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 서평에 대한 생각
[서평의 언어] 서평, 독자와 출판사 사이에서
서평가로 활동한지 어언 7년쯤 되었다. 오래전부터 서평을 썼지만 전문적 서평가로는 생각하지도 꿈꾸지도 않았다. 독후감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대형 신문사 블로그에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했더니 선정되었다. 엉성하긴 했지만 그때부터 서평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서평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아 어떤 서평이 좋은 서평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블로그에서 요구하는 서평은 좋은 서평은 아니었다. 그냥 '좋았다'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 편의 서편은 한 편의 글리고, 독자들에게 공감과 호감을 끌어내면 좋을 것이다. 그런 기대로 쓰고 또 썼다. 그러나 여전히 서평에 대해 목말랐다.
그렇게 하면 김기현 목사의 로고스 서원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글쓰기에 여러 가지 방법들을 배웠지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서평이다. 서평이 뭘까? 서평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하나하나 공부해 나갔다. 결국 김 목사님의 추천으로 뉴스앤조이 서평가로 활동하면서 공식적인 서평가가 되었다.
아무리 오랫동안 글을 쓰고 서평을 배웠다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신문에 올라와 있던 서평들을 하나하나 프린트해서 읽어 보았다. 제각각이었다. 소위 서평 전문가들이라는 분들이지만 일관된 형식이나 틀은 없었다. 기본적인 몇 가지 기술과 방법들을 습득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김남식 목사님의 서평이었다. 유독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보편적인 서평은 아니었고 대단히 비평적 성향이 강한 서평들이었다. 그러나 서평이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독자가 원하는 서평과 출판사가 원하는 서평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깨달아 갔다. 독자가 가장 원하는 서평은 그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서평이 가장 좋다. 그것을 원한다. 또한 책의 내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 더 중요한 하나가 있다. 책을 사지 않고도 읽을 척할 수 있는 서평을 기대한다. 이것을 요약식 서평이라고 한다. 정리해 보자.
독자가 원하는 서평
1.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알려주는 서평
2. 책의 진짜 내용과 흐름
3. 책을 안 사고도 읽은 척할 수 있는 서평
출판사는 3번이 가장 싫고 그런 서평을 싫어한다. 그럼 출판사가 원하는 서평은 무엇일까?
1. 책을 칭찬함
무조건 좋다고 해야 함.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본심은 칭찬이다.
2. 책을 사도록 유도하는 서평
아무리 서평이 좋고 화려해도 결국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서평이라면 출판사 입장으로서는 싫다. 매출을 만들어 내는 서평이어야 한다.
3. 앞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책을 출간해야 할지 아이디어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서평
보강하고 수정하고, 다른 시리즈로 출간을 원한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이것은 서평가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 좋은 서평이란 무엇일까?
1. 독자의 입장에서 책의 가치를 알려 준다.
즉 읽을 가치가 있는가를 알려 주어야 한다. 서평가도 한 개인이니 자신의 판단이 따를 테이지만 독자들은 거의 수긍하며 받아들인다.
2. 책의 장단점을 알려 주어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
비판이나 칭찬 일색은 좋지 않다.
3. 만약 독자가 읽어 내기 힘들거나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모른다면 읽는 방법이나 관점들을 알려 주어야 한다.
4. 오타나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가능하다면 서평에 쓰기보다 출판사에 직접 알려 주어야 한다. 물로 너무 과도한 오류나 오타 등은 짚어 주어 다른 독자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책은 파기되어야 마땅하다.
서평가는 돈이 안 된다. 출판사는 책을 보내주고 좋은 글만을 원한다. 어지간한 유명인이 아닌 이상 책을 보내 주면서 원고료를 주지 않는다. 책이 원고료다. 그런데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입장이 달라진다. 나도 책을 속독하는 편이다. 4-500페이지도 하루에 읽어 낸다. 그렇다. 하루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데만 하루가 걸린다. 그리고 서평을 쓰는데 빠른 것은 한 시간, 많이 걸리 때는 하루 종일 걸린다. 한 편의 서평이 나오기까지 최소한 하루에서 많게는 며칠이 걸린다. 생각해보자. 14000원짜리 책을 한 권 보내주고 좋은 서평을 기대하는 것은 출판사의 욕심이 아닐까? 하루 일당 7만 원으로 계산하면 최소 7만 원에서 14만 원이 들어간다. 한 편의 서평이 말이다. 서평을 쓰는 동안 다른 일은 거의 못한다. 그러니 서평 하나의 가격은 최소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는 책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출판사는 어떤가? 서평을 쓴다고 책이 팔리는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좋은 서평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장담할 수 없는 것에 매번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 출판사의 사정이 결코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전문 서평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에서 책을 '좋다'라고 말해는 일반 독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서평가의 입장은 어떤가? 서평가도 마찬가지다. 돈이 되지 않는 일에 매어 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서평가?는 이제는 서평을 하지 않는다고 두 번이나 말했다. 자신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진짜 좋은 서평?을 썼더니 출판사 사람들과 서먹해졌다고 한다. 그 뒤로 서평가의 길을 접었다고 한다. 요즘은 추천사 형식으로 글을 쓰지 서평은 쓰지 않는다.
결론은 내려보자. 서평가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서평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좋은 서평을 쓰고 싶다면 일단 작가는 되지 말라. 나중에 책을 낼 때 안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책을 폄하한 사람의 원고를 좋게 볼 리가 있을까? 서평가는 자신이 직접 돈을 주고 책을 사서 자기가 원하는 서평을 하라. 그것이 답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나중에 책을 내야 한다면 하지 말라. 다른 출판사가 싫어한다.
그럼 결론은 간단해진다. 서평가는 서평가로만 남던지, 아니면 서평은 하지 말라. 아부만 하던지, 진짜 서평가로 남고 싶다면 취미로 하고 소외의 광야에 홀로 남겨질 각오도 하라. 이것이 답이다.
서평가들이여 이제 그대들의 길을 접어라. 서평가는 이미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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