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 독서 습관 기르기
독서 계획을 세운다고 책이 읽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만만하게 봐서는 큰 코 다친다. 책은 습관이며, 근력이다. 운동도 하는 사람이 잘하고, 마라톤도 매일 연습하는 사람이 오래 멀리 간다. 독서도 동일하다. 처음부터 독서를 잘할 수 없다. 열 쪽만 읽어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오랜 독서 습관을 갖게 되면 천 쪽이 넘는 책도 순식간에 읽어 낸다. 누군가가 어떻게 책을 그리 빨리 읽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 책을 읽는 속도를 측정한 적이 있다. 책마다 글자의 수가 있다.
이미애의 <사막에 숲이 있다>라는 책을 살펴보자. 한 줄에 27자의 글로 되어 있다. 이 줄이 모두 20줄이다. 그럼 글자 수는 모두 540이다. 이것은 줄은 모두 똑같고 한 줄의 글자 수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그림이 없는 한쪽의 글자 수는 고작 540자이다. 이 글자를 읽는데 몇 분이 걸릴까? 사람마다 다르지만 필자의 경우는 30-40초가 걸린다. 더 빨리 읽기도 한다. 오래 걸리는 사람은 2분 정도가 소요된다. 좋다. 한 쪽당 1분으로 계산해 보자. 최근에 나오는 책들은 250-350쪽 분량이다. 하지만 모든 책은 1쪽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표지나 디자인 등이 앞에 차지해 보통 8쪽이나 15쪽이 돼서야 첫 장이 들어간다. 모든 쪽수를 300쪽으로 잡아 보자. 한쪽에 1분이 걸리면 300쪽은 300분, 합이 5시간이다. 이것은 정말 천천히 읽은 이들의 독서 시간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집중하면 한 권은 이틀이면 읽어 낸다는 말이 된다. 필자의 경우는 300쪽 분량은 한 시간 반이며 모두 읽는다. 자기계발서의 경우는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왜 그러는지 나중에 설명하겠다.
책 읽기는 일종의 읽기의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 처음부터 필자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책 읽는 습관을 머리와 몸에 배게 할까? 간단하다. 초등학생 고학년 용이나 중학생 수준의 책을 읽으면 된다. 얼마 전 중고 서점에 주문한 <산적의 딸 노냐>이다. 이 책은 역자 후기까지 합하여 316쪽이고, 9쪽이 첫 장이다. 그러니까 몯 307쪽이 된다. 왜 이런 책을 권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다.
먼저, 이 책은 초등학생용 소설이다. 글자가 크고 그림이 적지 않다. 마음 잡고 읽으면 일반 사람이라도 세 시간이 면 읽을 수 있다. 물론 집중해야 한다.
둘째는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책들을 읽어보라. 한 장을 읽는데 필자도 3분 이상 소요된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메모까지 하며 읽는다. 그러나 이런 책은 재미있고 고민하지 않고 읽어도 되는 책이다. 술술 읽힌다.
셋째, 그림이 있다. 물론 그림 없이도 있지만 그림이 있으면 쉬어가는 느낌이 들고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분량도 많으면서 글은 적어지니 읽기 쉽다.
넷째, 하나의 스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후에 서평이나 줄거리 요약을 할 때도 편하게 한다.
이렇게 가벼운 책으로 시작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두껍고 깊이 있는 책을 읽을 수가 쉬워진다. 읽기의 훈련이 시작되면 읽기의 매력에 빠져 더 오래 읽고 더 많이 읽어도 잘 읽어내게 된다.
독서의 근육은 일종의 심리적 저항을 이기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해보지 않는 일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성공의 비결이 있다. 작은 성공을 축적시키는 것이다. 작은 것에 성공하고 또 성공하면 그다음 단계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점차 저항감을 이기는 마음의 근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 이르면 독서의 맛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면 독서 천재가 된다. 물론 읽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진짜 독서의 근육을 기르고 싶다면 가볍고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하자. 작은 습관이 곧 큰 습관?이 되고,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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