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일서 강해 1:5하나님은 빛이시라
하나님은 빛이시라
요한일서 1장 5절은 단 하나의 절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있어 대단히 근본적인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요한일서 전체의 주제를 요약하고, 이후 전개될 내용의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선언적 말씀입니다. "우리가 그에게서 듣고 너희에게 전하는 소식은 이것이니 곧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둠이 조금도 없으시다는 것이니라" 이 말씀은 단지 하나님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그분의 본질을 밝히는 신앙고백이며 동시에 성도의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주는 기준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더 깊이 깨닫고, 그 하나님과의 사귐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본질, 빛의 선언
요한은 본문을 통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듣고 깨달은 진리의 핵심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은 빛이시다"는 진리입니다. 여기서 '빛'(φῶς, 포스)은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헬라어 '포스'는 단순히 물리적 광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순결, 거룩함, 생명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구약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빛으로 자주 묘사됩니다. 예를 들어 시편 27편 1절은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라고 고백하고, 이사야 60장 19절에서도 하나님은 영원한 빛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빛이시다'는 선언은 하나님이 진리의 근원이시며, 도덕적으로 완전하시고, 죄와는 전혀 무관하신 분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어지는 표현인 "그에게는 어둠이 조금도 없으시다"는 구절은 이 진리를 더욱 강조합니다. 헬라어 원문에서는 '조금도 없다'(οὐδεμία, 우데미아)라는 표현이 부정어 '우'와 '데미아'(없는)를 결합한 강한 부정의 표현으로, 하나님 안에는 그 어떤 형태의 어둠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전합니다.
여기서 '어둠'(σκοτία, 스코티아)은 도덕적 타락, 거짓, 죄, 사망 등을 의미하며, 빛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사용됩니다. 하나님은 그 본질상 어떤 어둠과도 타협하지 않으시며, 그분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거룩하고 순결하며 생명 그 자체입니다.
진리의 빛과 거짓의 어둠
하나님이 빛이시라는 사실은 단순한 신학적 명제가 아니라, 신자에게는 실천적 삶의 방향을 요구하는 기준이 됩니다. 사도 요한은 이 진리를 선포함으로써, 진정한 하나님과의 사귐이 무엇을 전제로 하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빛 가운데 계신 하나님과 사귐을 누리기 위해서는, 신자 또한 빛 가운데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6절부터 이어지는 말씀은 바로 이 진리를 바탕으로 빛과 어둠, 진리와 거짓, 죄와 회개의 관계를 설명하게 됩니다.
이 본문은 초대교회 당시에 퍼지고 있던 영지주의 이단 사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지주의는 물질은 악하고 영은 선하다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윤리적 삶보다는 신비한 지식이나 영적 체험을 통해 구원받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들은 육체로 오신 그리스도를 부정하거나, 도덕적 삶과는 무관한 구원을 강조하였습니다. 요한은 이러한 사상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하나님과의 사귐은 빛의 삶, 곧 진리와 거룩함의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이 빛이시기에, 그분과의 교제는 반드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어둠을 멀리하고 진리 가운데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과의 사귐이란 단순한 감정이나 생각의 공유가 아니라, 그분의 빛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자신의 죄와 거짓을 직면하며, 회개와 순종의 삶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함합니다.
빛 안에서의 사귐이 가져오는 변화
하나님이 빛이시라는 사실은 동시에 우리의 존재와 삶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빛은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며, 어둠 속의 것들을 밝혀내는 속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는 삶입니다. 이는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동반할 수 있으나, 동시에 자유와 치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진정 하나님과 동행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 있는 어둠의 영역을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님 앞에 내어놓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거짓, 위선, 정욕, 분노, 시기, 탐욕과 같은 내면의 어둠들이 빛 앞에서 드러날 때, 우리는 그것을 은혜로 처리받을 수 있습니다. 요한은 이후 1장 9절에서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라고 말하며, 빛 앞에서의 정직한 고백이 가져오는 은혜의 열매를 강조합니다.
하나님이 빛이시라는 진리는 또한 우리에게 '거룩함'의 부르심을 줍니다. 베드로전서 1장 16절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과의 사귐은 우리를 세상과 구별된 삶으로 이끕니다. 이는 단지 외적인 규율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선택과 태도, 말과 행위 모두에 있어서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한 빛은 방향을 제시합니다. 빛이 없으면 길을 잃지만, 빛이 있으면 갈 길이 보입니다. 하나님이 빛이시기에, 그분과 교제할 때 우리는 삶의 올바른 방향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의 가치 판단, 인생의 목표, 관계의 방향, 사역의 우선순위 모두가 하나님의 빛 안에서 재정렬되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고난과 시험 가운데서도 길을 찾게 하며, 세상의 혼란과 거짓 속에서도 진리를 분별하게 하는 능력이 됩니다.
교회의 사명, 빛의 전달자
하나님이 빛이시라는 사실은 교회 공동체에도 중요한 사명을 부여합니다. 마태복음 5장 14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이 빛이시며, 그분의 자녀들도 빛의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빛을 비추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것은 단지 복음을 선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정의와 사랑과 진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나타내는 삶의 방식 전체를 포함합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5장에서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고 권면합니다. 교회는 빛의 자녀들로서 어둠의 일들을 분별하고, 그것을 책망하며,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빛을 드러내야 하는 사명을 가집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날마다 말씀으로 자신을 비추고,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진리와 사랑의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진리와 거짓이 혼재하고, 윤리적 기준이 상대화되는 시대 속에서 교회는 더더욱 분명한 빛의 기준을 붙들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말로는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삶으로는 어둠 가운데 머무는 이중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결코 빛과 어둠을 함께 두시는 분이 아니시며, 진리와 거짓 사이에 중간지대를 두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회색지대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빛 가운데로 나아가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결론
하나님은 빛이시며, 그 안에는 어떤 어둠도 없습니다. 이 진리는 하나님과의 사귐이 단지 감정적 경험이 아니라, 진리와 거룩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이 빛이시기에 우리도 그 빛 가운데로 부름 받았으며, 자신의 삶을 그분 앞에 드러내고, 회개하며, 거룩한 삶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빛은 드러나게 하며, 회복하게 하고,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빛되신 하나님과의 사귐을 통해 변화되고, 세상을 향한 빛의 통로로 살아가야 합니다.
요한일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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