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을 읽고
세상을 구원하는 다섯 가지의 방법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을 읽고
세실 앤드류스 /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10-21
지구를 지키는 영웅들이 많다. 처음 만나 영웅은 ‘마징가 제트Z’였고, 두 번째는 태권브이V였다. 세 번째는 독수리 오형제도 있다. 정확하게는 독수리 오남매다. 여자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좀더 커서 다른 영웅을 만났다. 근육질의 우월한 체격을 가진 람보도 있고, 외계에서 날아온 슈퍼맨도 있다. 나중에 보니 인간이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한 배트맨과 스파이더맨도 있다. 영웅에서 여자가 빠지면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여자 슈퍼맨-우면도 있다. 영화는 大望했다. 캣우먼도 있고, 블랙위도우, 엘렉트라도 있다. 제일 유명한 여자 영웅은 원더우먼이다. 미국의 상징은 별을 잔뜩 치장하고 나오는 여걸이다. 아무리 강한 남자라도 원더우먼에게는 새 발의 피다. 그들이 있는 한 지구는 안전하다. 그렇지 아니한가.
지구를 구하겠다는 또 한 명의 여성이 있다. 바로 세실 앤드류스가 그 주인공이다. 누굴까? 무엇으로 지구를 구한단 말인가? 소개문을 들여다보자.
커뮤니티 교육전문가. 미국 전환운동을 대표하는 활동가.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 취득. 동대학 객원 연구원. 또 있다. 지역 주민 중심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 시애틀 피니 에코 빌리지의 설립자. 등등. 펴낸 책도 있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 ‘단순하게 살기 모임’ ‘ 비울수록 아름답다’ 등의 여러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또 정말 중요한 사실, 아줌마다. 이 책의 핵심이라 할 만한 사실이니 꼭 알아 두길. 아줌마의 글 빨이 장난 아님. 하여튼 저자의 소개는 여기까지 하자. 앞으로 할 말이 많으니.
책의 핵심을 알고 싶은가. 저자가 서문에서 당돌하게 소개한다.
“이 책의 핵심은 유쾌하고 배려할 줄 아는 대화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있다. 나는 세상을 구하는 길은 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대화다. ‘혼자 알아서 하라’는 문화에서 벗어나 ‘우리는 하나’라는 문호에 이르게 하는 것도 바로 대화다.”(11쪽)
자 어떤가? 저자를 ‘당돌하다’고 평한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할 것이다. 세상을 구하는 도구는 유쾌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이란 수식어가 붙은 ‘대화’다. 대화가 지구를 지킨다! 오호라, 이런 멋진 아줌마가 또 있을까? 그럼 은신처는 미장원이나, 동네 슈퍼쯤이나 될까. 거기도 좋다. 저자는 ‘거실’이 최고라고 말한다.(9쪽) ‘거실 혁명’ 거창하고 멋진 표현이다. 이건 뭐랄까 세상을 구하려고 당나귀 타고 예루살렘으로 뒤뚱 거리며 들어가는 예수님의 모습이랄까. 예루살렘 입성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믿음이 좋은 사람은 다 안다. 유머도 없는 사람이 무슨 신자라고! 꽝이다 꽝! 신자들이여 웃어라. 그리고 혁명을 작당하라. 세상을 바꾸려는 즐거운 반란을 작당하라.
좋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몇 가지의 기본 지식을 전수해 주마.
잘 들어라. 두 번 말 한다. 필기 준비하고. 졸지 말고, 잡담도 금지다.
첫 번째, 기쁨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핵심은 이거다. 기쁨은 타인과 협력할 때 온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반목이 아닌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이기심도 탐욕도 버려라. 그러면 기쁨이 충만할 것이다. 협력하면 기쁘지만 경쟁하면 ‘고립되고, 스트레스 받고, 우울해지며, 결국은 온 사회에 전염병처럼’(29쪽) 고통이 퍼져나갈 것이다. 결론은 이거다.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라. 그러면 그대로 행복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함께할 때 행복해 진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행복의 파랑새를 찾으러 먼 길을 떠났다. 많은 고생을 했음에도 파랑새는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곳에 파랑새가 있었다. 행복이란 이런 거다. 행복을 구성하는 4대 요소가 있다. 관계, 소명, 유희, 통제다. 한 문장으로 풀어내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존중하되 삶의 목적과 즐거움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주제는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하면 홀로 있을 때 보다 ‘더 건강’ 해지고, ‘더 즐겁고’ ‘더 행복’하다. 또 하나 ‘더 많이 먹는다.’
세 번째, 공동체를 만들어라.
당돌한 아줌마가 유쾌한 공동체를 ‘경이’롭다고까지 표현한다.(59쪽) 공동체에 유쾌함을 더할 때 지구를 구할 수 있다. ‘유쾌하다’가 라틴어로 ‘살다’는 뜻이라고 한다. 유쾌하려면 ‘공감’해 주어야 한다. 유쾌한 공동체를 통해 세상을 구할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 단 지루한 공동체는 빼고.
“공동체는 행복의 기본적 욕구인 타인과의 관계를 충족시킨다. 공동체 활동을 통해 우리는 행복감과 안정감, 소속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62쪽)
유쾌한 공동체를 만드는 비결을 공개한다. 뭘까? 먼저 ‘사람들을 서로 알 게하고 화기애애한 방식으로 대화하게 만들’(63쪽)어야 한다. 어떻게? 차와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건네고 인사해라. 모두가 발언하게 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만들어라. 쉽네! 이렇게 되면 하나로 뭉친다.
네 번째, 행복을 위한 대화법을 계발하라
진짜진짜 밝히는 거지만 대화가 제일 어렵다. 목사이고 소그룹 인도자이고 못하는 거 빼고 다 잘 하지만 대화가 제일 어렵다. 내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 많~~~다. 이게 어디 나뿐이겠는가. 그러니 행복을 위한 대화법을 계발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저자는 열 한가지의 방법을 소개 한다. ‘생각하고 느낌 것을 당당하게 말하라.’ ‘경청하라.’ ‘친절하라.’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 등이 있다. 더 앍고 싶다면 책을 사서 읽으시길. 여기서 저자의 탁월한 문장을 몇 개만 인용해 보자.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보살피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로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돌보지 못한다면 나머지 다른 종들도 돌볼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99쪽)
“나는 대화의 경험이 이러한 무관심과 냉담함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개념을 확장할 때 우리는 이와 같은 ‘죽은’ 대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105쪽)
다섯 번째, 가르치고 싶다면 대화하라
가장 위대한 철학자요 교사였던 소크라테스는 산파술로 유명하다. 고대의 철학 역시 대화였다. 존재 의미를 관계로 파헤친 마틴 부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가르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늘 대화한다.” 맨발의 교사가 되라고 한다. 두 발은 땅을 딛고, 머리로는 우주를 생각하는 것이다. 땅은 합리주의, 현실이고, 우주는 이상주의다. 잘 생각해보자. 사대성인으로 불리는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그리스도, 붓다 모두 대화의 달인들이다. 그들은 모두 ‘말의 힘으로 사람들을 변화시켰다.’(314쪽)
무엇을 근거로 대화해야하나. 세실 아줌마는 놀랍게 접근한다. ‘답은 세계인권선언문에 있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문으로 1948년 유엔이 제정한 문서다.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세실 아줌마가 경악한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제29조 1.
모든 사람은 그 안에서만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고 완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한다.
내용이 모호하여 영어 원문을 들여다보자.
Article 29. (1)
Everyone has duties to the community in which alone the free and full development of his personality is possible.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의무를 뜻하는 ‘has duties’다. 책은 이렇게 번역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인격이 완전히 자유롭고 충분히 발달할 수 있는 공동체(사회 community)를 만들 의무가 있다."
짧은 영어 실력을 보충하려고, 사전을 찾았다. 의무 책무 직무 세금 등으로 번역했다. ‘의무를 지다’는 말은 결국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것은 결국 정부의 권력이란 국민의 의지와 뜻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근대적 학교를 벗어나 공동체에서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 교사는 이것을 알고 ‘기쁨으로 충만한 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리고 거리에서 춤추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을 보내야 한다는 것’(326쪽)이다.
나가면서
이 아줌마 정말 대단하다. 교회는 다닐까? 그동안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진정한 교회상을 잘 보여 주었다. 전에 읽었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북인더갭)의 웬디 웰치 아줌마다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웬디는 우리 동네 이야기(미시적)라면, 세실 아줌마는 사회적인 관점(거시적)에서 수다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대형교회가 익명성을 극복하려고 셀이나 사랑방을 만들고 있다. 만족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더 좋아 지려면 미장원에 모이든지, 카페에 모여야 한다. 그리고 실컷 웃고 혁명을 작당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런가?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한빛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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