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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15장 묵상 강해 설교

샤마임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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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진노 앞의 찬양: 심판과 예배 사이에 선 성도

요한계시록 15장은 대접 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하늘에서 벌어지는 거룩한 예배 장면을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어떻게 함께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우리는 이 장에서 ‘심판의 두려움’과 ‘예배의 경외’가 어떻게 하나님의 영광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지를 목도하게 됩니다. 이 본문을 깊이 묵상함으로써, 우리는 종말적 심판을 피상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거룩과 정의 앞에 설 준비를 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요한계시록 15장을 통해, 마지막 심판의 무게와 동시에 거룩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들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함께 살펴보며 그 뜻을 묵상하겠습니다.

 

하늘의 또 다른 큰 이적: 일곱 천사와 마지막 재앙 (15:1)

본문은 “또 하늘에 크고 이상한 다른 이적을 보니 일곱 천사가 일곱 재앙을 가졌으니 곧 마지막 재앙이라 하나님의 진노가 이것으로 마치리로다”(15:1)로 시작합니다. 요한은 이 장을 ‘또 다른 큰 이적’(σημεῖον μέγα καὶ θαυμαστόν, sēmeion mega kai thaumaston)이라 표현합니다. 이는 단순한 놀라운 현상을 넘어, 하나님께서 그의 섭리 가운데 마지막 구속의 단계를 드러내신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일곱’은 요한계시록 전체에서 하나님의 완전성과 구속 계획의 충만함을 상징하는 수입니다. 이 일곱 천사에게 주어진 ‘일곱 재앙’은 헬라어로 ‘πλήγας’(plēgas)로, 이는 단순한 자연적 재해가 아닌 ‘매’ 또는 ‘징벌’의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자연의 우연이 아닌,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공의의 손길임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재앙이 ‘하나님의 진노가 이것으로 마치리로다’라는 구절을 통해 심판의 최종 단계임을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 일곱 대접 심판은 역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하나님께서 악에 대한 심판을 완성하시는 사건이며, 이는 회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개입입니다.

 

유리 바다와 모세와 어린양의 노래 (15:2-4)

이제 시선은 다시 하늘의 경배 장면으로 옮겨집니다. “또 내가 보니 불이 섞인 유리 바다 같은 것이 있고 짐승과 그의 우상과 그의 이름의 수를 이기고 벗어난 자들이 유리 바닷가에 서서 하나님의 거문고를 가지고”(15:2). 유리 바다는 요한계시록 4장에서도 등장하며, 하나님의 보좌 앞에 펼쳐진 고요하면서도 찬란한 공간을 상징합니다. 여기에 ‘불이 섞였다’는 표현은 심판의 긴박함과 하나님의 진노가 임박했음을 암시합니다.

 

요한계시록 안에서 '유리 바다'는 하나님의 보좌 앞에 펼쳐진 거룩하고도 신비한 공간으로, 하나님의 초월성과 정결함, 그리고 심판과 구속 사이의 경계를 상징합니다. 계시록 4:6에서 처음 등장하는 유리 바다는 “보좌 앞에 수정과 같은 유리 바다”로 묘사되며, 이는 출애굽기 24:10에서 하나님 아래 보인 '청옥 같던 정결한 하늘'과 연결되어, 하나님의 보좌 앞 거룩한 임재의 자리로 해석됩니다. 15:2에서는 “불이 섞인 유리 바다 같은 것이 있고”라는 표현으로 다시 등장하는데, 이 장면에서는 짐승을 이기고 벗어난 성도들이 그 바닷가에 서서 하나님의 거문고를 들고 찬양합니다. 이때의 유리 바다는 고난을 통과한 믿음의 순결과 심판 직전의 긴장된 거룩함을 동시에 나타냅니다. 따라서 유리 바다는 하나님의 절대적 거룩과 영광의 반사면이며, 구원받은 자들이 서게 될 최종적 승리의 자리, 그리고 창조와 심판이 교차하는 종말론적 경계 공간으로 이해됩니다.

 

이 바닷가에 서 있는 자들은 단순한 구원받은 자들이 아니라, ‘짐승과 그 우상과 이름의 수를 이기고 벗어난 자들’입니다. 즉, 이들은 짐승의 표를 받지 않고, 고난 가운데서도 믿음을 지킨 성도들입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하나님의 거문고’(κιθάραι τοῦ θεοῦ, kitharai tou theou)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구속받은 백성들이 하나님께 찬양을 올리는 거룩한 도구입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와 어린양의 노래’입니다(15:3). 이는 출애굽기의 홍해 사건 직후 부른 모세의 노래(출 15장)를 암시하며, 구약과 신약의 구속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는 놀라운 통합을 상징합니다. ‘크고 놀라우신 주 하나님’이라는 찬양은 하나님의 전능과 공의의 속성을 강조하며, ‘주의 길은 의롭고 참되시도다’는 표현은 하나님 심판의 정당성과 신실하심을 선포합니다.

 

이어지는 15:4에서 ‘주의 이름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영광스럽게 하지 아니할 자 누구오리이까’라는 수사적 질문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교만이 설 자리가 없음을 드러냅니다. 모든 민족이 그 앞에 경배하게 되는 종말론적 찬양의 장면은, 지금 현실에서는 비록 소수의 순교자들이 찬양하고 있을지라도, 결국 모든 세상이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될 날을 예고합니다.

 

성전이 열리고 심판의 천사들이 나오다 (15:5-8)

장면은 다시 전환되어, 하늘 성전이 열리며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에서 일곱 천사들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또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하늘에 증거 장막의 성전이 열리며”(15:5). 여기서 ‘증거 장막’(σκηνὴ τοῦ μαρτυρίου, skēnē tou martyríou)는 출애굽 당시 광야에 있었던 성막을 의미하며, 하나님과의 만남의 장소, 하나님의 계시와 율법이 머물던 공간을 상징합니다. 이제 그 성전이 열리며 하나님의 마지막 명령이 실행되는 장면이 전개됩니다.

 

일곱 천사는 ‘깨끗하고 빛난 세마포 옷을 입고 가슴에 금띠를 띠고’ 나타납니다(15:6). 이들은 단지 하나님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정결하게 구별된 존재로서의 권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마포 옷(λινὸν καθαρὸν λαμπρὸν)은 정결함과 의로움을 나타내며, 금띠는 신적 권위를 의미합니다.

 

이 천사들에게는 ‘네 생물 중 하나가 영원토록 살아 계신 하나님의 진노를 가득 담은 금 대접을 줍니다’(15:7). 여기서 ‘진노’(θυμός, thymos)는 하나님의 분노가 감정적 폭발이 아닌, 죄에 대한 정의로운 대응임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며, 악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절인 15:8에서는, 성전이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으로 가득 차게 되고, 일곱 천사의 일곱 재앙이 마치기까지는 아무도 성전에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이는 하나님의 심판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그 누구도 그 거룩한 임재 안에 접근할 수 없음을 뜻하며, 하나님의 절대주권 아래 진행되는 종말적 심판의 장엄함을 상징합니다.

 

[하늘성정]

성경에서 '하늘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와 거룩, 그리고 구속 역사의 중심을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구약에서 성막과 솔로몬 성전은 하나님이 백성 가운데 거하시기 위한 모형으로 주어졌고(출 25:8-9), 히브리서에서는 그것들이 "참된 것의 그림자"(히 8:5)라 설명됩니다. 하늘 성전은 그 참된 실체로, 하나님 보좌가 있는 장소이며(사 6:1-4, 계 4:1-11),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성전의 대제사장으로서 단번에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습니다(히 9:11-12). 요한계시록에서는 심판의 명령과 예배가 이 하늘 성전에서 발원함을 보여주며(계 11:19, 15:5-8),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거룩한 정의의 중심이 바로 그곳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하늘 성전은 하나님 백성의 최종 거처인 새 예루살렘과도 연결되며(계 21:22), 장차 모든 구속이 완성될 영원한 성소를 상징합니다.

 

결론

요한계시록 15장은 대접 심판이 시작되기 전, 하늘에서 벌어지는 찬양과 예배의 장면을 통해 심판이 단순한 파괴나 보복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거룩과 정의가 드러나는 자리이며, 하나님 백성의 순결한 찬양이 울려 퍼지는 자리입니다. 성도들은 짐승의 권세를 이기고, 유리 바닷가에서 하나님의 거문고를 들고 노래합니다. 그들의 노래는 모세의 노래와 어린양의 노래이며, 하나님의 구원과 공의가 완전하게 성취되었음을 선포하는 찬양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찬양의 부름을 따라, 세상의 유혹과 핍박 가운데서도 믿음을 지키며, 마지막까지 하나님을 경외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반드시 이루어지지만, 그 가운데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자들로 부름받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요한계시록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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