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작 창세기 1-11장 / 드루 존슨 / 이레서원
저자/역자 : 드루 존슨/이여진 | 출판사 : 도서출판 이레서원 판매가 : 10,000원 → 9,000원 (10.0%, 1,000↓)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죄악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그리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모든 사랑의 형태가 창세기 1-11장에 들어 있다. 창세기는 사람이 이 세상과 그리고 하나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창세기 1-11장에 잇달아 나오는 인류 이야기에는 우리가 오늘날에도 고민하는 주제인, 우주의 시작, 인간의 본성, 가족, 성(性), 속임, 죽음, 살해, 집단 학살, 기만, 생태학, 농업, 도시화 등의 갖가지 주제가 밀접하게 얽혀 있다.드루 존슨은 이 책에서 창세기 1-11장이 출애굽 사건과 이스라엘 왕들의 행동, 바빌론 유수, 복음서의 내용, 초대 교회 이야기 등을 포함한 나머…[더보기▶] |
우주의 시작
드루 존슨 / 이여진 옮김 / 이레서원
창세기는 모든 신학의 원형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포로기 관점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창세기 역시 그렇다. 특히 창세기 1-11장은 원시복음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기에 출애굽의 관점에서 읽어야 바르게 읽는 것이다. 창세기를 창조와 타락, 그리고 구속이라는 간단하고 명료한 극단적 획일화로 설명하는 것이 부당하게 보일지라도 합당한 해석이다. 창조시대로 구분할 만큼 신화적 요소로 가득 차있는 창세기 1-11장은 이후에 일어날 모든 이스라엘 역사를 은유와 상징으로 담고 있다. 심지어 ‘이 세상의 삶과 현실에 대한 모든 이야기’(11쪽)가 담겨 있다. 필자는 저자의 주장에 기꺼이 동의한다. 창세기 1-11장은 ‘우리의 왕이신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10쪽)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이 땅과 인류를 향한 그분의 계획의 틀’(13쪽)을 제공한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2장은 제목처럼 서론에 해당되며, 3장부터 7장까지는 1-11장까지 나누어 해설한다. 8장과 9장은 과학과 윤리학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조명한다.
창조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작되며 종결된다. 존재는 ‘말씀의 있음’과 직결된다. 말씀이 곧 존재다. 저자는 창세기를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2장에서 ‘말’에 주목한다. 타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뱀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창세기 안에서 유일하게 요셉만이 ‘들끓는 욕정을 지난 여자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 유일한 남자다.’(18쪽) 창조의 목적은 곧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다. 말씀은 곧 존재의 목적과 방식을 결정한다.
“창조를 세상이 본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심오한 논거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나님의 우리를 빚어서 만들고 계시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인도를 받는다.”(25쪽)
창세기 2장은 1장의 해석인 동시에 세밀한 설명이다. 인간의 사역과 여자의 창조를 통해 공동체로서의 인간을 드러낸다. 모든 피조물은 ‘인간과 관련하여 각자의 자리가 정해진다’(47쪽) 1장의 창조와 2장의 인간 창조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본성 자체에 천착한다. 아담이 흙(아다마)에서 왔으며, 사람은 본질적으로 ‘그 흙에 속한 존재, 흑사람’(56쪽)인 것을 증언한다. 그러나 생기가 넣어짐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존재는 공동체적이다. ‘남자는 여자를 발견했을 때 공동체를 발견했다’(61쪽)는 저자의 통찰은 인간의 실존이 공동체적임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사람의 창조와 소명은 공동체적으로 존재하신 하나님의 존재방식을 그대로 닮아있다. 저자는 1-2장을 ‘일과 쉼과 공동체’(65쪽)로 정의한다.
타락의 시작이 된 관계의 죽음은 신뢰의 대상을 하나님이 아닌 ‘여자로 바꾼 것’(75쪽)에서 시작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사라의 말을 듣고 하갈을 품에 안게 되자 고통이 시작된다. 요셉은 창세기 안에서 여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음으로 구원자로 세움을 입는다. 최초의 여자가 극도로 위험했던 이유는 여자가 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곧 해석이며 관점이다.
“여자는 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뱀의 해석을 통해서 열매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속고 말았다. 흙사람이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여자와 함께 열매를 먹었을 때 이들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75쪽)
이후 창세기는 하나님의 음성이 아닌 자신의 음성에 매료당하는 인간들의 타락을 그려낸다. 가인이 그랬고, 노아 시대의 사람들이 그랬고, 바벨탑 공동체가 그랬다. 비록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아브라함의 하나님께 귀를 열었다. 첫 사람과 바벨탑 사람들은 확실히 닮아 있다. 하나님 없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려 했던 어리석음을 하나님의 개입으로 쓸모없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에덴동산 밖으로, 바벨탑 밖으로 추방당한다. 하나님은 함의 자손들이 얻을 했던 ‘일체를 아브람에게 주신다.’(131쪽)
창세기 1-11장은 이후에 펼쳐진 모든 이스라엘 역사의 원형이다. 잃어버린 낙원을 향해 세상을 거슬러 나아간다. 저자는 이러한 창세기 초반부에 담긴 구속의 원형들을 모형론적으로 잘 그려낸다. 흡사 레온하르트 고펠트의 <모형론>를 읽는 듯한 착시를 가끔 불러일으키는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한 창세기 해석을 창세기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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