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실 1. 설교집을 읽다.
나의 서재실
1. 설교집을 읽다.
한 사람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서재는 그 사람의 관심, 생각의 변천들을 담고 있다. 친구를 만나는 것 보다 서재를 들여다보면 더 깊이 알 수 있다. 키케로는 ‘책이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고 했다. 서재에 꽂힌 책들은 그 사람의 영혼과 일반이다. 집에 단 한 권의 책도 없고 책꽂이도 없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이야기해보면 피상적인 잡담(雜談)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임어당은 그런 사람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평소에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자기 하나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이라도 손에 책을 들기만 하면 생각조차 어려운 별천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 책은 우리를 별천지로 인도할 뿐 아니라 현재라는 시공간(視空間)을 뛰어넘는 타임머신이다.
김서택 목사를 읽다.
나의 개인적인 독서 이력(履歷)을 살펴보면 굴곡(屈曲)이 적지 않다. 스물일곱, 적지 않는 나이에 야간 대학에 들어가 신학도의 꿈을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일단 성경 지식을 중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 1.2학년에 주로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조직 신학이나 성경 강해집들이었다. 웨인 그루뎀의 조직신학을 집어 들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아직까지 딱딱한 조식 신학을 읽기에는 신학적 바탕이 미미(微微)한 탓이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 즈음에 눈에 들어온 것이 김서택 목사의 설교집이었다.
김서택 목사는 당시 서울에 제자들교회를 개척하여 설교에 목숨을 걸었던 터였다. 사사기 강해와 창세기 강해는 지금까지 교회에서 들을 수 없었던 탁월한 강해였다. 눈이 번쩍 뜨이는 체험을 했다. 친구 몇 명과 함께 돈을 모아 설교테입을 구입했다. 창세기 설교도 탁월했지만 사사기 강해는 기가 막혔다. 김서택 목사의 설교에 맛 들어 소선지서 책과 테이프까지 구입해 읽었다. 아직도 서재에는 김서택 목사의 책이 수십 권 꽂혀 있다.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뿔뿔히 흩어져 보이는 몇 권을 찾아 한 곳에 모았다.
김남준 목사와 청교도를 읽다.
김서택 목사와 김남준 목사의 차이는 크지 않다. 설교 패턴은 많이 다르지만 청교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김서택 목사는 대중적 설교에 치중한 반면, 김남준 목사는 신학교 교수로도 오랫동안 봉직해 온 탓인지 학구적(學究的) 성향이 짚었다. 김남준 목사를 깊이 알게 된 건 우연히 접한 한 권의 책 때문이다. ‘설교자는 불꽃처럼 타올라야한다’(1995)는 책으로, 목회자의 소명을 묻는 책이었다. 연이어 ‘불꽃 시리즈’가 출간 되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불꽃처럼 살아야 한다’(1996) ‘불꽃 목양에 빠져라’(1998) 등이 있다.
이후 공전의 히트를 친 ‘새벽기도’와 ‘게으름’ 등은 한국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새벽기도는 담임목사들이 교인들에게 선물하여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 주었다. 김남준 목사는 원고 없이 설교 한다. 간단한 메모만으로 두 시간을 넘게 설교한다. 아마도 방대한 독서량과 교수를 하면서 몸에 밴 연구 습관 덕택으로 보인다. 소장하고 있는 책만 2만권이 넘는 것으로 안다.
결론
초기 독서 역사에 두 분의 영향은 지대하다. 설교는 어떻게 해야하고 성경을 어떤 관점에서 풀어내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두 분의 공통분모인 청교도에 대한 관심은 이 후에 읽게되는 제2의 독서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종교개혁자과 청교도 신학자들의 책은 지금까지도 성경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관점을 자리 잡게 했다. 그들은 다음 장에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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