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5:31 강해, 날마다 죽노라
날마다 죽노라, 부활의 신앙으로 살아가는 삶
고린도전서 15장 31절은 부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바울의 신학적 논증 속에서, 그의 실제적 삶의 고백이 드러나는 강력한 진술입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바울의 이 고백은 단지 극단적인 자기포기가 아니라, 부활 신앙을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실제를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헬라철학은 육체의 고통과 죽음을 회피하거나 철학적 무관심으로 초월하려 했지만, 바울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죽음을 끌어안으며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이 말씀은 모든 성도가 부활의 능력으로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삶의 지침입니다.
헬라철학의 생사관과 바울의 고백 (15:31)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 (15:31). 바울은 여기서 강한 서약적 표현으로 자신의 삶을 증언합니다. 헬라철학은 '육체'를 영혼의 감옥으로 보고, 죽음을 영혼의 해방으로 여겼습니다. 이 이원론적 사유는 고린도 교회 안에까지 침투하여, 부활의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현실 삶에 대한 헌신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단호히 말합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 여기서 '죽노라'(ἀποθνῄσκω)는 헬라어로 현재형 능동태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를 나타냅니다. 단회적 결단이 아닌, 매일매일 자기를 부인하며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삶입니다. 이는 바울의 윤리적 삶의 태도이자, 사도직의 정체성이며, 부활 신앙의 실천입니다.
바울은 이 고백을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ἐν Χριστῷ Ἰησοῦ τῷ κυρίῳ ἡμῶν)라는 전제 하에 합니다. 즉, 자기의 결단이 아니라, 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신적 삶이라는 뜻입니다. 바울의 삶은 부활하신 주님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고린도 성도들에게 자신의 고백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부활의 복음 안에 있음을 전제로 이 말의 정당성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날마다 죽는다는 것의 의미 (15:31)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이 선언은 단지 고난의 연속을 묘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은 자기를 부인하며, 육체의 정욕을 죽이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삶을 실천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바울은 이 구절에서 단순히 고난이나 핍박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죽음의 길에 자발적으로 놓으며,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하고자 날마다 결단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갈 2:20)에서 바울은 말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 고백은 고린도전서 15:31의 핵심을 해석하는 가장 적절한 병행구절입니다. 바울은 날마다 죽는 삶을 통해 오히려 참된 생명을 살아냅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의 능력이며, 복음의 실제입니다.
헬라적 사고는 고난을 초월하는 관조적 삶을 이상으로 여겼지만, 성경은 고난 속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을 드러내는 '참여'의 삶을 제시합니다. 날마다 죽는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삶에 이르는 길입니다. 바울은 이 신앙을 고린도 교인들이 오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바울의 자랑과 공동체를 위한 죽음 (15:31)
바울은 이 구절에서 또 하나 중요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여기서 '자랑'(καύχησις)은 헬라어로 단순한 자부심이 아니라, 감사와 확신이 뒤섞인 복합적 감정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생각하며 자신이 날마다 죽는 삶을 살 수 있었음을 말합니다. 이는 그가 사도로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결과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한 희생의 열매입니다.
고린도 교회는 분열과 음행, 신학적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런 공동체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바쳐 그들의 신앙을 세우고자 끊임없이 죽는 삶을 선택합니다. 그는 자신의 고난과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부활의 확신으로 그것을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목회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목회는 단지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죽는 결단을 반복하는 일입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낮추고, 때로는 고통을 감수하며, 부활의 복음 하나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것을 '자랑'이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결론
고린도전서 15장 31절은 부활이 단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삶과 직접 연결된다는 진리를 강력하게 증언하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날마다 죽는 삶을 통해 부활 신앙을 살아내고 있으며, 그 고백은 단지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생명의 방식입니다. 헬라철학이 죽음을 피하거나 의미 없는 고통으로 여겼다면, 복음은 오히려 죽음을 통해 생명에 이르고, 자기를 비움으로써 그리스도를 얻는 역설적 영광을 선포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죽는 자리, 그 자리에서 부활의 능력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능력 안에서 우리는 진짜 살아있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고전 15장 구조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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