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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6장 묵상과 강해

샤마임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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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의 소명 – 이사야 6장을 중심으로

이사야 6장은 이사야서 전체의 전환점이자, 선지자 이사야의 소명 장면을 기록한 깊이 있는 본문입니다. 이전까지는 이스라엘의 죄악과 심판에 대한 메시지가 이어졌다면, 이제 하나님 앞에서의 거룩과 죄, 그리고 사명이라는 주제로 시선이 전환됩니다. 이 말씀은 단지 선지자의 부르심을 다룬 과거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묻는 현재적 선언입니다.

1.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난 이사야

이사야 6장은 "웃시야 왕이 죽던 해에 내가 본즉 주께서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셨는데"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당시 유다 왕국은 정치적 안정기를 끝내고,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웃시야 왕은 오랜 기간 나라를 다스렸지만, 말년에 교만하여 성전에서 제사장 역할을 자행하다 하나님의 징벌로 나병을 얻게 되었고, 이후 유다는 신앙과 정치 모두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그때, 이사야는 하나님의 보좌를 환상 가운데 보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표현은 "높이 들린 보좌"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절대적인 통치를 상징합니다. 인간 왕은 죽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 계시며 높이 들려 계시다는 사실은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영적 어두움 속에서 빛나는 소망이 됩니다. 하나님의 옷자락이 성전에 가득했다고 하는 묘사는 하나님의 임재와 거룩이 인간의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천사들이 외칩니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여호와여 그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도다"(6:3). 여기서 ‘거룩하다’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카도쉬"(קָדוֹשׁ)이며, 세 번 반복된다는 것은 절대적이고 완전한 거룩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지 도덕적 결백을 넘어서, 하나님만이 가지신 전적으로 구별된 존재, 곧 전능하고 절대적인 영광의 본질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사야는 그 앞에 선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철저히 깨닫게 됩니다.

2. 죄를 자각한 이사야와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눈으로 본 이사야는 곧장 무너져 내립니다.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6:5). 여기서 '화로다'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오이"(אוֹי), 절망과 심판의 고백입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영광 앞에서 자신의 죄성을 피할 수 없는 상태로 직면한 것입니다. 입술이 부정하다는 표현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죄가 겉으로 드러났음을 인정하는 회개의 언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사야가 단지 자신의 죄만을 본 것이 아니라, "입술이 부정한 백성 중에 거주하면서"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이사야는 자신과 공동체 모두가 하나님의 거룩 앞에 설 수 없는 죄인임을 인식합니다. 이것이 참된 회개이며,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자각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하나님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사야를 정결하게 하십니다.

슬랍 중 하나가 제단에서 핀 숯을 가져와 이사야의 입술에 대며 말합니다. "이것이 네 입술에 닿았으니 네 악이 제하여졌고 네 죄가 사함을 받았느니라"(6:7). 여기서 '핀 숯'은 제단 위에서 타오르던 희생 제물의 흔적이며, 곧 하나님의 용서가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복음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구약 시대의 예배가 단지 제의적 행위가 아니라, 실제적인 죄 사함과 회복의 수단이었음을 알려줍니다. 이사야는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은혜로 깨끗하게 되어 하나님의 일을 맡게 됩니다.

3. 부르심에 대한 응답과 사명의 비밀

죄 사함을 받은 이사야는 이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서게 됩니다.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6:8). 하나님의 부르심은 명령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강요가 아니라 응답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사야는 기꺼이 그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사야가 파송받는 사명의 내용입니다. 하나님은 이사야에게 말씀을 전하되, 백성들이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6:9-10). 이는 선지자의 사역이 단순히 대중을 감동시키거나 설득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은 때로 사람들의 완악함을 드러내고, 심판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히브리어에서 '마음을 둔하게 하다'("하샤" – הַשָּׁה)는 의지적 무감각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말씀을 주심으로써 백성들의 영적 상태를 노출시키며, 회개의 기회를 주시되,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그것이 곧 심판의 이유가 되게 하십니다. 이사야는 이 사명의 무게에 놀라며 "주여 어느 때까지니이까?"(6:11)라고 묻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황폐함이 임할 것이고, 사람들이 멸망하고, 성읍들이 무너질 때까지 그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답하십니다.

하지만 이사야 6장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절에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6:13). 이것은 남은 자 사상, 곧 하나님의 구속사는 항상 남겨진 거룩한 씨를 통해 이어진다는 희망의 약속입니다. 그루터기는 잘려나간 나무 같지만, 그 안에 생명이 남아 있고, 하나님의 약속은 그 생명을 통해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론

이사야 6장은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 서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죄를 자각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정결함을 받은 후, 부르심에 응답하며 나아가는 선지자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순서를 요구합니다.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나아올 때, 우리는 자신을 정확히 보게 되고, 회개를 통해 정결함을 얻으며, 그 은혜에 합당하게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은 오늘도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물으십니다. 그 부르심 앞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고백하며 순종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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