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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후서 2장 22절 묵상, 타락한 자들의 실상

샤마임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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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본성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실상

베드로후서 2장 22절은 짧지만 그 어떤 긴 설교보다도 강력한 경고와 신학적 통찰을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타락한 자들의 본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게하는 강력한 구절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타락을 경고하는 차원을 넘어, 복음을 들은 자가 다시 세속과 죄악으로 돌아가는 영적 배신과 내면의 파괴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외형적인 신앙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면의 본성은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자들의 결말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거룩한 회심이 없는 신앙은 얼마나 위태롭고, 위선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상징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개와 돼지라는 비유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거절하거나 유린하는 자들의 마지막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주는 본문은 오늘날 신앙의 진정성과 내면의 성결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본문이 보여주는 짐승의 비유와 그 깊은 상징성

“참 속담에 이르기를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그들에게 응하였도다”(벧후 2:22). 이 구절은 고대 유대 전통에 익숙한 두 가지 속담을 통해,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죄의 반복적 순환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냅니다. 개는 당시 유대 사회에서 가장 혐오스럽고 부정한 동물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돼지 역시 율법에서 명백하게 금지된 부정한 짐승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두 짐승은 도덕적·영적 순결과는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상징이자, 타락한 인간의 실상을 비유하는 적절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먼저 “개가 그 토한 것에 돌아간다”(ὁ κύων ἐπέστρεψεν ἐπὶ τὸ ἴδιον ἐξέραμα)의 표현은 죄를 회개하고 떠났던 자가 다시 그 죄로 돌아가는 실상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속담은 잠언 26장 11절에 기초한 표현으로, ‘자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자는 토한 것을 먹는 개와 같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ἐξέραμα'(엑세라마)는 육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밖으로 토해낸, 즉 거부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그 개는 다시 그것을 향해 되돌아갑니다. 이는 죄를 일시적으로 버린 듯 보였으나, 진정한 내면의 변화가 없었기에 결국 다시 그 죄를 향해 돌아가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묘사입니다. 단지 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죄를 혐오하고 버릴 수 있어야 참된 회개라 할 수 있지만, 본문 속의 이 개는 그 혐오스러운 자리로 다시 찾아갑니다.

그리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는 비유는 외적 변화, 의식적 정결함만으로는 인간 본성이 달라지지 않음을 말해 줍니다. 돼지는 아무리 겉을 씻고 단장해도 본성이 변하지 않으면 진흙탕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씻다’는 말은 헬라어로 ‘λουσαμένη’(루사메네)로, 단순한 물리적 세정을 의미하지만, 신학적으로는 성례나 외적인 의식 행위와 유사한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본문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외형적으로는 예배에 참여하고, 성경을 읽고, 신앙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내면의 성령의 역사와 회심이 없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정결에 불과하며, 결국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가고야 만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위선의 실체이며, 신앙의 위태로운 외형주의를 경고하는 무거운 말씀입니다.

인간 본성의 실체: 죄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상태

이 말씀은 단지 거짓 교사들에 대한 정죄를 넘어,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타락한 본성과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고발하는 본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본질상 진노의 자녀요, 태어날 때부터 죄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아담 이후 모든 인류는 그 죄된 본성 아래 태어났으며, 그 결과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롬 3:23). 사도 바울은 로마서 7장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죄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지를 고백합니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나를 죄의 법 아래로 사로잡아가는 것을 본다"는 이 고백은 인간의 죄성과 영적 무력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듣고, 교회 안에서 생활하며, 말씀에 노출되며 자라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면의 본성이 여전히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언제든지 죄악으로 돌아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외적인 훈련과 종교적 행위가 본성을 억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새롭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오직 성령의 중생과 내적 회심, 곧 하나님께서 마음을 바꾸시고 새 영을 부어주시는 은혜가 임해야만 사람은 본성을 따라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새로운 피조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능력이며, 진정한 구원의 표지입니다.

참된 회심은 내면의 본성까지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역사

본문의 비유는 회심 없이 그저 종교적 행위만 반복하는 사람들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들은 회개했는가 하면 또 죄로 돌아가고, 정결해졌는가 하면 다시 더러움으로 돌아갑니다. 이들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분위기, 외부의 영향을 받아 겉모습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내면의 본성과 욕망은 여전히 옛 사람의 모습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회심이 일어났다면, 그는 결코 예전처럼 죄를 향해 마음을 줄 수 없습니다. 물론 성도라 해도 죄를 지을 수 있지만, 그 죄로 인해 탄식하고 애통하며, 즉시 돌아서려는 마음의 반응이 다릅니다.

참된 회심은 단지 죄를 인지하고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 그 죄에 대한 태도와 감정까지도 바뀌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즐거웠던 죄가 이제는 괴롭고, 당연했던 세속의 가치가 이제는 부담스럽고 두려운 것으로 바뀌는 것, 이것이 바로 내면의 본성이 변화된 자의 반응입니다. 이 변화는 인간의 결단이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성령의 감화, 하나님의 말씀이 내면 깊숙이 스며들어 옛 사람을 깨뜨릴 때 가능한 변화입니다. 요한복음 3장 5절에서 예수께서는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죄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개와 돼지의 비유처럼 다시 본성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론

베드로후서 2장 22절은 단순한 속담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간 본성의 실체와 위선을 향한 날카로운 경고를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개가 토한 것을 먹고, 돼지가 씻었다가 다시 진흙탕에 눕는 모습은 외적인 변화만으로는 결코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오직 성령의 새롭게 하심으로 본성 자체가 변화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 있는 신앙이 내면을 지배할 때에만 우리는 반복되는 죄악의 순환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된 회심이 우리 안에 있었는지, 하나님의 은혜가 오늘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를 날마다 점검하라는 하나님의 간절한 부르심입니다.

베드로후서 2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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