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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샤마임 201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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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저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출판사 비채

이런 책도 있었나? 기괴한 책인지 특이한 책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구상은 전혀 낯설지 않다. 언뜻 '소가 된 게으름 뱅이'를 읽는 착각을 일으켰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소가 되어 죽을 고생을 하다 다시 사람이 되어 게으름을 버리고 부지런하게 되었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는 해피엔딩이다.

이 책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비극이다. 주인공 비블리씨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결론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혼돈스럽다. 단지 책 중독에 걸린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 외 에는...

 

줄거리는 이렇다.

어떤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의 죽음은 앞으로 나올 '그 책' 때문이다. 그 책은 기이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정한 사람을 끌어 들인다. 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번에는 또 다른 한 사람이 그 책에 눈독을 들인다. 그의 이름을 비블리다. 비블리라는 주인공이 벼룩시장에서 '그 책'을 훔쳐 간다. 책에 완전히 빠진 비블리씨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후에는 정신병원에 실려 간다. 다시 나와서 그 책에 완전히 빨려 들어간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자신이 책이 되어 있었다.

그는 책이 되어 살아간다. 이 사람 저사람들에게 팔려 다닌다. 다락에 들어가 한 동안 지내기도 하다가 자신을 샀던 어떤 사람의 무덤에 같이 묻히다 다시 땅으로 되돌아 온다. 다시 누군가에게 팔린다. 마지막엔 비블리씨가 그 책을 샀던 벼룩시작으로 다시 돌아가 누군가의 눈길을 기다린다. 그러다 갑자기 비블리씨는 책에서 튕겨져 나와 죽음을 맞이한다. 책이 처음 시작될 때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산다. 결과는 이미 짐작한다. 그 여자도 비블리씨처럼 책에 압도될 것이다. 책에 미쳐 살아가다 정신병원에도 가도 무덤에도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책이 되어 살아가다 마지막에 책에서 튕겨져 나와 죽음의 진단을 받을 것이다.

 

 

저자는 누군인가?

줄거리를 읽어보면 특이하지만 생소하지는 않다. 카프카도 주인공이 벌레로 만들지 않았던가. 설화 등에도 사람이 짐승이나 다른 물체가 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 점에서 특이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책의 의도가 불명하다는 점이고 저자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생소한 것이다. 먼저 저자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이 한 권 뿐이다. 그래서 그를 다른 책을 통해 알아내는 것은 힘들다. 인터넷 서점의 저자파일을 검색하자 이렇게 나왔다.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1947년 독일 알토뮌스터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는 심리학, 철학, 교육학을 전공하는 등 인간사의 진면목을 깊이 연구했다. 졸업 후에는 뮌헨 대학에서 6년간 강의를 맡았다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전기, 소설, 풍자, 서정시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고, 독일의 전설적인 풍자문학 월간지 '파르동'의 필진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976년과 1984년에 독일 청소년 문학상 최우수 작품 명단에 거명되었고, 1990년에는 웨스트 뮌헨 우수 문화-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5년 바이에른 포에텐탈러상을 수상했다. 현재, 독일 뮌헨에서 살면서 뮌헨 국립 정통교육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는 한편, 문학협회 '투름슈라이버'의 회장을 맡고 있다.

 

프로파일을 보면 이분은 독일에서 매우 유명한 분임이 틀림 없다. 특히 저자는 대학에서 여러 학문을 통섭적으로 공부했다고 나온다. 뮌헨대학에서 곧바로 강의를 맡은 것을 보아도 실력이 출중해 보인다. 또한 청소년 문학상 최우수 작품 명단에 거명될 정도로 작품성도 뛰어나다 할 것이다. 문학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하니 이 정도면 저자에 대한 의문을 벗어 버려도 될 것 같다. 다만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사상을 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판매량을 보아도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은 듯 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도 초판본으로 2009년 10월 20일에 인쇄된 것이다.

 

책에 대하여…

'이 지상에서는 사람으로서의 육화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책으로의 변화도 이루어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일부이다. 이어령씨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책, 나의 서재에는 수 천 수 만의 책이 꽃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은 나의 어머니이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중에서

 

책이 사람이고, 사람이 책이다. 사람이 책을 쓰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저자는 책과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책에 유혹되고 중독되는 이유는 곧 사람에 빠지고 중독되는 것이다. 결국 책과 사람은 다름이 아닌 같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에게 운명이 있듯 책에도 운명이 있다. 저마다의 길을 가야하는 인생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 책이 곧 답이다. 길이다. 삶이다. 저자는 괴기영향을 보여주듯 암울하게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좋은 면도 충분히 보인다.

 

책이 된 비블리씨는 자신을 괴롭힌 비평가에게 복수한다. 책의 복수인 셈이다. 책도 인격을 가졌단 말인가. 그것을 말해주고 싶어서일까.

 

책 중독에 걸린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것이다. 책 속에 빠져 살아가는 정신병자 같은 자신을 말이다. 책 속에는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 책을 사람의 영혼을 빼앗아 버릴 만큼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책에 미쳐 살았단 위인들의 이야기를 문단 중간중간에 끼어 접착제가 된다. 아래의 글들을 읽어보라. 얼마나 책 중독자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지.

"책 하나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키케로

"책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난의 심연과 같다. 그렇게는 살지 말지어다." 존 러스킨

"책장은 곧 그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당신이 가진 책들을 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 알프레드 마이스너

이러한 현상은 이매 책으로 되어버렸다는 증거들이다. 책이 가는 곳에 내가 있고, 내가 있는 곳에 책이 있다. 책은 언제나 나의 가방에 손에 화장실에 침실에 책상에 심지어 일터에도 있다. 책과 나는 구분이 힘들다.

 

아직 이 책을 완벽하게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모호하다. 분명한 것은 책과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것만을 분명하다. 그러니 저자가 이렇게 표현한 것은 당연하리라.

"책과 함께 책들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문필가, 편집자, 출판인, 교정자, 식자공, 인쇄업자, 제본업자, 에이전시, 서점, 비평가, 독자, 사서, 독서 치료사, 고서점, 책에 미친 사람과 담을 쌓은 사람, 그 모든 이들을 위해, 오직 그들을 위해"

 

 2013년 4월 25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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