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꿈꾸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꿈꾸다
일주일 정도를 힘들어하시던 어머님이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병원에 가자고 하신다. 병원에 가도 별다른 치료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답답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가야 할 것 같아는 생각이 들어서 쓰려던 원고를 접고 장흥으로 향했다. 심전도와 피검사를 하니 염증이 많아지고 있다며 염증 검사와 독감 검사까지 했다. 피검사는 영양 부족에 염화나트륨(소금)이 부족하다고 한다. 소금은 몸에 들어가 분해되어 전해질(電解質, electrolyte)이 된다. 전해질은 몸속에서 전기가 잘 통하도록 만들어 준다. 그럼 감전? 된다고 아니다. 사람의 몸은 사실은 전기 장치다. 소리와 호르몬, 영양공급, 특히 뇌의 신경들은 모두가 전해질을 통해 신호가 전달된다. 만약 몸속에 전해질이 부족하면 신호가 약해지거나 교란 작용이 일어나 어지럼증, 식욕감퇴, 발작까지 일어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염식을 즐기지만 그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사람의 몸은 염분이 과하게 섭취되면 농도를 맞추기 위해 수분을 달라고 갈증을 일으킨다. 그때 물을 마셔주면 된다. 식사를 거의 못하신 데다가 전해질이 현저히 낮아 몸이 전체적으로 교란 작용이 일어나 어지럽고 탈진 상태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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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 검사를 마치고 장흥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병실도 없거니와 내가 간병을 할 수 없어 도우미가 있는 병실로 옮겼다. 병원비를 제외하고도 하루에 만 4만 원이 들어가는 고급 병실이다. 일주일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입원시켜야 할 판이다. 아마도 내 생각이 이제 어머님은 더 이상 정상으로 돌아 오기는 힘드실 것 같다. 입원하신 어르신들을 보니 어머님보다 상태가 훨씬 좋다. 어머님은 진즉에 오셔야 했는데 우기고 억지를 부리다 이제야 오셨다. 조금 나아지면 또 농사지으려 나가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 거참. 삶이 저물어가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고 계신다. 조금 있으면 나아질 거라고 믿고 계신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마음이 아프다. 하나로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큰 방이 어둡다. 아버지는 벌써 2주째 부산 여동생 집에 있고, 오늘 어머니마저 병원에 입원하셨다. 산다는 게 이런 걸까? 있으면 늘 나와 성격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데, 안 계시니 허전함을 말로 못하겠다. 두 아들과 사온 순대를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순대가 별미다. 그러나 마음의 허전함까지 막을 수는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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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받는 동안 장흥 문화당에 들렀다. 이것저것 살 책은 많지만 요즘은 가능한 꼭 필요한 책만을 사려고 절제하는 편이다. 처음 발견한 책은 고 신영복 교수의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돌베개)와 고영성.신영준의 <완벽한 공부법>(로크미디어)이다. 혹시나 문재인 관련 책이 있는가 보니 딱 한 권 보인다. 올 1월에 21세기 북스에서 출간된 <대한민국이 묻는다>이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라는 문구가 강하게 다가온다. 재조산하(再造山河),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드는 일'. 난 아직까지 문재인보다 유승민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번엔 문재인에게 한 표를 던졌다. 국정 농단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이미 대통령이 된 그를 신뢰하고 싶고 더 알고 싶어서. 흥남부두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난 문재인, 그는 노무현 참여 정부 시절 함께 일한다. 일베의 어느 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남 강진 출신이었다는 주장도 한다. 정말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는 고향동문?이 되는 건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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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의 책은 보이는 족족 사 모은다. 무슨 책부터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던 것 같다. 담담하고 절제된 언어로 기록된 감옥의 사색은 심장이 울렁이는 문장들로 넘쳐난다. 그 책에서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사자성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1968년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재직 중일 때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 사건을 취조하던 형사들을 향하여 그들은 '견강부회'한다고 했다. 그렇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억지, 없는 증거를 조작하여 사인하라고 한 견강부회의 나라였다. 그의 글에는 시대를 통찰하고 삶을 관조하는 혜안과 지혜가 스며있다. 날것의 글인데 섬세한 장인의 언어로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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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보다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가는 먼 길에
다들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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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말한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시대정신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국가 반역자라면 언제든 심판받는
국가의 정직성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이런 상식이 기초가 되는 나라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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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나라가 속히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
노력한 만큼 잘 사는 나라,
소신껏 발언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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