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무신론의 심리학> 김기현목사
서평 무신론의 심리학
저자 폴 비츠
역자 김요한
출판사 새물결 플러스
서평자 김기현 목사(부산 로고스교회)
나는 어려서 아비를 잃었다. 오랜 투병생활로 당신이 애써 모은 전 재산을 날리고 허망하게 가셨다. 그분이 남긴 빈자리와 상실은 내게 이중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비가 없었기에 아비라 불리는 일체의 것이 생경하고 낯설었다. 대학 다닐 때 열심히 데모한 것도 기실 따지고 보면 거짓된 아비에 대한 분노였다. 반대고 아비가 없었기에 아비를 부단히 찾았다. 내 독서 편력을 돌아보건대, 책이 내 정신의 아비였다. 한 저자를 집중으로 읽는다. 그건 아비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의 표현이었으리라.
나와 달리 폴 비츠는 평범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무신론자가 된다. 고향과 부모로부터 벗어나고프고, 심리학계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편안한 삶과 주체적 자아가 되기 위해서 신앙을 떠났다. 심리학을 싶이 공부할수록 학계의 전제인 무신론이 검토된 것이 아니다. 포이어바흐가 말한 바대로 유신론이 인간의 자기 투사가 아니라 반대로 무신이 인간의 자기투사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저자는 무신론의 대변자요 대표자들의 개인 이력을 검토하고, ‘결함 있는 아버지’(degective father)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들과 아버지와의 관계가 무신론과는 어떤 관련이 있지를 따져 보았다. 니체, 흄, 러셀, 프로이드, 볼테르 등은 아버지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아버지가 있어도 유약하거나 폭력과 학대를 일삼아서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은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물론 당대의 문화적 환경과 본인의 의지적 선택이 개입되었지만, 육신의 아버지에게 거부당했던 경험이 하늘의 아버지마저 거부하게끔 만든 것이다.
무신론과 관련해선 개인의 심리적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무신론이 탄탄한 이론적 근거와 논리적 기반이 미약하다는 말이다. 무신론은 겉은 화려해 보여도 의외로 몸체는 허약하고 기초는 부실하다. 인류 역사에서 무신론이 이처럼 발호한 전례가 없고, 근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위세를 떨쳤고, 무신론자의 대부분의 한정된 특수한 소수계층에서 발견된다는 점도 그렇다.
뉴욕대학 심리학 교수인 폴 비츠의 작업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신이 된 심리학’에서 하나님이 아닌 인간 자신이 스스로에게 신이 되고, 숭배하는 이단적 형태를 통렬히 고발했다. 이 책 ‘무신론의 심리학’에서는 하나님 없는 인간 내면 자아의 이교적 형태를 쓸쓸하게 고소한다. 전자가 신이 아닌 것이 신 노릇하는 현상의 기술이라면, 후자는 신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만의 서술이다. 하나는 자기가 신이 되고 싶어하는, 다른 하나는 자기에게 신을 없애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룬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일으킨 혁명 중 하나는 하나님을 ‘아빠’라고 가르친 것이다. 하나님은 부재자도, 독재자도 아니다. 자상한 아버지다. 날마다 하나님을 아빠라고 부르며 기도하는 우리는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이다. 동시에 하늘 아빠가 내게 베푼 그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아빠이다. 나는 육체의 아비를 잃었으나 하늘의 아빠를 얻었다. 그 아빠로 인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점차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 ‘결함 없는 아버지’인 하나님 신앙이 결함이 덜한 아버지가 되게 한다.
그렇다고 무신론을 허접하기 짝이 없는 논리로 간단히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무신론이 왜 이 시대에 이토록 호황인지를 사회학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꼼꼼하게 짚어야 한다. 그들도 도전한다. “우리는 너희 때문에 하나님을 믿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하나님이 모든 만물의 아버지가라면서 너희와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을 형제가 아닌 원수로 대하는 거냐.” 그러니까 무신론의 심리학은 유신론자의 심리학에 이르는 징검다리다. 이 책은 내게 하나님은 어떤 아버지인지, 가족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인지, 어떤 아버지가 될 것인지를 묻는다.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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