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고전 읽기] 제네바 신앙고백서
제네바 신앙고백
1. 『제네바 신앙고백』이 나오게 된 배경
『제네바 신앙고백』은 종교개혁사에 있어서 독특한 입지를 가집니다. 칼뱅에 의해 주도된 신앙고백 문서이기도 하지만 종교와 정치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았던 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더욱 중요한 신앙고백입니다. 『제네바 신앙고백』은 후에 칼뱅이 제네바에서 추방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제네바 신앙고백』이 제출된 1536년은 칼뱅이 고향을 프랑스를 떠나 파렐에 의해 제네바에 머물던 첫 해입니다. 1536년 11월 10일, 파렐과 칼뱅에 의해 시 정부에 신앙고백이 제출되었고, 시 의회는 검증을 위해 보관하게 됩니다. 1536년은 칼뱅이 제네바로 오기 전 잠깐 머물렀던 바젤에서 『기독교강요 초판』이 출판된 해이기도 합니다. 기록에 남겨있지 않지만 『제네바 신앙고백』은 칼뱅에 의해 주되었고, 파렐이 첨삭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536년 5월 제네바는 공식적으로 종교개혁에 가담하기로 결의합니다. 종교개혁을 위해 시 의외는 파렐을 초청합니다. 하지만 파렐은 열정과 주도력은 있었지만 조직력이나 신학적 지식에 있어서 미흡했기에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없었습니다. 종교개혁에 가담하기로 결의한 2달 후인 7월에 칼뱅은 스트라스부르그로 가기 위해 바젤을 떠나 제네바에 머물게 됩니다. 누군가 파렐에게 기독교강요를 출판한 칼뱅이 제네바에 머문다는 소식을 전해 줍니다. 파렐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도와 제네바의 종교개혁을 주도할 인물을 보내주셨다는 확신에 차 곧바로 칼뱅에게 찾아갑니다. 칼뱅은 계속해 거부했고, 참다못한 파렐은 하나님께서 칼뱅이 학문 때문에 망하게 해달라고 저주를 퍼붓게 됩니다. 결국 칼뱅은 저주 아닌 저주를 듣고 영적 두려움에 휩싸여 제네바에 머물게 됩니다.
제네바 신앙은 매월 성찬을 거행하는 것과 권징과 출교에 관한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신앙고백에 대해 준수해야 한다는 서약도 받도록 했습니다. 시 의회는 이러한 조항들을 종교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해석합니다. 결국 시 의회는 매달 성찬식 거행을 거부했고 이전에 했던 것처럼 일 년에 4회로 하자고 결의합니다. 또한 교회가 권징권을 갖는 것에 대해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했고, 거절하기에 이릅니다. 신앙고백에 서약하는 것 또한 강제가 아닌 자유에 맡기게 했습니다. 시의회를 비롯한 200인 회 등의 반대로 인해 다음 해인 1537년 4월 22일, 파렐과 칼뱅은 3일 안에 제네바를 떠나야 한다는 안을 표결하여 의결하게 됩니다. 결국 파렐과 칼뱅은 1537년 4월 26일 제네바를 떠나게 됩니다. 『제네바 신앙고백』서는 2차 제네바 시절에 작성된 교리문답과 비교했을 때 초보적이고, 루터의 성향과 적지 않게 닮아 있음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제네바 신앙고백』를 살펴봄으로 칼뱅의 초기 신학적 성향과 방향을 이후의 것들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제네바 신앙고백』은 모두 21항으로 되어 있으며, 글은 간략하고 명료합니다. 필자는 자의적으로 요약하여 정리했습니다. 두란노아카데미의 ‘기독교 고전총서 18’ [칼뱅 : 신학 논문들]을 주요 참고 서적으로 삼았고, 다른 역본과 서적을 참고하여 필자의 자의로 요약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2. 『제네바 신앙고백』 요약
제네바 신앙고백: 제네바의 모든 시민과 주민들 그리고 나라의 모든 백성이 준수하기로 약속해야 하는 신앙고백
1) 하나님의 말씀
우리는 신앙과 종교의 규칙으로서 오직 성서만을 따른다. 인간의 생각으로 고안된 어느 것도 이곳에 섞지 않는다.
2) 유일하신 하나님
성경을 따라 유일하신 하나님만이 신이시다. 우리는 오직 그만 경배하고 섬긴다. 그 안에 모든 지혜, 능력, 의, 선, 자비가 있고, 그에게만 믿음과 소망을 두어야 한다. 다른 어떤 피조물도 경배의 대상이 아니다. 그의 신성을 나타내기 위한 형상이나 경배하기 위한 형상은 가증스러운 것이다.
3) 만민을 위한 하나님의 법
하나님만이 우리의 양심을 주관한다. 그의 거룩한 명령에 따라 우리의 삶 전체가 규제되어야 한다. 그 분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출애굽기 20:2-17의 말씀대로 십계명을 우리에게 주셨다.
4) 인간의 본성
인간의 본성은 맹목적이고 부패되었다.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에 대한 참 지식과 이해를 갖지 못하고, 선을 행할 능력도 없다. 자유가 주어지면 악에 자신을 맡긴다. 구원에 이르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조명을 받아야 한다. 의지도 하나님께 재정립 받아야 한다.
5) 그 자체로 저주 받은 인간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나님의 모든 빛과 의를 빼앗기고 박탈당했다. 사람은 하나님의 진노와 저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자력으로 구원할 방법은 없다.
6) 예수 안에서의 구원
우리의 구속은 예수 그리스도의 행하고 당한 일을 믿는 것이다. 이것은 사도신경에 담겨 있다.
7) 예수 안의 의
사람은 본성적으로 하나님과 원수이다. 중보자 예수에 의해 하나님과 화해하고 회복 된다. 예수님의 피 흘림을 통해 용서 받고, 흠이 제거 된다.
8) 예수 안의 중생
그의 영에 의해 우리는 새로운 영적 본성으로 거듭났음을 안다. 우리 안의 악한 욕망이 그의 은총으로 사멸되고, 우리의 의지는 하나님의 뜻에 순응한다. 죄에서 해방되어 선을 행할 능력을 얻게 된다.
9) 믿은 자에게 필요한 사죄
비록 중생하여 완전히 죽을 몸에서 벗어나도 우리 안에는 불완전함과 연약함이 남아 있다. 육신을 입고 사는 날 동안 충만함이나 완전함은 없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자비를 필요로 하고, 주님을 의지해야 한다. 우리의 행위는 믿을 것이 못된다.
10) 하나님의 은총 우리의 모든 선
오직 하나님의 자비와 동정에 의해 모든 은총을 받는다. 주의 선함에 의해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의 교제와 믿음 속에서 행위를 기쁘고 적절한 것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행위가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주의 영으로 행한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11) 믿음
마음의 확신과 신뢰 속에 복음의 약속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 수여되는 하나님의 선함과 풍성한 믿음을 통해서 도달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에 의해 보여지며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서술된 분이다.
12) 오직 하나님을 부름과 그리스도의 중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에만 우리 구원과 모든 선의 신뢰와 희망을 둔다. 주님은 우리의 중보자요 변호인인 예수를 부른다. 우리는 예수를 통해서만 하나님께 이른다. 성자의 중재나 인간이 지어낸 미신을 마땅히 거부되어야 한다.
13) 이해할 수 있는 기도
기도는 마음의 내적 감정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모든 기도는 확실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바른 기도를 위해서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을 배워야 한다.
14) 성례전
하나님의 권위로 세워진 교회는 오직 두 가지 성례만이 있다. 세례와 주의 만찬이 그것이다. 교황의 영토에서 행해지는 일곱 성례전은 거부되어야 한다.
15) 세례
세례는 하나님께서 예수님처럼 자녀로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것을 증언하는 외적 표지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써 얻어지는 죄의 정화, 그와 함께 죽고 산다는 표현이다. 주님과의 연합에 대한 외적 표현이다.
16) 성만찬
주의 만찬은 주님의 몸과 피로 영적 교제의 상징인 빵과 포도주 아래 나타내는 표지다. 교황의 미사는 신성모독과 가증스러운 미신과 열매 없는 교화로 취해지는 하나님의 말씀의 오용이다.
17) 인간적 전통
교회의 외적 정치에 필요한 모임과 평화, 공정과 질서 유지를 위한 규정들은 바울의 명령 속에 포함되어 있다면 인간적 전통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파괴하려는 모든 법과 제도를 사탄의 왜곡된 가르침으로 저주한다. 순례, 수도, 음식 차별, 혼인 금지, 고해 등은 인간적 전통이며 버려야 한다.
18) 교회
세상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만 존재한다. 믿음의 지체들은 도처에 흩어져있고, 각자의 장소에서 모임을 갖는다. 모임 또한 각각 교회이다. 교회는 주의 이름으로 모여야 하며, 하나님과 예수를 경배해야 한다.
19) 출교
하나님의 말씀을 멸시하고, 훈계, 권면, 책망을 고려하지 않고 이보다 중한 징계를 받아 마땅한 인간들이 있다. 출교는 신자의 거룩과 훈련에 도움이 된다. 악인들의 악이 선한 사람을 타락시킬 수 있다. 그들이 회개할 때까지 분리되어야 마땅하다.
20) 말씀의 사역자들
교회의 목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자이다. 말씀으로 하나님의 자녀들을 먹이고 악마의 그릇된 가르침과 기만에 대항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의 참 사역자를 하나님의 전령과 사절로 받아야 한다.
21) 권세가들
우리는 왕과 군주뿐 아니라 다른 권세가들과 관리들의 최고권과 주권을 하나님의 거룩하고 선한 질서라고 간주한다. 약하고 억울한 자들을 보호하고 사악한 자들을 교정하고 통제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대행자이다. 그들이 하나님께 항거하지 않는 한 대항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들로 하여금 공공선과 안정과 유익을 추구하도록 도와야 한다.
3. 『제네바 신앙고백』의 의의
파렐과 칼뱅에 의해 제출된 『제네바 신앙고백』은 칼뱅의 초기 문헌에 속하며, 한 해 전에 출판된 『기독교 강요 초판』과 순서가 흡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칼뱅은 『제네바 신앙고백』이 출간 된후 얼마 가지 않아 어린이를 가르치기 위한 『제네바 교리문답서』를 작성합니다. 『제네바 신앙고백』는 1536년 한 번에만 작성되지만 『교리문답서』는 1차 제네바 체류 시기와 2차 체류 시기에도 수정 증보되어 출판합니다. 루터가 그랬던 것처럼 칼뱅 역시 교리 문답서가 갖는 위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성경의 다양한 주제와 신학적 주제들을 문답서를 통해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네바 신앙고백』은 사회의 주도 아래 있는 교회를 독립시키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세속적 정치는 일반 사회가 맡아야하고 영적 가르침은 교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제네바 사람들은 파렐과 칼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자신들을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오해했습니다. 진정한 종교개혁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던 제네바 시민들로서는 불가피한 오해였습니다. 결국 칼뱅은 제네바에서 추방당하게 됩니다.
제네바 종교개혁과 『제네바 신앙고백』은 앞으로 전개될 화란과 영국, 스코틀랜드 등의 종교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제네바 신앙고백』은 계속하여 수정되어 증보될 칼뱅의 『기독교 강요』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칼뱅은 『제네바 신앙고백』 안에 이미 그가 『기독교 강요』에서 전개할 중요한 주제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교다원주의가 일상화된 시대입니다. 다시 한 번 칼뱅의 중요한 저서들을 살펴봄으로 성경과 교회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고, 진리에 깊이 뿌리 내리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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