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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행] 해남 미황사

샤마임 2020.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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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행] 해남 미황사

6월 6일, 어떤 이는 현충일이고, 어떤 이는 추억의 날이고, 어떤 슬픔의 날이다. 연대기적 순서로 삶은 정의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제각각 흐르는 시간 속에 의미를 담는다. 나에게 6월 6일은 결혼기념일이다. 기념이라해도 특별한 뭔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하려 한다. 아내는 절을 참 좋아한다. 불교의 교리나 의미가 아니라 절이라는 환경이 주는 쉼과 안식, 그리그 평안함이다. 삶의 의미를 과도하게 문자와 해석된 언어로 도배하려는 근대적 기독교는 성장은 있지만 서사는 상실했다. 90년대 이후 지칠줄 모르는 교회의 퇴보는 초대교회가 가졌던 신비를 상실한 탓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나는 종종 주변의 절을 찾는다. 절을 찾는다기 보다는 쉼과 평안을 주는 분위기를 찾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풍경이 좋다는 곳이면 여지 없이 절이 자리하고 있다. 

결혼기념을 맞아 단일코스로 갈만한 곳을 찾았다. 해남이 지근이라 미황사(美黃寺)가 좋겠다 싶었다. 해남은 고구마와 땅끝마을로 유명하다. 송지마을은 노회가 있어 한 번 찾아간 적이 있다. 완도로 학교를 다닐 적, 마량에서 버스를 타고, 강진으로 가서, 강진에서 시간이 잘 맞아 떨어지면 완도 직행을 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 해남을 거쳐 완도로 갔다. 지금가면 40분이면 갈 거리를 그때만 해도 돌고돌아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길도 2차선이며 좁았으니 차들은 속도를 거의 내지 못했다. 해남이라고 가본 것은 그것이 전부다. 전라도에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러니 고향 근처라해도 내비게이션을 찍어야 갈 수 있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지명들만 가득하다. 

미황사는 금시초문이다. 아내가 가고 싶다는 말에 인터넷 검색을 하니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남송의 달관(達官), 군자(君子) 등이 미황사에 내왕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니 보통 절은 아니다. 조선시대 세번째 중건을 했는데 이 때 중건에 필요한 목재를 1751년 완도군 보길도에서 실어 왔다고 한다.

해남에서 유명한 절은 미황사보다는 두륜산 입구에 자리한 대흥사이다. 대흥사는 《만일암고기》(挽日菴古記)에 따르면 신라의 승려였던 정관(淨觀)이 서기 426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죽미기》(竹迷記)에는 544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을 자장과 도선(道詵)이 중건했다고 되어 있다. 그만큼 오래된 절이다. 양산에 통도사가 있다면 전라도에는 송광사와 대흥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절이니 가장 초기에 설립된 절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치 대흥사는 가기가 싫다. 대흥사는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선생님과 두륜산을 등반하면서 들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은 30여 년이 흘렀다. 영상과 사진을 찾아보니 과도하게 상업화된 모습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절들이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 어디 대흥사 뿐이겠는가. 그래도 이상하게 가기가 싫다. 물론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가볼 계획은 있지만 썩 달갑지는 않다. 그래서 정한 곳이 미황사이다.

해남 미황사 일주문해남 미황사 일주문

미황사 입구에 들어서면 주차장이 그리 넓은데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모두가 절에 온 사람들인가 싶다. 글을 적으면 미황사에대해 더 알아보니 대부분 등산객이었다. 미황사는 달마산 입구에 자리하고 있고,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 중의 한 곳이다. 해남의 금강산이라 불릴만큼 기암괴석이 많은 산이 달마산이다. 

미황사는 해남 송지면에 소개하며, 달마산(489m) 서쪽 자락에 위치한 절이다. 달마산이란 이름은 달마대사에서 왔을까? 실제로 미황사에는 달마대사상이 있다. 달마산(達摩山)이란 이름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을 전하고 해동의 달마산에 머물렀다고 해서 생긴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달마가 가져온 경전을 봉안한 곳이라하여 달마산이라고 하기도 한다. 미황사(美黃寺)라는 이름은 숙종 18년(1692년)에 민악이 기록한 미황사사적비에 기록되어 있다. 아름다운(美) 소의 울음소리에서 생겨난 것이다. 황(黃)은 이 지역이 해가 질녁이며 황금빛이 돌아 붙여졌다고 한다. 모든 것이 수작업이었고, 소의 힘을 빌어 농사를 지었던 탓에 저녁이 되며 소가 배가 고파 크게 울었다고 한다. 소가 울 저녁이 되면 석양이 드리워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 지역은 남도1경이라 불릴만큼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해남 미황사 달마상해남 미황사 달마상

아내가 또 카메라를 들었다. 요즘 사진찍은 맛에 푹 빠졌다. 나름 고민하여 풍경을 담아보려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뭇 진지한 모습이 매사에 진지한 평상시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진을 찍는 나를 얼마나 구박했던가? 그런데 갑자기 나보다 더한 사진 맛에 빠지다니. 사람은 신비로운 존재이긴 한가보다. 

미황사 건립 설화에는 북방설이 있고 남방설이 있다. 미황사 사적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 경덕왕 때인 749년 어느날 돌로 만든 배가 달마산 아래 포구에 닿았다. 배 안에서 범패 소리가 들려 어부가 살피러 다가갔지만 배는 번번히 멀어져갔다. 이 말을 들은 의조화상이 정갈하게 목욕을 하고 스님들과 동네사람 100여명을 이끌고 포구에 나갔다. 그러자 배가 바닷가에 다다랐는데 금인(金人)이 노를 젓고 있었다. 배 안에는 [화엄경]80권, [법화경] 7권,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40성중(聖重), 16나한, 그리고 탱화, 금환(金環), 검은 돌들이 실려있었다. 사람들이 불상과 경전을 모실곳에 대해 의논하는데 검은 돌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왔다. 소는 순식간에 커다란 소로 변했다. 그날 밤 의조화상이 꿈을 꾸었는데 금인(金人)이 "나는 본래 우전국(優塡國:인도) 왕인데 여러나라를 다니며 부처님 모실곳을 구하였소. 이곳에 이르러 달마산 꼭대기를 바라보니 1만불이 나타남으로 여기에 부처님을 모시려 하오.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지 않거든 그 자리에 모시도록 하시오."하는 것이었다. 의조화상이 소를 앞세우고 가는데 소가 한번 땅바닦에 눕더니 일어났다. 그러더니 산꼴짜기에 이르러 이내 쓰러져 일어나지 아니했다. 의조화사은 처음 소가 누웠던 자리에 통교사(通敎寺)를 짓고 마지막 머문 자리에는 미황사(美黃寺)를 창건했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金人)의 황홀한 색에서 따와 붙인 것이다."

대흥사도 남방유입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해로유입설'로 부른다. 북방유입설은 불교가 중국을 통해 전해지고. 이것이 다시 우리나라로 전해진 경로를 말한다. 그런나 해로유입설은 인도나 스리랑카 등의 동남아 불교가 중국을 통하지 않고 전해진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 남방불교는 좀더 초기불교에 가까워 정통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대승불교는 개화되고, 철학화되어 대중적인 불교로 변형된 것이다.

해남 미황사 천왕문해남 미황사 천왕문


해남 미황사 자하루해남 미황사 자하루



해남 미황사 범종각해남 미황사 범종각

미황사의 대웅보전은 무색이다. 조선시대 중건하면서 색을 칠하지 않은 것인지 퇴색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색이 없으니 무색무념의 불교정신과 잘 맞는 것 같다.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대웅보전 주춧돌에는 게와 물고기가 조각되어 있다. 이로 보건데 북방설보다는 남방설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천천왕문은 일반 사천왕의 모습이 아니다. 가까이 가서 주춧돌을 찍어야 하는데 나중에 찍으려다 잊고 내려왔다. 아쉽다.

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와 물고기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와 물고기

미황사의 단청 소리가 좋았다. 바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흔들리며 들려오는 단청 소리는 아늑한 영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 하다. 

해남 미황사 대웅전해남 미황사 대웅전

고요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기이한 노래는 뭘까? 한참을 주변을 서성이며 들었다. 곁에 세워진 안내문을 보니 국악단 올라인듯하다. 올라 외에도 담소, 앙상블 디오, 졸리브라스 사운드가 날을 정해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 산사의 버스킹이라... 햐.. 거참. 그러나 좋았다. 무슨 노래인지 다는 모르지만 가끔 아리랑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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