁주의 신앙고백서로 본 결혼’이란 제목으로 결혼을 정의한다. 명징하게 ‘결혼은 대단히 신학적’(13쪽)이라고 규명한다. 왜냐하면 결혼은 하나님의 지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결혼의 의미를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의 정의를 빌려와 설명한다. 서론은 아쉽다. 좀더 스토리텔링하게 접근하면 좋지 않았을까? 아마도 반드시 결혼을 알아야겠다는 심산(心算)이 아니라면 서론에서 책을 접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자의 성향이기도 하겠지만 독자로서는 결혼에 대한 접근이 불필요하게 경직되어 있다. 내용은 너무 좋은데 시작이 과하게 딱딱하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결같이 본론에 해당한다. 어떤 한 장을 할애하여 자신의 주장을 정리하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 장 한 장이 모두 거의 완성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첫 장부터 셋째 장까지는 서두에 해당하며, 넷째 장부터 열셋째 장까지는 본론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 두 장은 이론보다는 적용에 가까우며, 실제적 결론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부록에서는 ‘외도’에 대해서 다루는데 유심히 읽을 필요가 있다.
결혼을 정의하면서 첫 장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게할더스 보스의 신학 이론을 빌려와 ‘종말에 일어날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을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는 창조’(39쪽) 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서 ‘종말이 구원을 앞선다’는 보스의 발언과 예수님의 사두개인들과의 부활 논쟁(마 22:29-30)을 제시한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난해하고 오해 소지가 많다. 그럼에도 성경은 결혼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며, 하나님의 구속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혼이 신학적으로 봐야 하고 또한 신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혼은 과정이다. 저자의 매력적 해석은 정의를 너머 결혼 후 살아감의 해석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결혼을 ‘서로의 거룩을 위해 마련된 하나님의 수단’(100쪽)이며, ‘성화의 과정’(102쪽)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결혼은 ‘성화의 과정’이다. 성화는 속죄를 전제하고, 용서를 실제화해야 한다. 즉 결혼은 낭만적인 관점에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실제적인 영적 전쟁터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결혼을 ‘그렇게 되어가는 여행길’(134쪽)이란 저자의 정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혼 생활은 ‘그렇게 되어가는 여행길’이며 부부는 ‘그 여행길의 동반자’입니다. 부부는 서로 손을 꼭 잡고 푯대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목표로 같은 영광을 향해 걸어가면서 쓰러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고, 곁길로 가지 않도록 다그치고, 뒤로 가지 않도록 밀어 주는 최고의 동반자입니다.”(58쪽)
탄탄한 책이다. 아쉽게도 탄탄함이 딱딱함이 되어 읽기가 힘든 부분이 몇 곳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전통적 결혼관에 전착(纏着)하고 있으며,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결혼에 대한 의미들을 현대의 언어로 잘 풀어준다. 강의를 겸한 것이기에 완성도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몇 곳 보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은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과 청년들을 지도하는 목회자들에게 추천한다. 성경적 결혼관을 이해하고 싶은 누구라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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