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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여행 갓바위

샤마임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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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갓바위

목포는 항구다. 목포를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 하나있다. 초립암, 삿갓바위, 또는 중바위로 불리는 갓바위다. 2009427일에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천연자연유산이다. 목포는 영산강(榮山江) 하류(下流)에 자리한다. 갓바위는 영산강이 서해와 만나는 지넘에 위치한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오랫동안 풍화작용(風化作用)과 해식작용(海蝕作用)으로 만들어진 풍화혈이다. 풍화혈은 타포니(tafoni)라 부르는데, 타포니는 풍화혈 중에서도 특히 암석의 측면(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파인 구멍것을 말한다. 갓바위와 주변 바위들은 물과 만나는 지점에 구명이 움퍽 파여있다. 갓바위 일대는 저녁노을이 비치는 바다와 입암산의 절벽에 반사되는 노을빛이 아름다워 일찍이 입암반조(笠岩返照)라 하였다.

 

목포는 유난히 바위가 많다. 유달산을 비롯하여 목포 시내에 자리한 작은 산들은 한결같이 분재를 닮아 산중턱이나 정산에 바위들이 아름드리 들어서있다. 갓바위 암석은 응회암이다.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암석의 일종으로 석영. 사장석, 미사장석, 흑운모, 견운모 등이 있다. 특히 석영과 장석이 많이 섞여있다.

갓바위 전설

한 쌍으로 이루어진 갓바위에는 몇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에 병든 아버지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실수로 관을 바다 속을 빠뜨리고 말았다. 불효를 저질러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던 아들도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훗날 이곳에 두 개의 바위가 솟아올라 큰 바위는 아버지바위’, 작은 바위는 아들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갓바위는 바위의 모양이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삿갓을 쓴 사람의 모양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삿갓바위로도 불린다. 다른 하나는 영산강을 건너던 부처님과 그 일행이 잠시 쉬던 자리에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되어 중바위(스님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습기와 염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영산강이 흐르고 있어 염분이 성장함에 따라 입자들이 암석에서 떨어져 나가는 염풍화작용을 받아 암석의 입상붕괴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갓바위 해안지형은 전형적인 침식지형으로 해식절벽, 해식대지, 풍화혈 등의 지형이 발달해 있다.

 

해식절벽은 수직적 경사를 보이고, 기저부는 파도에 침식되었으며 벌집모양의 풍화혈을 볼 수 있다. 풍화혈은 수분이 암석 내부에 스며드는 균열 부분에 잘 발달하는데, 풍화혈이 생기기 시작하면 햇빛에 가려진 부분이 주변보다 훨씬 습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풍화되면서 풍화혈의 규모가 커진다. 여기에 갓바위가 동남쪽을 향하고 있어 햇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풍화혈이 커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목포 갓바위의 원형이 점차 변형되어 가고 있다.

 

갓바위는 두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기는 큰 것이 8m이고 작은 것이 6m 정도이다. 목포8경의 하나이며, 20084월에 영산강변을 따라 해상보행교가 설치되어 있어 바다 위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물위에 떠 있는 보행교는 298m 구간에 설치되어 있으며, 밀물 때 약 1m 정도 올라왔다가 썰물 때에는 바닷물을 따라 내려간다.

 

주변에는 목포갓바위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입구에는 갓바위라 새겨진 조형물이 있다. 파도와 해류 등에 의해 바위가 침식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자연학습장으로 자연경관의 관광은 물론 교육적 활용도가 크다.

 

카메라를 챙겼다. 갓바위는 목포에 오고나서 얼마되지 않아 가야할 장소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의외로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오늘 드디어 용기했다. 목포 시내는 끝에서 끝을 가도 20분이 넘지 않는 작은 도시다. 집에서 갓바위까지는 고작 10분이면 충분했다. 유달 경기장을 지나 목포제일중학교 교차로에서 좌회전했다. 지난 달 우연히 그길을 알게 되면서 시내가 아닌 그 길만을 고집한다. 

 

122m의 입암산 앞으로 동해처럼 시원하지 않지만 영산호가 있어 그런대로 볼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입암산(笠巖山)은 이로동에 위치하며 복동쪽은 가파른 경사이나 남서쪽은 완만하게 뻗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 의하면 입암산은 '갓바우산'으로 불렸다. 산이 바위로 이루어져 멀리서 보면 사람이 갓을 쓴 모습이다. 목포문학관을 비롯해 목포문화예술회관과 목포자연사 박물관이 운집된 길이다. 남해빗물펌프장 입구에서 잠깐 내려 영산호를 바라 보았다. 폭우가 쏟아진 탓에 영산호는 황토빛으로 가득하다. 오랫만에 보는 구름은 장관을 이루고, 바다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다시 차에 올랐다. 갓바위는 박물관 거리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문예역사관 앞을 지나면 그곳에 주차하면 된다고 했지만 아내는 평화광장쪽으로 가자고 우긴다. 
"알았어요"
평화광장 쪽으로 들어서 우회전화면 아미파크빌 아파트가 보인다. 갓바위로 가기 전 작은 공원이 하나 있는 데 이름이 '달맞이 공원'이다. 당시는 몰랐고, 후에 지도를 살피면서 알게 된 이름이다. 아마도 달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렇게 붙였는지 모르겠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연상하는 건 30년 가까이 부산에 산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원입구에 주차하고 카메라를 꺼내 들고 갓바위로 향했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적은 것도 아니었다. 들리는 언어는 보니 목포 주변에서 온 사람들과 외국인, 경기도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달맞이 공원과 맛닿은 영산호 주변은 수많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마도 홍수로 인해 떠밀려온 쓰레기들과 나무가지 등이 움푹한 갓바위 근처로 밀려 들어와 섬을 이루고 있었다.

폭우 중 잠깐 비췬 하늘은 맑고 고운데 습기는 피할 수 없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옷에 스며들었다. 입구는 한가했다. 누런 황토빛이 아니라면 풍경은 좋았다. 갓바위 주위로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나무테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삼삼오오. 어디서 왔는지 모른 사람들이 데크를 걸었다. 대부분 연인 사이거나, 가족 여행을 온 이들로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나를 반긴 기암절벽은 오랜 세월을 버터온 곰보 할머니 얼굴 같고, 등굽은 시골 어른 같았다. 타포니(tafoni)가 가득한 바위는 길어야 30분도 채 되지 않는 구경 시간으로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세월의 오묘함을 품고 있었다. 손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약해 보인 바위는 이곳이 석회암 바위로 구성된 목포임을 말한다. 갓바위로 아래로 홍수로 떠밀려온 온갖 쓰레기가 운집해 있다.

저 멀리 갓바위가 보였다. 언뜻 수탉의 부리같고, 벼슬같기도 하다. 오랜시간 바람과 파도를 견뎌온 인고의 세월이 만든 작품이다. 문득 고 박완서 선생의  <세상에 예쁜 것>에 나오는 문장이 떠오른다.

"아무리 어두운 기억도 세월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

그렇다. 아무리 삶이 어두워도 세월이 연마하면 인생은 빛이 나는 법이다.  갓바위는 그렇게 오래오래 그곳에서 벼텨왔다. 의미는 축척된 세월로도 충분히 만들어진다. 살아온 세월, 살아있음, 그리고 살아갈 날들. 모두가 의미있다.

 

갓바위는 사삿바위로도 부른다. 아버지와 아들의 삿갓, 스님이 지나다 놓고간 삿갓. 사람들은 갓을 쓴 모양의 바위를 보고 저마다 자신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재미나 이야기를 만들었다. 

목포 사람들은 갓바위로 소풍을 갔다. 12년 전만해도 갓바위는 앞에서 볼 수 없었다. 보행테크를 설치 한 후에야 갓바위를 앞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 갓바위 뒤로 작은 공터가 있어,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은 계란 후라이를 벤또에 넣고 소풍을 왔다. 그 때는 갓바위 뒷통수만 보았다. 갓바위는 항상 영산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갓바위 뒤로 산을 타고 영산호를 볼 수 있는 보행로가 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사람들의 행렬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는다. 지난 주, 자갈치 시장 앞에서 남항을 보던 10분 동안 온갖 짠바람에 온몸에 소금에 절여진 것에 비하여 영산호는 상쾌한 편이다. 보행로가 출렁다리처럼 이러저리 요동친 탓에 아내는 벌써 멀미를 시작한다. 뭘 찍는 지 DSLR 카메라는 손에서 놓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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