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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마솥에 끓이세요

샤마임 201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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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마솥에 끓이세요

 

초딩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님이 어느 날 우리를 부르더니 하얀 잔에 든 까만 물을 마시라고 하신다. 달달했다. 뭐지? 까만 물을 쫄쫄 마시고 있는 동생과 나에게 아버님은 커피병을 보여 주면서 '커피'라고 말씀 하신다. 커피! 그렇다. 커피였다.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보던 그 커피였다. 돈 많은 여인이 커피숍에 들어가 약간 건방을 떨면서 마시는 그 커피. 아니면 깔끔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부부가 식사후 마시는 그 커피다.

 

우린 그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종종 보았다. 부르지아의 대명사요, 신문물의 상징인 커피가 우리 집에 행차하신 것이다. 어떻게 해서 아버님이 커피를 입수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누군가 선물로 주신 것으로 기억한다.  중요한 건 그게 우리 집에 있다는 것이고, 커피가 달았다는 것이다. 정말 커피가 달다고 생각했다. 나와 내 동생은.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동생이 후다닥 어디론가 도망간다. 뭔미?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 까만물이 잔뜩이다. 뭐지? 찬찬히 들여다보니 커피였다. 동생을 불렀다. 뒤통수를 긁적이며 나온다. 미안하다는 뜻이다. 전에 마셨던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것이다.

 

가마솥에 물을 잔뜩 붓고 커피를 넣고, 불을 지핀 것이다. 세상에.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커피는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을. 동생은 순서가 바뀐 것이다. 나는 동생에게 커피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가마솥에 불을 다시 지폈다. 가마솥 한 가득 커피가 끓여졌다.

 

밥그릇으로 퍼 마셨다. 웬일인가? 전에 아빠가 주던 맛이 아니다. 쓰기가 말로 못했다. 이상하다? 전에는 분명히 달달했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탁월한 나의 두뇌는 RPM을 높여 설탕을 생각해 냈다. 그래 설탕이 빠졌다. 쓰디쓴 커피에 설탕을 두스푼 넣었다. 달달해 졌다. 바로 이거야! 동생과 나는 환호를 질렀다. 내 손으로 직접 커피를 탄 것이다. 아버님 몰래 말이다. 그날 밤 나와 동생은 밤이 하얗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이 오지 않은 것이다. 연애 편지를 쓰려면 커피를 마시라는 풍문을 들었다. 아마도 이것 때문인가 보다.

 

그러나 커피를 끊을 수가 없었다. 다음 번에 가마솥은 아니었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그곳에 커피를 잔뜩 넣고, 설탕도 반 그릇 넣었다. 최고였다. 훌쩍 거리며 밤새 마셨다. 그리고 새벽 여명이 밝아 올즘 잠이 들었다. 아버님은 그것도 모르고 일찍도 깨우신다. 

 

아침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커피 소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밤이 되면 몰래 광에서 커피를 꺼내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마셨다. 커피에 중독된 것이다. 겨울밤이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주전자에 끊여론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홀로 들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서야.


인생은 이렇게 쓴 것도 달게 되는 법이다. 커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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