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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 이것이 아나뱁티스트다

샤마임 201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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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2013년 9월 21일 

이것이 아나뱁티스트다


어제로 추석 연휴도 끝이다. 홀린 듯 지나간 시간이다. 성경고사 기출문제도 내야하고, 본가와 처가에도 가야했다. 금요일 시벽기도회를 위해 급하게 목요일 저녁 부산으로 들어왔다. 몸이 많이 힘들다. 금요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4시간을 자고 나니 정신 조금 돌아온 것 같다. 몸이 지치니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헬라인들의 고집을 조금 알 것 같다.

 

점심 먹을 먹고 온 가족이 TV앞에 둘러 앉아 영화 한 편을 봤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 (2013) Jack the Giant Slayer. 인간이 사는 땅과 하늘 사이 중간에 떠있는 거인 족과의 전쟁을 다룬 이야기다. 잭과 콩나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참 많다. 장화 신은 고양에서도 콩이 자라 하늘에 올라간 이야기가 있다. 비슷한 테마로 여러 가지 이야기로 변형시켜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 신기하다. 사람들의 상상력이란 대단한 것 같다.

 


이 영화는 몇 가지의 원형 틀을 가지고 있다. 급속하게 크는 콩나물은 인간의 상상력을 상징하고, 상상력은 때론 파괴적 욕망과 치환된다. 공주가 늙은 공작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 젊은 청년 잭이 역시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엮어진다. 이 둘 결함은 새로운 모험을 만들어 내고 결국 둘은 결혼하여 다시 평온한 왕궁으로 되돌아온다. 마치 일상의 지루함을 덜고자 잠시 여행을 떠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한 편의 여행과 같다. 콩나무가 땅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현실이다. 거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왕은 콩나물을 베도록 명한다. 거입들의 침입을 차단하고 현실은 다시 평온-지루함으로 돌아간다. 결국 실패로 돌아가지만. 실패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여행은 현실의 재발견이다. 일상이 결코 지루하지 않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길지 않는 시간 동안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모험이 진행된다. 그리고 결말은 모험담을 들려주는 아빠의 이야기 장면으로 끝이 난다. 지금 여기의 안정은 지난 과거의 모험담에서 도출된 결론인 셈이다. 아이들은 모험담을 듣고 그들도 모험을 꿈꾸게 될 것이다. 그럼에 왕은 다시 지난 번 자신을 반대한 부모처럼 자식들의 모험을 반대할 것이다. 현실은 경험이란 산물을 통해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지 않으면 지루함과 무의함의 연속일 뿐이다. 그것을 이기는 단하나의 무기는 바로 상상력이다. 그래서 동화의 나라는 늘 재미를 준다. 잭의 콩나무가 시대마다 반복되고 변형되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험담이 하나 더 있다. 정밀한 판단은 아니지만 종교개혁 이후 아나 뱁티스트는 이 땅에 얼굴을 내밀었다. 얼굴을 내미는 동시에 피와 죽음으로 점철된 기나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로만 들려주기에 뼈아픈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들려져야 되고, 들어야 한다. 수개 월 전 O집사님께서 선물로 주신 책인데 우선순위에 밀려 읽지 못한 것을 어제 꺼내 들었다. 칼뱅을 읽는데 아나 뱁티스트에게 호기심이 가는 이유가 뭘까. 그들은 잭이 심었던 콩나무가 들려 올려줄 상상의 나라에 대한 기대로 살았다. 아나 뱁티스트의 중요한 해석의 틀과 신학은 '공동체'다. 바로 이것 때문에 종교개혁 당시 핍박과 순교의 제물이 되었다. 그들의 상상력은 위험한 것이다. 기존의 현실을 부정하고 재편하고 싶었다. 이러한 상상력은 기존 질서를 중요시하는 카톨릭과 심지어 루터와 칼뱅에게서조차 배척을 당했다. 위험한 일단의 무리로 취급되었다.


너무 앞서갔다. 지도자의 선택은 곧 백성이 선택이어야 했던 시절, 그들은 과감하게 거부하고 죽음을 택했다. 인간에게는 고유한 자유가 있음을 피로 증명한 셈이다. 그들의 모험담은 현실 속에서 탐욕과 권력에 찌들려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전 그 자체다. 아무런 대가도 지불할 의양이 없는 나태한 크리스천들에게 위협적이다. 아무래도 그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듯싶다. 아직 읽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더 숙고할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

 

저자인 스튜어트 머레이는 12년 동안 런던의 타워 햄릿에서 도시 교회 개척자로 사역했다. 아나뱁티스트 성경해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런던 아나뱁티스트 네트워크 대표로 확동 하고 있다. 이번에 읽게 된 두 권의 책 중 하나인 [아나뱁티스트 성경 해석학]이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이다. 장로교 목사로서 아직 아나뱁티스트는 편견과 오해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의 맨얼굴naked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루터도, 칼뱅도 읽어야 하는데 짐이 하나 늘었다. 아나 뱁티스트 그들이 나의 걸음을 더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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