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누구를 위한 죽음인가?
제목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저자 아서 밀러(Arthur Asher Miller)
출판사 민음서
번역자 강유나
가격 9,000원
평점 4.5
세일즈맨의 죽음은 자녀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가난한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지만 자신의 죽음까지도 가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아서 밀러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한 이 작품은 당시 기계부품처럼 소모되어 사라져가는 현대의 아버지들의 분투와 허무함을 동시에 그린다.
15년 전쯤에 김정현씨의 [아버지]라는 책이 유행이었다. 내용은 그리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암에 걸려 아버지로서의 체면을 깍아먹으면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점점 가족애를 찾아가면서 결국 '아버지'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이것은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이라고 말하면 잘못된 것일까? 어쨋든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버지의 슬픈 이미지를 그대로 복사해준다는 점에서 김정현씨의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
현대 속의 아버지,
'나'는 없고
'남편'
'아빠'
'직장인'
등의 대명사로 불려지는 존재이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을 하지만 결국 모두에게 소외당하고 고독한 존재로 살아가는 이방인 같은 존재이다.
유진 오닐과 함께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극자가로 알려진 아서밀러의 대표작인 [세일즈맨의 죽음]은 그런 아버지의 이미지를 그대로 베껴내고있다.
주인공인 윌리 로우맨은 예순서 살 된 세일즈맨이다. 그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있으며 늘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자기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있다. 가정적이고 상냥한 아내 린다고 그와 함께 해준다. 두 아들 또한 이웃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녀석들이다. 더욱이 울부이기는 하지만 집을 한 채 구입했다. 이제 몇 십년이 지나면 자기 명의의 집이 될 것이 뻔하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 꿈은 점점 멀어져 간다. 성과급은 줄어들고 자랑스러웠던 두 아들 또한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빗나가기 시작한다. 회사에서도 무능하다고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한다. 배신감, 슬픔, 고독, 산산히 깨어진 꿈... 그것이 주인공 윌리, 아니 세일즈맨 아빠의 모습이다. 부서진 꿈에 대한 슬픔이 윌리를 정신착란에 거의 가도록 만들어간다. 결국 윌리는 보험금이라도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자동차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타게된 보험금은 고작 집 월부금을 처리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오로지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허접하고, 나약하기 그지 않는 초라한 인생으로 생을 마감한다. 산업화되고 물질화된 현대문명 속에서 그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인다. 도대체 그가 가지고 다녔던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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