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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

샤마임 201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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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

포이에마 / 김한성 옮김

유대인 없이 역사 없다.

 



유대인 없는 서구의 역사는 없다. 잊힌 과거로부터 중세와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은 인류 역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때론 역사의 가장자리에서, 때론 중심에서 크고 작은 사건과 결부되어 있다. 이젠 서구를 넘어 동양에도 유대인들을 제외시키기는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0.2%에 해당하는 민족비율로 노벨상의 30% 이상을 차지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이뿐 아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과학자나 경제학자, 거부나 기업가, 가수나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유대인의 현재성을 가늠하게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유대인이란 키워드만으로 500권에 가까운 책이 검색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유대인은 천재또는 성공이란 단어들과 불가항력적으로 결부되어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유대인의 현재를 강조하지만 그들의 과거와 기원에 대해서 연구한 책은 전무(全無)할 정도로 미미하다. 몇 권있는 유대인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이 기독교 편향의 종교적 관점에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에게 번역된 유일한 유대인의 역사라고 해 봐야 이스마 엘보겐과 엘레오노레 슈테링이 공저한 <로마제국에서 20세기 홀로코스트까지 독일 유대인의 역사>를 새물결플러스에서 2007년에 번역 출간했고,2010년에 출간된 류모세의 <유대인 바로보기> 역시 기독교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좀 더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유대인의 역사를 다룬 책은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뿐이다. 이 말은 다르게 표현한다면,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는 유대인의 역사를 이해하는 유일한 책이다.

 

폴 존스의 책이 유일한 이유는 먼저, 구약성경으로까지 회귀(回歸)한다는 점이다. 가장 오래된 유대인의 기원을 올바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일하다. 두 번째는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분량으로 고대사와 중세, 근현대를 살핀다는 점이다. 분량도 자그마치 1000쪽이나 된다. 2005년 살림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세 권으로 나누었으나, 이번에 포이에마에서는 단 권으로 묶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두께를 보면 주눅이 들만하지만, 유대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자료이자 인도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간략하게나마 유대인의 역사를 살펴보자.

 

모두 7부로 나누었다. 1부 이스라엘 자손에서는 구약성경의 유대인을 탐색한다. 기독교인이라면 낯설지 않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브라함의 사라를 장사하기 위해 구입한 막벨라 동굴에서 유대인의 기원을 찾는다. 이것은 마지막 7부에서 다루게 될 시온과 맞물린다. 기원전 722년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에 의해 괴멸(壞滅)당한다. 후에 이방인들과 섞이어 사마리아인들이 되지만, 유대인의 역사에서 제외된다. 순수한 유대인은 열두 지파 중 유다지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남유대를 일컷는다. 1부에서는 남유대의 역사를 살피면서 기원전 586년 바벨론 유수까지 다룬다. 2부에서는 바벨론의 유대인으로부터 초대교회까지를 다룬다.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지만 기원후 71년 디토 장군의 대학살 이후 유대인들은 다시 세상을 떠돌게 된다. 바벨론 유수가 회당중심의 유대공동체를 만들었다면, 재추방과 이슬람에 의한 강제 개종은 학자 지도 체제와 탈무드를 만들게 한다.

 

3부에서는 학자 지도 체제, 즉 책의 민족 유대인을 다룬다. 중세의 유대인 역사를 다루는 셈이다. 이슬람 안에서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뿐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민족과 종교 속에서 고독하게 자신의 입지를 잃지 않고 생존하는 유대인의 역사를 다룬다. 특히 3부에서는 신비주의 유대교가 어떻게 생겨났고, 이후 어떻게 흘러갔는가를 탐색한다. 중세는 유대인들에게 잔혹한 시기였다. 셰익스피어는 샤일록이란 유대인을 창조하여 잔혹하고 탐욕적인 유대인을 그려낸다. 왜 유대인은 대부업자일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생존의 끝자락에서 잡은 지푸라기가 대부업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도 이 책 속에 있다. 4부 게토는 3부의 연장이며 확장이다. 다른 민족들 속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강체 추방과 제한 구역에 묶이게 되는데 이것이 게토이다. 근대의 여명이 밝아오는 시기에 유대인들의 활약을 그린다.

 

5부 해방과 6부 홀로코스트는 지금 여기서 멀지 않다. 돈을 만지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기억할 것이다. 다시 게토에서 벗어나 민족들 속으로 들어가 살게 되면서 유대인들이 주도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히틀러의 손아귀에 떨어진 유럽에서 일어난 수백만의 유대인 학살이 일어난다. 1.2차 대전 속에서 유대인의 처참한 상황과 시오니즘의 탄생의 과정을 다룬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파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히틀러는 요제프 헬에게 혁명에 성공하려면 적대감을 한 곳으로 모은 다음 대중이 증오를 토해낼 배출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신념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계산 끝에 유대인들을 선택한 것이다.”(811)

 

마지막 7부는 따로 떼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현재의 유대인 즉 이스라엘이란 국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폴 존슨은 7부를 시작하면서 홀로코스트와 새로운 시온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871)고 피력한다. 폴 존슨은 7부에서 유독 섭리란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예를 들어 1648년 폴란드에서 일어난 유대인 대학살은 유대인 공동체가 영국과 아메리카로 이주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대인 사회가 태동’(872)한 것으로 이해한다. 1881년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 1917년 밸푸어 선언, 그리고 시오니즘의 대미를 장식한 2차 대전 때의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 등은 유대인들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만들어 낸다. 7부는 저자가 친유대적 성향임을 드러내는 표현들이 가득하다. 폴 존슨이 보수적 성향의 정치관을 가지고 있고, 해방신학을 이단으로 취급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존슨은 시오니즘을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의 국가를 갖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975)고 강조한다.

  

유대인의 역사는 재귀(再歸)의 역사이다. 예루살렘에서 추방되고, 다시도 돌아온다. 이것을 70년 바벨론 유수라 부른다. 그 후 디토 장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유대인들은 세계 여러 민족 가운데 흩어진다. 이미 존재했지만 좀 더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디아스포라가 생겨난다. 그러나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까지 2000년이 걸린다. 머나먼 여정 동안 그들은 생존을 위해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요구받았다. 유대인은 이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배회하며 생존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민족이다. 살아남기 위해 타협해야했고, 위장해야 했다. 때론 변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뭉쳤고, 일어났다.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은 성공할 수밖에는 직업관 정신세계를 만들었다. 이천년 동안 도도하게 흐른 반유대적 정서와 정책은 유대인들을 더욱 강하고 질긴 생명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고난과 방랑 속에서 터득한 지혜로 무장한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유대인 없이 역사도 세계도 무의하게 되었다. 싫든 좋든 우리는 유대인들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 이유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다소 교만하게 보이는 유대인들의 생각을 마지막으로 언급해 본다.

 

진정한 유대인은 유대인의 역사를 세계사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유대인의 역사야말로 진정한 역사다. 이스라엘 사람이 없었다면 세계가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이스라엘의 없다면 역사도 없다고 믿는다.”(558)



  
저자/역자 : 폴 존슨/김한성  | 출판사 : 포이에마
판매가 : 45,000원 → 40,500원 (10.0%, 4,500↓)
▒출판사 서평 《모던 타임스》와 《지식인의 두 얼굴》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역사 저술의 대가 폴 존슨이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조사연구로 4천 년에 걸친 유대인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책 《유대인의 역사》가 포이에마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2005년 살림출판사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세 권으로 나누어 냈던 것을, 같은 번역을 사용해 문장을 다듬고 편집을 새롭게 해서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1987년에 영국과 미국에서 처음 출간했을 당시 수많은 비평가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출간한 지 벌써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미권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대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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