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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나목(裸木)』

샤마임 2018.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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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나목(裸木)』 

박완서 작가는 항상 웃는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죽음 그늘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들이 있다. 어제 나목을 읽었다. 삼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틈틈이 읽었다. 써야 할 원고가 너무 많다. 하지만 왜 돈은 하나도 안 되는 것일까? 내 생명이 조금씩 살점에서 떨어져 나가듯 아프다. 그대로 힘을 내서 글을 쓰고 <나목>을 읽었다. 사실 재미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박완서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가 수필만 주야장천 읽었던 소설은 얼마 읽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마지막 장면을 읽어야 한단다. 정말이지 마지막은 과거의 연대기를 잘라먹고 십 년 후의 이야기로 훌쩍 넘어간다. 그리고 옥희도 씨의 죽음과 유작 전시회. 그리고 다시 읽히는 『나목(裸木)』의 의미. 



수필 <박수근>(1985) 중에서 

그가 신분을 밝힌 것은 내가 죽자꾸나 하고 열중한 불행감으로부터 헤어나게 하려는 그 다운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내 불행에만 몰입했던 눈을 들어 남의 불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부터 PX 생활이 한결 견디기가 쉬워졌다. 그에 대한 연민이 그 불우한 시대를 함께 어렵게 사는 간판쟁이들, 동료 점원들에게까지 번지면서 메마를 대로 메말라 균열을 일으킨 내 심정을 축여 오는 듯했다." 

"그 일 년 동안에는 봄도 가을도 여름도 있었으련만 왠지 그가 걸었던 길가엔 겨울 풍경만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즐겨 그린 나목 때문일까. 그가 그린 나목을 볼 때마다 그해 겨울, 내 눈엔 마냥 살벌하게만 보이던 겨울나무가 그의 눈에 어찌 그리 늠름하고도 숨 쉬듯이 정겹게 비쳐졌을까가 가슴이 저리게 신기해지곤 한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죽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텅 빈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면 영원히 밤이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태양은 너무나 정직하게 떠오르고 야속한 빛은 창문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어제는 장을 보기 위해 나갔다가 체크카드의 비밀  번호를 알지 못해 현금 인출을 못했다. 가격이 저렴한 재래시장에서는 카드를 쓰는 곳이 거의 없기에 현금이 필수다. 얼마 되지 않은 현금을 찾으려 했는 시도를 번번이 실패했다. 도태돼는 기억이 나의 남루함을 부치긴다. 갑자기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가난했던 어릴 적 기억, 신학을 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아픔들, 그리고 지금.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나는 누구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옥희도 씨가 그렸던 나목, 아니 실제 화가였던 박수근 화백의 나목. 바로 나다. 차가운 겨울의 문턱, 봄이 아직도 멀었다. 아직 제대로 된 겨울도 시작되지 않았다. 나목은 많이 견뎌야 한다. 남루하고 초라한 인생을 더 이를 악물고 살아가야 한다.  



이번 달 방세는 낼 수 있을지. 팔이 아픈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 데.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냥 버티면 되는 일이 아닌가. 요즘 들어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프다. 의사는 수술을 하라 하지만 그것이 어찌 가능한 일인가. 며칠 전, 어느 0으로부터 책만 읽고 서평이나 쓰는 무책임한 목사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가 나를 두고 한 말인지는 그의 진의를 알 수 없으나 말을 참 쉽게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진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왜 그래야만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나 쉽게 말을 한다.  



이 모두가 감사한 일이다. 결국 그토록 내가 원했던 책 읽고 글 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목처럼 그렇게 버텨야 한다. 눈물 나게 텅 빈 하루를 맞이하더라도 말이다. 고 박완서 선생의 미소 속에서 텅 빈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냥 그 미소 속에서. 남편, 아들들... 하나하나 얻었던 것들을 떠나보내며 날마다 죽음을 생각했던 박완서 선생의 미소 속에서.. 나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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