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잊혀지기 아까운 책들
[독서일기] 잊혀지기 아까운 책들
2017년 2월 18일 토
망각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추하고 실수투성인 과거조차 잊혀지는 것이 아까울 때가 있는데 좋은 책들은 얼마나 더할까? 어제 필요한 책을 꺼내려고 창고에 들어갔다고 2005년 이레서원에서 출간된 윌프 힐데브란트의 <구약의 성령 신학 입문>을 발견해 가지고 들어왔다. 어떻게 왜 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표지에 '2006.10.17 양지'가 적혀있다. 신대원 다닐 적에 산 책인 것이다. 당시만 해도 메타포나 은유, 성경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였다. 이 책 말고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성령 관련 책이 몇 권 더 구입한 기억이 있다. 수많은 책들이 아직도 박스에 묶에 나오지 못하고 창고 속에서 먼지에 쌓여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다. 어찌 내 눈 발견되었는지.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싶은 책이고 다시 성경 연구를 위해 사 모아야할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책이다.
윌프 힐데브란트의 <구약의 성령 신학 입문>의 경우는 꼭 필요한 책이 아니다. 그러나 좋은 책이다. 필요한 책과 좋은 책의 간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필요한 책은 당장 팔리지 않지만 꾸준히 팔려 나간다. 그건 생필품과 같은 책이니까. 하지만 좋은 책이면서 필요하지 않은 책은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 못하여 출판 초기에만 조금 팔리다가 이내 잊혀지고 만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으로만 끝나야 할까? 내가 보기에 절대 아니다.
성경을 묵상하고 깊이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중요한 관점과 주제를 던져주는 책이다. 특히 구약의 성령을 공부하고 싶아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이 쉽게 잊혀지는 이유는 하나다. 성경을 깊이 알려고 하는 이들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신교 인구가 자칭 천만이다. 내가 보기엔 600만 정도 생각하지만.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렇게 많은 교인들이 왜 몇 개 되지도 않는 기독교 출판사를 먹여 살리지 못할까? 교인의 문제가 아니다. 목사들 때문이다. 대개 담임목사들의 경우 교회에서 책정해 책 값으로 주는 돈이 한 달에 10만원에서 수십만원에 달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달에 10만원만 책에 투자한다면 한국 기독교 출판사는 그야말로 '대박' 날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대로 책 집필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자들이나 작가들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모두 옳다는 말은 아니지만 최소한 전문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공식은 성립된다.
필요한 책은 반드시 사야하지만, 좋은 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다. 바른 책 값의 사용은 좋은 책을 만들어 낸다. 바로 이 지점이 양질의 서적이 나오는 변곡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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