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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핸드북 / 제랄드 벌고프, 레스터 데 코스터 / 송광택 옮김 / 개혁된실천사

샤마임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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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핸드북

제랄드 벌고프, 레스터 데 코스터 / 송광택 옮김 / 개혁된실천사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너무나 원론적인 내용이어서 그렇고, 다른 하나는 현대 한국교회가 과도하게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굳이 한국 장로교의 역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교회의 장로교단은 종교개혁 시기에 일어난 개혁교회뿐 아니라 장로교회와 비교해도 과도하게 변질되었다. 변질(變質)을 변형(變形)으로 읽을 수 있지만 장로교회의 원형에서 멀어진 것을 분명하다. 시대적 조류에 대해 적응하려는 탓도 있겠지만 교회론과 직분론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한국교회의 탓이다. 그것을 신학교의 탓이니, 목회자의 몫이니 하는 논쟁은 ‘닭과 계란 중 누가 먼저다’하는 논쟁과 흡사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오류와 병폐는 한국교회가 그릇된 성장과 왜곡된 부흥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다 뉴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장은 커녕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굳이 한국교회의 통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필자가 사역했던 이전 교회들 가운데 주일학교가 사라지거나 사라질 지경에 이른 교회가 과반수가 넘는다. 80년대, 주일학교 수가 장년부를 앞지르거나 비슷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2020년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주일학교는 장년부에 비해 1/10도 되지 않는 교회가 수두룩하다. 장로 핸드북을 서평 하면서 갑자기 한국교회 이야기는 왜 나올까 싶지만 이 책은 장로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들려준다. 바로 이점이 이 책의 강점이자 핵심이다. 한국 장로교회 소속된 성도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특히 중직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의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이 책은 원론적이다. 원론적이란 말은 다분히 성경신학적 성향이 깊다는 뜻이며, 장로교회의 뿌리가 되는 개혁교회의 성향이 깊다. 장로직과 교회 정치에 대해 거의 어쩌면 단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장로로 오랫동안 교회를 섬겨온 이들도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은 장로가 아니라 목사에 관한 책이 아닌가’ 싶을 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 자체가 한국장로교회가 가진 병폐이자 슬픔 현실이다. 이 책의 강점에서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 기존의 직분론에 대해 피상적인 교육이나 억지스러운 내용만을 들어온 이들이라면 이질감과 놀라움이 함께 찾아올 것이다.


‘끊임없이, 조직적으로 성경을 연구’(23쪽)라는 조언과 더불어, ‘성경을 철저히 의지’(27쪽)하라는 권면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언과 권면은 장로라면 당연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할 덕목이다.


두 번째 특징은 목양적 측면의 강조이다. 몇 개월 전 00교회 장로님과 대화하다 심방권이 장로에게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았다. “심방은 목사가 하는 것 아닌가요?” 그 되물음은 지금까지 배워온 장로직에 대한 무지인 동시에 목사들이 잘못이 크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목사들이 심방을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2장에서 공예배를 비롯한, 교인 심방, 결혼과 가정, 그리고 장로로서 교회 안에서 행할 여러 가지 목회적 권면을 설명한다.


심방에 관련된 내용을 살필 때 꽤나 유익한 정보가 많다. 도시문명 속에서 심방은 온전히 목회자들의 몫이지만 장로는 목사와 협력하여 함께 심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심방을 하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인지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목사로 부름 받은 목회자 후보생들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세 번째 특징은 장로직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게 된다. 장로는 가르치는 장로인 목사와 일반적으로 장로로 불리는 치리하는 장로가 있다. 여기서는 치리 하는 장로를 말한다. 장로는 교인의 대표인 동시에 교인이다. 또한 교회를 지키는 사람이다. 목사와 교인들 간의 중재적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는 장로가 어떻게 목사의 설교를 평가해야 하고, 교인간의 긴장관계를 해소해야 하는가를 적절히 알려준다. 불필요하게 목사직에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된다. 장로직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적절히 조언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고마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 어두웠던 중세의 말미에 로마서를 읽고 탑의 경험을 한 루터의 심정이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론과 실용성이 적절히 배합된 책이다. 며칠 후면 2021년 새해다. 모든 교회가 중직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특히 장로 피택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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