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의 현대소설작법을 읽고
김용성의 현대소설작법을 읽고
2017년 3월 3일
봄이 올듯 말듯 애간장을 태운다. 따스한 바람이 봄이라고 우기는데 방안은 왜 이리 차가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손이 잡힐듯 하면서도 저만치 물러가는 봄이 야박스럽기만 하다. 올해는 꼭 책을 내야 한다. 아니 소설을 쓰고 싶다.
작년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헤집고 다닌다. 왜? 어떻게? 도 모르는 체 말이다. 그래서 작년 가을 서점에 가는 길에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찾았다. 스무 권 정도가 나열되어 있었다. 그 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내용을 고르게 적은 탓인지도 모른다. 너무 두꺼워도 싫고, 그렇다고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파고 든 책도 싫었다. 초보자에게 접근 가능한 소설쓰기 책을 읽고 싶었다. 결정적으로 이 책을 사게 만든 한 문장.
"나는 강사 시절부터 시작하여 23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소설 창작론'을 가르쳤다."
본인이 소설 작가이기도하거나와 오랫동안 가르쳐 왔다면 가르치는 것은 잘할 것 같았다. 소설 쓰기 말이다. 그의 처음 데뷔작인 <잃은 자와 찾은 자>를 쓸 때 아무도 소설 작법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대게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필요성에 의해 책을 쓰기 마련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네 가지 특징을 말한다.
먼저, 소설 쓰기는 정신적 노동이면서 격심한 육체적 노동이라는 것.
둘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자료 수집을 잘해야 한다는 것.
셋째, 기존의 작품들을 분석하고 해체하고 복원시키는 훈련을 통해 그 작품들이 어떤 구성 순서로 집필 되었는가를 이해하도록 한다.
넷째, 많은 소설을 인용하고 설명한다.
이 책의 내용이기도 하면서 소설 쓰기를 배우는 연습생들이 익혀야 할 방법과 다르지 않다. 모두 10장으로 나누었다. 1장은 소설의 정의, 2장은 모티프에서 주제까지란 제목으로 자료수집과 주제를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등장인물을, 4장에서는 플롯을 다룬다. 5장은 서술자의 시점, 6장은 배경 요소, 7장은 문체의 형성, 8장은 묘사, 9장은 시간. 속도. 거리 다루는 법. 마지막 10장은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를 알려준다. 결국 본서는 1장, 2-9장, 10장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장을 읽고, 10장을 읽은 다음 세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본론 부분인 2-9장을 읽으면 되겠다.
왜 소설을 쓰고 싶은가? 작가는 묻는다.
"다른 일에는 소설 쓰는 것만 한 기쁨을 얻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25쪽)
이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게 답이다. 죽음도 불사하는 '영혼의 대장간'에서 열심히 창조 작업을 해야 한다.(30쪽) 죽음을 염두에 두다니 살짝 겁이 난다. 하기야 이상한 글을 써대는 지금도 건강이 위태로운데 장편 소설을 쓰려면 죽음도 불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들은 한결같이 건강을 챙기라고 하는가 보다.
책은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하지만 본론을 읽어 나가면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살짝 들어온다. 오래전 시를 쓰는 어떤 자매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시를 쓰고 싶어 공부할 때였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놀랬던 것은 그는 시를 쓰면서 한 번도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는 바로 쓰는 거라며. 그녀가 맞았는지 내가 맞는지 확실치 않다. 어쨌든 그녀는 시를 썼고, 나는 결국 포기했다. 처음부터 너무 과한 정보를 받아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약간의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말인데, 장편이 아닌 단편 소설부터 쓰는 것이 우선이라 여겨진다. A4 용지로 4장 정도로 시작하는 극 단편 소설이라면 습작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염두에 둘 말이 많다. 저자는 안타깝게 2011년에 병사했다고 한다. 아.. 이렇게 가는구나.
|
'Book > 일반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 도종환 (1) | 2017.04.04 |
---|---|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 하승우 (0) | 2017.03.09 |
영혼 사용 설명서 / 이영진 / 샘솟는기쁨 (0) | 2017.03.03 |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0) | 2017.02.27 |
[안희정의 길]을 읽고 (0) | 2017.02.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