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감정 치유 / 노승수/ 세움북스
핵심감정 치유
노승수/ 세움북스
심리학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괜찮은가?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심리 상담이니 하는 실용적 심리학 역시 동일한 범주로 취급했다. ‘오직 예수’ ‘오직 복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예수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충분하다’는 말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성경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반계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별계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계시와 함께, 위에, 통해 존재한다. 칼뱅은 기독교 강요에서 말한다. 인간의 타고난 본능으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지각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의 본성은 하나님을 오해하여 미신에 빠지고, 의식적으로 피하기도하며, 망상에 의해 만들어낸 우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명백하게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과 권능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러한 자연은 하나님을 아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 자연의 지식만으로 하나님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과 일반계시는 정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칼뱅은 하나님은 천지의 창조주요 주관자이시라고 분명히 밝힌다. 또한 자연을 통해 섭리하신다. 즉 자연은 하나님의 특별한 사역을 위한 일터인 셈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재해석된 자연은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하나님의 지혜가 숨겨진 보고(寶庫)이다. 신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심리학을 다루는 이 책은 하나님께서 창조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유용한 도구이다.
핵심감정이란 무엇인가?
<핵심감정 치유>편은 앞선 ‘탐구’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완성이자 실용편에 속한다. 저자는 이 책이 <핵심감정 탐구>의 ‘교재’라고 밝힌다. 핵심감정의 치유는 ‘찾기’ ‘보기’ ‘지우기’ ‘세우기’라는 네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8명 정도의 소그룹으로 약 90분 정도의 시간을 갖고 네 과정을 실천해 보도록 만들었다. 다시 핵심감정이 무엇인지 상기해 보자. 필자가 <핵심감정 탐구>에서 요약 정리한 것이다.
“핵심감정은 ‘한 사람의 행동과 사고와 정서를 지배하는 중심 감정’이며, 어떤 대상으로부터 사랑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29쪽) 그렇다면 핵심감정은 뒤틀려진 관계로 인해 일어나는 좌절감의 일종이다.”
핵심감정을 타락한 인간의 본성 속에서 작동하는 관계에 대한 열망이자 왜곡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의 왜곡이 하나님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타인에 대한 상이 어릴 적 부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는닫고 말한다.
“왜 타인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안에 타인의 상이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엄마와 상호작용하면서 자기에 대한 좋은 느낌을 쌓아올린다.”(13쪽)
인간은 타자로 넘어가기 전 중간대상을 통한다. 중간대상을 통해 타자를 간접 경험한다. 장성하면 중간대상은 소실되지만 항구적으로 남는 중간대상은 ‘하나님의 표상’이다. 문제는 타락한 인간은 부패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바르게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성화는 왜곡된 모사를 바로잡아 참 인간의 원형이신 그리스도를 모사해 가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공감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타자상의 원형인 하나님표상이 있기 때문이다.’(15쪽) 그것을 칼뱅이 말한 대로 ‘종교의 씨’라 부른다. 이제 책 안으로 들어가 보자.
핵심감정 치료를 위한 네 단계
핵심감정은 ‘부담감’ ‘그리운’ ‘경쟁심’ ‘억울함’ ‘불안’ ‘두려움’ ‘열등감’ ‘슬픔’ ‘무기력’ ‘허무’ ‘소외’ ‘분노’로 나뉜다. 열두 특징을 나누어 네 단계의 과정을 설명하고 토론하도록 만들었다. 각 특징들을 실제 상담해온 실례와 성경의 인물들을 제시하며 우리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첫 장인 부담감을 예로 들어보자. Step1과 2를 요약 형식으로 제시해 보았다. 지우기와 세우기는 책을 통해 확인 하기 바란다.
핵심감정의 첫 번째 특징은 ‘부담감’이다. 부담감은 ‘칭찬을 받으려는 내적인 감정의 힘과, 자기 안에 내면화 된 권위자를 만족시키려는 감정의 힘 사이의 세력균형’(19쪽)이다. 타인에 시선에 자신을 맞추려는 일종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Step1. 핵심감정-부담감 찾기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탐색한다.
부담감의 타자상은 관심과 배려가 넘치며 간섭이 많다. 타자의 시선을 감시자의 시선으로 느낀다. 그는 늘 긴장되어 있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늘 눈치를 본다. 누군가 쳐다보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못한다. 실수할까봐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윗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한다. 그는 성실하고 헌신한다. 그는 전문가이며, 부지런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인이다. 그러나 그는 관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후배나 부하직원들은 그에게 배우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Step2. 핵심감정-부담감 보기
자신의 감정을 해석하는 시간이다.
“부담감은 의존을 통해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양육자의 높은 기대로 인해 좌절될 때 일어나는 또 다른 욕동이다.”(21쪽)
우체국 공무원인 유진씨는 기도원에 갔다가 전 재산을 바치라는 기도원장의 메시지를 듣는다. 출근할 때도, 교회에 나갈 때고 그 메시지는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집을 팔고 우체국을 퇴직하여 받은 퇴직금까지 기도원에 바쳤다. 잠시는 평안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다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다.
부담감은 부모의 과한 간섭에서 비롯되어 생겨난 감정이다.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고 걱정이 많고 수줍어한다. 복종적이며 자기 권리를 옹호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은 타인에게 압박을 주고 굴복하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표상을 갖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육신의 부모를 통해 이웃을 이해하게 되며 부모가 살아내는 이와같은 방식은 결국 우리가 하나님을 이해하는 방식이 된다.”(25쪽)
부담감을 가진 이들은 자발성이나 기쁨보다 권위자의 사랑을 구걸하고 의존한다. 타인의 시선에 들기 위해 비자발적 복종과 굴욕적 삶을 살아간다.(27쪽) 이러한 핵심감정은 하나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생각한다. 하나님은 부담을 주거나, 강요하고, 감시하고, 요구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모범적인 신앙인지이지만 기쁨이 없다. 헌신은 있으나 감사가 없다. 열심은 있으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Step3에서는 부담감 지우기를 시도하고, Step4에서는 ‘부담감의 언약적인 인격 주체 세우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네 단계가 엄격하게 구분된 것이 아니며 보기의 심화는 ‘다른 의미에서 찾기의 일부’(31쪽)라고 말한다. 마지막 단계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인격주체 세우기란 단지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정서가 개발되고, 그 정서적인 결을 따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기상이 정서적으로 정의되고 타자상과 하나님표상이 정의되는 것을 말한다.”(31쪽)
즉 감정과 의지가 상호작용을 통해 일치되어 인격적인 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바른 하나님표상을 소유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자아의 회복을 통한 관계의 회복을 지향한다. 자아의 회복은 독립적 존재로서의 자아가 아니다.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타자에 대한 하나님의 형상을 인정하는 관계를 말한다.
나가면서
이 책은 ‘독특하다’ 기존에 알고 있는 일반적인 목회상담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적지 않은 이질감도 느껴진다. 아마도 서양의 심리학에 한정되지 않고 한국식으로 토착화된 것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또한 기존의 심리학이나 심리상담은 심리학에 성경의 내용을 부자연스럽게 꿰어 맞춘 듯 어색하다. 하지만 핵심감정은 성경의 인물들을 예로 들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한 성경의 인물과 현재의 독자들과 내밀한 연대감을 갖게 된다. 심리학에 희소한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이 책을 온당하게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혀 거슬리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성경을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도 저자가 충분히 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정립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검사표’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몇 곳에서 검색되지만 신뢰할만한 자료인지는 알 수 없다. 가능하다면 검사표를 만들어 자신이 어떤 핵심감정에 속한지를 알고 책을 읽게 된다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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