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삶119]를 읽고 / 김용주 / 킹덤북스
[묵삶119]를 읽고
김용주 / 킹덤북스
묵상하지 않고 거룩한 삶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묵상이 흔하고 일상화되었다지만 여전히 묵상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어렵다기보다는 무엇이 진정한 묵상인지 분간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중에는 묵상에 대한 책들이 적지 않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저도 매일 묵상하고, 교회에서 지도하며 교재를 만들었지만 묵상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문득, 묵상이 무엇인지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해 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적지 않습니다. 묵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저와 같은 고민을 분명히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처럼 김용주 목사님의 <묵삶 119>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킹덤북스라는 출판사는 익히 알고 있지만, 몇 달 전 박윤만 교수님의 <마가복음>(킹덤북스) 주석을 서평 하면서 더욱 친근해졌습니다. 이 책도 킹덤북스에서 출간된 책으로 작은 소책자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200쪽 분량임에도 묵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주고 있어서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목이 ‘묵삶 119’이기에 ‘묵상하는 삶’이 아닌가 추측했는데 역시 그랬습니다.
모두 22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5부로 나누어 주제별로 정리했습니다. 1부에서는 묵상의 즐거움을, 2부에서는 묵상의 길을, 3부에서는 묵상의 열매를 4부에서는 묵상의 깊이를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5부에서는 묵상의 향연을 다루면서 묵상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고양시킴을 들려줍니다. 1장 묵상과 복에서 토마스 선교사에게 빼앗은 성경을 최지량이란 사람이 받게 됩니다. 그런데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어떤 책 보다 종이가 얇으면서도 질이 좋았던 터라 최지량은 성경을 자신의 방에 도배하는 데 사용합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도배지가 귀해 신문지로 도배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지량은 성경으로 도배된 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어쩔 수 없이 도배된 성경을 밤낮으로 읽게 됩니다. 아침에도 성경, 밥을 먹을 때도 성경, 잠을 잘 때도 성경이 보입니다.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지만 마침내 그 성경으로 인해 최지량을 예수님을 영접하게 됩니다. 그의 집은 평양 최초 교회인 널다리골 교회가 됩니다. 이 교회는 성장하여 그 유명한 장대현 교회가 되어 1907년 대부흥운동의 발원지가 되며 동방의 예루살렘이란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묵상의 의미를 가장 잘 살려준 예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묵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반복’인데 최지량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반복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온 마음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야 한다. 깊이 간직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반복해서 묵상해야 한다. 거듭된 소의 되새김질이 완전한 소화에 이르게 하여 소를 이롭게 하는 것처럼 충분한 묵상은 묵상자의 마음을 지켜준다.”(28-29쪽)
에빙하우스도 반복을 통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신명기에도 보면 언제나 말씀을 강론하라고 가르칩니다. 언제나는 반복이고, 반복은 말씀을 계속하여 되새기는 것입니다. 되새김을 하려면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말씀이 얼마나 달콤하고 소중한가를 아는 사람은 말씀을 마음 깊이 사모하기에 이릅니다. 저자는 3장에서 ‘묵상과 사모함’을 언급하며 이 부분을 상세하게 알려 줍니다.
짤막 짤막하게 이어지는 저자의 묵상에 대한 정의들은 묵상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열매들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줍니다. 4부인 ‘묵상의 깊이’를 보면 묵상과 피곤이란 글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말씀을 사모하여 기다리다 보면 ‘눈이 피곤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러한 피곤은 하나님을 향한 갈망으로 인한 것입니다. 시편 6:7에 보면 ‘내 눈이 근심으로 말미암아 쇠하며 내 모든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두워졌나이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육신을 고달프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묵상을 깊이 하게 되면 육신적 피로가 따를 수 있습니다. 가치 있는 피로이며, 아름다운 피곤입니다. 다른 무엇에 열정을 쏟기보다 주의 말씀을 알기에 수고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겠습니까? 이것이야 말로 바울이 말한 “경건의 훈련”(149쪽)이 아닐까요? 작고 얇은 책인데도 건져낼 것이 많은 책입니다. 8장 묵상과 감사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감미로운 소리는 고통 중에 나오는 감사의 고백이다. 그러기에 고통을 통과하면서 나오는 감사는 감사의 절정이 된다.”(79쪽)
묵상은 고난을 인내하게 하고, 묵상은 고난 속에서도 감사하게 합니다. 감사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삶의 대한 관점이고 해석이 아닙니까? 고난 속에서 불평하고 원할 수도 있습니다. 좌절하며 낙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는 선택이며, 결단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 삶에 대한 하나님의 관점을 갖게 되고 감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책 내용 모두 좋지만 프롤로그에 적어놓은 묵상에 대한 글이 마음을 울립니다.
“왜 말씀 묵상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주님의 거룩을 닮아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거룩의 진정한 의미는 구별된 삶이다. ... 거룩을 사모하며 묵상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영적인 근육을 쉼 없이 단련하는 사람이다.”(7-8쪽)
묵삶은 ‘묵상하는 삶’입니다. 즉 삶이 변화되기 위해 묵상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요? 그것은 아버지가 거룩하니 우리도 거룩해야 합니다. 거룩한 하나님 아버지를 닮아가는 삶이 바로 묵삶의 목적이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광야를 지나면서 원망과 불평을 그치지 않았던 이들은 결국 하나님의 선물을 받는데 실패합니다. 그들의 몸은 애굽을 버렸지만 마음속에서 애굽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묵상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애굽을 몰아내고 하나님의 말씀ㅇ으로 채웁니다.
“묵상을 통해 새겨진 말씀은 하나님의 뜻을 선택하도록 항상 우리를 돕는다. 하지만 묵상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를 확신하고 따라가는 사람은 본성대로 선택한다.”(83쪽)
책 제목처럼 묵삶은 삶을 위한 묵상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만 변화되기를 요구하십니다. 그러나 변화는 우리의 힘으로 불가능합니다.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거룩하게 합니다. 그러니 묵상이야말로 거룩한 삶을 살아가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오늘 한 권의 책을 통해 살아갈 지혜를 배웁니다. 묵상을 통해 더욱 주님을 닮아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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