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기독교 톺아보기 / 이수환 / 세움북스
인문학으로 기독교 톺아보기
이수환 / 세움북스
종교는 인문학이다. 누군가는 인문학을 세속적 학문으로 치부하려 하지만 계명 중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웃에 대한 사랑은 ‘네 몸처럼’ 또는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이다. 인문학이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종교는 철저히 사람과 관계한다. 인문학(人文學)을 정의하기란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만큼 어렵다. 하지만 인문학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의 관점에서 학문하는 것을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인문학’과 신학을 연계하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인문학과 신학을 버무리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보수적 성향의 우리나라는 인문학을 타락한 세속적 학문으로 치부하려 한다. 하지만 기독교는 인문학이며, 인문학 위에 세워진 기독교야말로 진정한 신학이라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 사람으로서 제물이 되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문학의 옷을 입은 기초교리다. 표지에도 ‘나를 위한 기독교학 개론’으로 책의 의도를 밝힌다. 저자는 신학과 선교학, 종교현상학, 철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거쳐 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서문에서 이 책이 목적을 ‘기독교 인문학의 접근 방법을 통한 … 인문학과 기독교를 접목하여 기독교를 올바르게 소개하기 위한 책’(7쪽)이라고 밝힌다. 몇 개의 추천 글 중에서 최성훈 박사의 추천사는 이 책의 특징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저자인 이수환 박사는 담임 목회, 교수 사역과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사역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본서를 통해 기독교 신앙과 현대인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내용이 상당히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기독교를 인문학적 방법으로 소개할까?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몇 부분을 살펴보자.
서문을 제외하면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신학 순서를 따라 기독교의 필요성을 1장에서 다루고, 신론, 기독론, 성령론, ‘나’ 즉 인간론, 구원, 교회, 종말에 대한 순서로 나아간다. 제목은 그리 딱딱하지 않으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기독교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기보다 ‘기독교는 왜 필요한가?’를 먼저 묻는다. 1장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철학을 빌려와 ‘기독교의 세계관은 이성의 한계를 초월하는 초합리적 이치일 뿐만 아니라 이성의 견지에서 볼 때 전혀 비현실적이며 부조리한 이치와 거침새, 그리고 역설이다.’(36쪽)라고 정의한다. 필자는 키에르케고르를 절대 신뢰하지 않지만 그 어떤 철학자보다 사랑한다. 기독교에 대한 그의 실존적 정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음에도 공감한다. 저자가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정의를 빌려와 ‘하나님 앞에서의 자아가 우리의 참 자아’(36쪽)라는 정의에 기꺼이 동의한다. 하나님은 정의 할 수 없고, 정의되지 못한다. 인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 사람’으로서 참 사람이다.
좋다. 이번에는 다음 장인 ‘하나님은 왜 필요한가?’를 톺아보자. 하나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살펴야한다. 저자는 성경 속에 표현된 하나님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하나님의 ‘자기 계시’(51쪽)의 문제로 돌린다. 소위 이름의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의 한 차원으로 읽어야지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계시는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은 계시된 만큼만 하나님을 안다. 인간의 이성은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나님은 인간의 능력 밖에 계’(59쪽)신다. 그러나 비록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니은 ‘신앙인의 삶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볼 수 있다.’(59쪽)
분명 한계는 보인다. 길지 않는 분량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기에 때로는 설익었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벌코프식 조직신학이 아니라 시대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애쓴 몸부림이 느껴진다. 하강기독론에 제한되지 않고 애써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실존을 함께 버무렸다. 성결신학과 총신신학이 어색하게 버무려진 느낌 또한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참 좋은 책이다. 다만 좀더 존재론적으로 접근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써 논증하려 하지 말고 ‘도약’이 필요한 인간의 실존을 문학적으로 그려주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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