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즐거움 / 마이클 리브스 / 송동민 옮김 / 이레서원
기도하는 즐거움
마이클 리브스 / 송동민 옮김 / 이레서원
기도만이 기도이다.
기도는 향유이다. 기도는 신학적 정의가 아니라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는 사변과 사유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은밀한 교제이다. 기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도는 오직 기도하는 것으로 기도가 된다. 목사는 기도를 설교하고, 신학적으로 정의하려 들지만 신실한 성도는 기도한다. 오래 전 늘 기도하고 오래 기도했던 어떤 권사님은 기도를 ‘경험’ ‘맛’으로 설명했다. 경험은 응답의 대한 것이었고, 맛은 기도함으로 얻는 평안을 말했다. 때로는 신학적으로 오류가 있어 보였지만 그 권사님은 기도와 삶이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는 분이셨다. 특히 매일 성경을 정해진 분량을 읽었고, 일주일에 이틀을 전도하러 나가셨다. 전도는 구제와 돌봄 사역과 병행되었다. 기나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왔던 그 권사님은 ‘오직 기도만이 살길이다’라고 재차 강조하셨다.
분명 기도의 ‘맛’이 있다. ‘맛을 봐야 맛을 아는’ 어느 간장 CM처럼 기도 역시 기도의 맛을 알아야 한다. 시편1편 기자는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율법을 주야로 묵상한다.(시 1:2) 하나님의 계명이 너무나 달콤하기에 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기도 역시 그렇다. 저자는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기도를 풀어낸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기도를 ‘행하는 의무’(16쪽)로 오해한다. 기도를 잘 하려하고, 기도의 방법을 찾는다. 선한 의도로 보이지만 기도는 방법이 아니다. 기도는 철저해 존재론적으로 ‘하나님과의 교제를 갈망’(22쪽)하는 것이다. 저자는 기도를 칼뱅의 정의를 빌려와 ‘신상의 주된 실천(the chief exercise of faith)’(18쪽)이라고 말한다. 즉 기도는 우리의 신앙이 드러나는 통로인 셈이다.
필자가 오독하지 않았다면 저자는 삼위일체론적으로 기도를 설명하고 있다. 1-2장에서 기도가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살핀 다음 기도의 시작은 죄인 된 인간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하나님의 말씀에서 흘러나오는 기도로 확장된다.(5장) 6장에서는 기도의 모범으로서 예수님을 살핀다. 7-12장까지는 성령님을 통해 하나님께 의존하는 기도가 무엇인지 몇 가지 주제로 풀어 나간다. 신론과 기독론, 그리고 인간론은 기도의 전제이다. 성령론은 기도의 핵심이다. 저자의 기도론은 조직신학적인 동시에 삼위일체론적 관점에서 기도가 무엇인지 설명해 나간다.
탁월한 설교자도 기도하지 않을 수 있다. 교회를 폭발적으로 성장 시킨 목사도 기도하지 않을 수 있다. 하나님은 탁월한 설교를 명하지 않았고, 폭발적인 교회 성장도 기뻐하지 않으신다. 많은 이들이 영혼 구원이라는 구호로 둔갑시킬 수 있으나 하나님은 구호에 휘둘리지 않으신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기도자이다. 기도는 신앙의 시작이고, 본질이고, 결론이다. 기도는 기도자가 하나님을 진심으로 신뢰하는 가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곧 우리의 기도 생활은 우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준다. 우리는 신앙에 관한 이야기와 이론을 통해 기도의 진리를 확증하면서도 하나님의 선하심에 관한 지식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 생활은 과연 우리가 정말로 하나님과의 교제를 갈망하고 있는지, 우리가 하나님을 정말로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인다.”(22쪽)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자신의 영원한 정체성을 드러’(36쪽)내셨다. 모든 일을 홀로 하지 않으시고 철저히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의존’(37쪽) 하셨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죄인이며, 타락한 심성을 지녔다. 바로 그 때문에 기도는 고통이자 쉽게 간과된다. 탁월한 사역자들이 종종 마르다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사역자들이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동안, 정작 하나님 사이의 교제에는 깊은 공백이 생겨’(13쪽)나기 때문이다. 사역이 기도를 대체할 수 없다. ‘하나님과 교제를 누리지 않는 지도자는 자신도 그 효능을 믿지 않는 상품을 파는’(12쪽) 사기꾼과 다르지 않다. 예수님은 친히 자신의 모든 것이 ‘아버지이신 하나님과의 교제 가운데서 흘러나’(37쪽)오게 하셨다. 사역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자신의 생산성이라는 우상을 좇는 대신에 하나님께 자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가 되어야 한다’(61쪽)
영화되지 않는 사람은 죄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매일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야 한다. 기도는 자신이 얼마나 하나님 앞에서 무력하고 무익한 존재인가 인식할 때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가 모두 죄인이며 본성상 기도에 서투른 이들’(26쪽)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죄인임을 알 때 ‘우리는 자신의 삶에 하나님이 필요하며, 우리 자신이 하나님께 모든 것을 받아 누리는 궁핍한 존재임을 시인’(60쪽)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도는 철저히 풍성한 하나님께 의존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또한 자신에게 의존하는 성도의 ‘기도를 들으시며 우리를 도와주시기를 기뻐하신다.’(41쪽) 그렇기에 성도는 매일을 하나님께 올려 드려야한다. 기도과 삶은 구분할 수 있으나 엄격하게 분리될 수 없다. 기도는 삶이 되어야 하고, 삶 속에서 기도해야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매일의 삶이 모두 하나님께 속했으며 우리가 늘 그분과의 친교 속에 있음을 알 때, 기도는 더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모든 순간 속으로 스며든다. 그때 우리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온종일 기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계속 지나치게 영적인 태도만을 취하거나 기도에만 집중하려는 충동에서 벗어나게 된다.”(52쪽)
결국 기도는 실존적 이해 없이 불가능하다. 자신의 나약함과 연약함을 인정할 때 우리의 손을 내밀어 ‘하나님이 베푸시는 친밀하고 애정 어린 도우심을 … 간청’(41쪽)할 수 있게 된다. 성령님은 우리가 죄인임을 알게 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신다.(롬 8:15, 갈 4:6) 또한 기도함으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70쪽) 역사하신다.
누가 기도의 달콤함을 알겠는가. 오직 자신이 죄인임을 알고, 성부 하나님의 크심과 성자 예수님의 성실한 모범을 알고 사랑하는 자가 기도한다. 성령은 기꺼이 성도가 올린 기도의 향을 하나님의 보좌 앞에 가지고 나아간다. 기도만이 살길이다. 기도를 정의하려 들지 말고 기도하자. 그 어떤 것도 기도를 대체할 수 없다. 짧지만 달콤하게 기도의 세계로 인도하는 이 멋진 책을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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