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수의 <묵상, 성도의 품격>(세움북스)을 읽고
성경은 몸으로 읽어야 합니다.
한병수의 <묵상, 성도의 품격>(세움북스)을 읽고
벌써 한 달 하고도 11일째다. 빠르면 한 주, 늦어도 두 주면 완성하리라 시작한 화장실 작업이 이렇게 늦어진 것이다. 너무 얕잡아 본 것이다. 그동안 안 해 본거 빼고 다 해본 노가다 출신이라 이까짓 화장실쯤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오산(誤算)이었다. 작업은 의외로 힘들고 복잡했다. 오수관을 찾고, 수도관을 찾아 연결하고, 땅을 파서 기초를 놓고, 시멘트벽돌과 모래를 사서 벽을 쌓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두 가지의 실수는 수직을 잡아주는 추, 즉 다림줄을 놓지 않는 것과 저녁에 작업을 한 것이다. 2m 정도의 낮은 건물이라 눈대중으로 해도 되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벽운 삐뚤어지고 한 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허물고 다시 세우기를 두세 번 반복 한 후 수평을 잡기 위해 수평 줄을 연결하고, 수직을 맞추기 위해 다림줄을 세웠다. 그제야 전문가들이 왜 기다란 줄을 거추장스럽게 벽 곁에 세우는지 알게 된 것이다. 동영상이나 책이 아닌 몸으로 배워가며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 믿음 생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아는 것과 사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진정한 앎은 머리가 아닌 손과 발끝에 있다.
한병수목사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첫 책인 <미러링>을 통해 다양한 본문을 묵상하는 법을 배웠다. 이번 책은 좀 더 이론적이고 좀 더 체계적인 묵상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4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할애해 ‘미러링 묵상법’을 깊이 있게 소개한 다음, 1부에서는 구약을 2부에서는 신약을 묵상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묵상은 곧 구속사적 관점에서 묵상의 초점을 맞추었다.(12-20쪽) 구속사적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이르며, 이것은 다시 죄인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열심’(16쪽)이며,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들을 그리스도 예수께로 이끄사 영생을 주시려’(21쪽)는 것이다. 바로 이 관점에서 성경을 묵상해야한다. 구속사적은 결국 그리스도를 통해 죄인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인 셈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영광을 구현하는 성경 묵상법의 핵심이 ‘하나님의 사랑이 독자에게 있느냐 없느냐’(22쪽)로 소급(遡及)시키고 있다.
“성경의 종합적인 해석의 정수는 하나님 사랑에서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있었다면 영생을 얻으려고 그리스도 예수께로 나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부재 때문에 해석의 정수인 그리스도 예수께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 성경을 읽지 않음과 성경이 읽어지지 않는 것 모두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부재 혹은 빈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없으면 묵상도 시작도 목적도 없습니다.”(29쪽)
정말 맞는 말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형이상학적인 관념이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자신의 독생자를 죽이는 구체적 실천에 있다. 묵상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묵상의 핵심이며, 중심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미러링 10가지 묵상 법을 소개한다. 다른 묵상법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특히 ‘실천의 방식: 행함으로 묵상하기’에 큰 도전을 받았다. 천사의 말을 하고,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어도, 사랑의 실천이 없다면 거짓이다. 예수는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다. 불쌍히 여김의 원어적 의미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창자는 곧 ‘인간의 존재와 삶의 중심부’(37쪽)를 말한다. 예수는 불쌍히 여김은 존재가, 삶의 전부가 사랑이었던 것이다. 묵상은 사랑의 그리스도처럼 살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적지 않는 도움을 받았다. 미러링 묵상 법을 읽으면서 묵상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도전을 받음은 말할 것도 없고, 묵상의 실제들은 성경을 보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전해 주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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