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36장 묵상과 강해
하나님을 모욕하는 소리 앞에
이사야 36장은 유다 백성이 실제적인 위협 앞에서 신앙의 근거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시험받는 장면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앗수르 제국의 침공과 그들의 사신 랍사게의 모욕적인 말들은 단지 정치적 압박이 아닌, 신앙의 핵심을 흔드는 영적 도전이었습니다. 이 장은 단순한 전쟁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두려움 속에서도 믿음을 지킬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날 우리도 여러 소리들 앞에서 믿음을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우리에게 어떻게 하나님의 약속 위에 굳건히 설 것인가를 가르쳐줍니다.
랍사게의 조롱과 유다의 위기
이 장은 히스기야 왕 제14년에 앗수르 왕 산헤립이 유다를 침공한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의 군대 장관인 랍사게가 예루살렘으로 올라와 성벽 밖에서 유다의 대표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기록됩니다. 랍사게는 아주 계산된 말로 유다 백성의 마음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그의 첫 번째 전략은 신뢰를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믿는 그 믿음이 무엇이냐?"(36:4). 이는 오늘날에도 자주 들려오는 질문입니다. 세상은 우리 신앙을 비현실적이라 조롱하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렇게 묻습니다. "너의 믿음이 정말 도움이 되느냐?"
랍사게는 이어서 애굽을 의지하는 것은 깨진 지팡이를 붙잡는 것이라며 조롱합니다(36:6). 이는 겉으로는 신앙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세상의 방법을 의지하는 유다의 상태를 지적합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하나님의 능력보다 인간적 계산에 의존할 때 받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랍사게가 하나님을 모욕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네가 내 주 여호와를 믿는다 하는도다. 그는 히스기야가 그의 산당들과 제단들을 제거하고..."(36:7). 여기서 랍사게는 여호와 하나님을 앗수르 신들과 동일하게 취급하며 조롱합니다. 그에게 있어 하나님은 단지 유다의 지역신에 불과한 존재였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오늘날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그분을 인간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스스로 계신 분이시며, 세상의 권세와 비교할 수 없는 전능하신 주권자이십니다. 신자는 이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담대히 서야 합니다.
백성을 향한 세상의 유혹
랍사게는 대화의 방향을 바꾸어, 이제는 성벽 위에서 듣고 있는 유다 백성을 직접 향해 말합니다. "히스기야의 말에 너희는 속지 말라... 너희를 기근과 목마름으로 이끌지 못하게 하라"(36:14-16). 그는 히스기야 왕이 하나님을 의지하여 백성을 고난으로 몰고 간다고 선동합니다. 그리고는 달콤한 약속을 합니다. "각기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먹고 자기 우물의 물을 마시리라"(36:16).
이 구절은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는 유혹입니다. 자기 소유, 자기 만족, 안정과 풍요—이것은 세상이 신자에게 끊임없이 제안하는 대안입니다. 하나님께 순종하기보다 편안함을 선택하라는 유혹입니다. 이는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를 권했던 뱀의 전략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유혹에는 치명적인 거짓이 숨어 있습니다. 랍사게는 앗수르가 유다를 좋은 땅으로 옮겨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포로로 끌고 가겠다는 뜻입니다. 세상은 신자에게 달콤한 말로 속삭이지만, 그 끝은 언제나 영적 포로와 멸망입니다.
이 장면에서 유다 백성은 침묵으로 대응합니다. 이는 히스기야 왕의 명령이기도 했습니다(36:21). 어떤 상황에서는 변명보다 믿음의 침묵이 더 큰 증거가 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굳이 말로 싸우지 않고, 하나님의 개입을 기다리는 신앙의 태도는 오늘 우리에게 깊은 도전을 줍니다.
세상의 논리와 하나님의 약속
랍사게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나에게 이리로 올라와서 이 땅을 치라 하셨느니라"(36:10). 이는 아주 교묘한 말입니다. 랍사게는 앗수르의 정복이 하나님으로부터 허락되었음을 주장합니다. 이는 일면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심판의 도구로 이방 나라를 사용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랍사게는 이 사실을 왜곡하여, 하나님이 앗수르를 지지한다는 논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진리를 가장한 왜곡된 메시지는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도 그 본뜻을 벗어나 왜곡하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지배하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신자는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분별하며, 하나님의 성품과 언약을 기준 삼아 판단해야 합니다.
히스기야의 침묵, 그리고 이사야 선지자를 찾는 다음 장의 모습은, 이 전장의 조롱과 대조를 이루며 믿음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세상의 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참된 신앙의 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랍사게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우리 안의 두려움과 세상의 조롱, 그리고 편안함에 대한 유혹이 여전히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말씀을 붙들고,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결론
이사야 36장은 유다 백성이 하나님을 신뢰하는가, 아니면 세상의 소리에 굴복하는가를 시험하는 장면입니다. 랍사게의 조롱과 유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아는 자는 그분의 말씀 앞에서 침묵하며 기다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세상의 말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붙드십시오. 그리고 어떤 위협 앞에서도 하나님만을 경외하며 신실하게 서는 복된 믿음의 사람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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