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한일서 강해 1:6~1:10 빛 가운데 행하는 자의 삶

샤마임 2025. 4. 21.
반응형

빛 가운데 행하는 자의 삶

요한일서 1장 6절부터 10절까지는 하나님은 빛이시라는 신학적 진술(1:5)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이 그 빛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를 실천적으로 풀어낸 말씀입니다. 사도 요한은 본문을 통해 하나님과의 사귐, 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백과 용서라는 세 가지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참된 신자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신앙은 고백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삶의 열매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 열매는 빛 가운데 행하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 신앙인의 자세와, 죄에 대한 올바른 태도, 그리고 회개의 복음이 주는 은혜를 깊이 묵상하며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합니다.

 

하나님과의 사귐과 삶의 일치

6절 말씀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과 사귐이 있다 하고 어둠에 행하면 거짓말을 하고 진리를 행하지 아니함이거니와" 이 구절은 신앙 고백과 실제 삶 사이의 일치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사귐'(κοινωνία, 코이노니아)은 단순한 관계 이상의 깊은 연합과 동참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과 사귐이 있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성품, 즉 빛의 본질에 참여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어둠에 행한다'(ἐν τῷ σκότει περιπατῶμεν, 엔 토 스코티 페리파토멘)는 삶의 지속적 행위를 나타내는 현재형 동사로,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습관적인 죄 가운데 거하는 삶을 뜻합니다. 요한은 이렇게 말과 삶이 불일치한 자들을 향해 '거짓말을 한다'(ψευδόμεθα, 푸세우도메타)고 단언하며, 진리를 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는 초대교부 이그나티우스가 강조했던 것처럼, 단순히 '말로만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신앙은 고백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반드시 삶의 태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빛이시며, 그분과의 관계는 거룩함과 정결함, 그리고 진리의 삶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의 사귐을 고백하면서도 죄와 거짓의 어둠 속에 머무르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순이며, 거짓된 신앙입니다.

 

빛 가운데 행함과 정결의 은혜

7절은 이와 대조적으로 참된 신자의 삶을 묘사합니다. "그가 빛 가운데 계신 것 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여기서 '빛 가운데 행한다'(ἐν τῷ φωτὶ περιπατῶμεν)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순종의 삶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 의로움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러한 삶이 곧 서로 간의 사귐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과의 사귐은 공동체적 관계로 연결되며, 이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사랑과 용납, 진리 안의 교제로 구체화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구절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사랑할 때 우리는 하나님 안에 거한다"고 주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강력한 선언으로 이어집니다. '깨끗하게 하신다'(καθαρίζει, 카타리제이)는 단순한 사면이 아니라, 내면의 정결함까지 포함하는 치유적 개념입니다. 죄의 결과뿐만 아니라 죄의 더러움까지도 제거하시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능력을 말합니다. 이 '모든 죄'(πᾶς ἁμαρτία, 파스 하마르티아)는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 개념으로, 크고 작은 모든 죄를 포함한 전인적 죄악을 의미합니다.

 

예수의 피는 단지 과거의 죄를 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죄까지도 정결하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는 신자가 완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빛 가운데 살아가면서도 넘어질 수 있음을 전제하고, 그때마다 보혈의 능력으로 회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참된 신자는 완전함보다도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덧입는 자입니다.

 

죄의 부정과 회개의 자리

8절과 10절은 구조적으로 서로 호응하며, 죄의 부정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만일 우리가 죄 없다 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8절), "만일 우리가 범죄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이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10절) 이 두 절은 모두 '만일 ~하면'(ἐὰν εἴπωμεν, 에안 에이포멘)이라는 조건절 구조로 시작하며, 신자의 자만과 자기기만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죄 없다 한다'(ἁμαρτίαν οὐκ ἔχομεν)는 인간의 전적 타락을 부정하는 선언으로, 이는 초기 영지주의자들이 가졌던 오류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들은 영혼의 순수성과 행위의 무관함을 주장하며, 죄의 현실성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인간은 본질상 죄인이며,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구원받을 수 없음을 말합니다.

 

사도 요한은 그러한 죄의 부정이 진리의 부재를 뜻하며, 더 나아가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신성모독적인 행위라고까지 단언합니다. 이는 단순한 오해나 약함이 아닌, 복음의 본질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리게네스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 자는 회개할 기회를 스스로 버린 자"라 말하며, 진리 안에서 죄를 직면하고 고백하는 것이 신자의 기본 자세임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9절은 이 흐름 가운데 회복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여기서 '자백하다'(ὁμολογῶμεν, 호몰로게오멘)는 '같은 말을 하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판단에 동의하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나 후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에 따라 죄를 시인하고 돌이키는 태도를 뜻합니다.

 

하나님은 '미쁘시고 의로우시다'(πιστός καὶ δίκαιος, 피스톳 카이 디카이오스)고 하셨습니다. '미쁘다'는 신실하시다는 뜻으로, 하나님은 약속하신 바를 반드시 지키시는 분입니다. '의롭다'는 표현은 하나님의 공의로운 성품을 나타내며, 그분은 죄를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고, 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해 공의롭게 처리하십니다. 이 두 성품은 하나님의 용서가 결코 값싼 은혜가 아니라, 십자가의 희생을 통한 공의의 성취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론

요한일서 1장 6절부터 10절은 하나님과의 사귐이 말과 삶, 고백과 행위가 일치하는 삶 속에서만 가능함을 강조합니다. 빛 가운데 행한다는 것은 단지 도덕적 규범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죄를 인정하고, 보혈의 은혜로 날마다 새로워지는 삶을 의미합니다. 죄를 부정하는 자는 하나님과 동행할 수 없으며, 자신의 어둠 속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죄를 자백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의로우셔서 용서하시고 정결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빛 가운데 살며, 정직한 고백과 회개의 태도로 하나님의 사귐에 참여하는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요한일서 구조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