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권함
신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권함
제 수준에서 권면한다는 말이 맞지 않겠지만 20년 가까이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만 정리하려고 합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순전히 이제 갓 신대원 입학생이나 신학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주는 권면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사견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읽지는 말고요. 권면하고 싶은 몇 가지는 책 읽기입니다.
책 읽기 1: 성경 읽기
신학생이라면 적어도 일 년에 3독 이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목사 안수 받기 전까지 최소한 30독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경 읽기는 제 블로그에도 실어 놓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요즘에 일 년에 2독은 합니다. 요즘은 게으름이 늘어 필요한 성경만을 집중해서 공부해는 타입으로 변하기를 했지만 말입니다.
성경 읽기는 세 가지로 하십시오.
먼저, 통으로 읽으십시오.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까지 무턱대로 읽는 것입니다. 통독은 성경의 전체 흐름을 잡아 줍니다. 성경 역사의 흐름이나 방향들을 잡아 줍니다. 그리고 10독 이상 하게 되면 다른 책을 읽지 않아도 구약과 신약의 차이와 공통점, 출애굽기와 민수기의 성향, 이사야서와 소선지서들간의 미묘한 긴장들이 보입니다. 특히 성경을 인용할 때 어디서 어떤 구절이 있는지 대충? 알게 됩니다. 이것이 통으로 읽는 유익입니다.
두 번째는 연구하십시오.
통으로 읽어 가는 가운데 같이 병행해야 할 것이 바로 한 성경을 집중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를 100번 읽고, 온 갖 주석과 논문들을 찾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창세기 관련 논문 약 50개 정도, 주석 10권 정도를 참고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주해하십시오.
주해 정도를 하려면 적어도 신대원 2학년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수준별로 하는 것이 초보일 때 고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연구하는 것과 주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진짜 실력자는 주해까지 갑니다. 주해라고 해소 겁먹을 필요는 없고 온갖 주석을 읽고 짜깁기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자기 주관과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없어도 괜찮고요. 주해를 하면 전혀 다르게 성경이 다르게 옵니다.
이 정도 성경 읽고 연구하게 되면 100년은 목회에도 절대 설교 거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설교 준비할 시간이 종종 없을 때나 성경 본문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모를 때 고민거리가 훨씬 줄어듭니다. 아~ 이걸 진짜로 해봐야 하는데. 신대원에서 이런 거 리포트로 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경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책 읽기의 방법
그다음은 책 읽기입니다. 대학과 신대원을 구분하겠습니다. 먼저 대학생활 때 무엇을 할까요? 신학대라면 별 상관이 없지만 일반대라면 훨씬 유익합니다. 책 읽기의 기본은 이것입니다. 이것도 저의 사견입니다.
1. 역사서와 철학서 개요서를 충분히 읽으십시오.
철학과 역사는 다르면서도 같습니다. 가장 먼저 역사를 읽으십시오. 역사서도 다양합니다. 관점과 서술 방식에 따라 다르죠. 초보자 관점부터 시작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이야기 역사서를 읽으십시오. 이런 책들은 재미도 있고,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수천 년의 역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풀어 갑니다. 예를 들어, 청아출판사의 <이야기 세계사 1.2>가 좋습니다. 이건 기본 토대로 놓고 읽어야 합니다. 각주도 필요 없고 간략하게 세계사를 훑어 내려갑니다. 이와 비슷한 책들도 몇 권 있으니 찾으면 나올 겁니다.
두 번째 단계가, 각 나라별로 읽는 것이죠. 이야기 일본사, 이야기 한국사, 이야기 미국상 등등 많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나라를 집중적으로 읽으면 됩니다. 세계사가 큰 그림을 그렸다면 나라별로 읽는 것은 좀 더 세세하게 들어갑니다. 두 번째 단계까지가 개요에 해당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각론(各論)으로 들어갑니다. 이제는 통으로 읽지 않고 시대별로 읽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예로 든다면 고대사, 삼국시대, 고려 시대, 조선시대, 근현대 등으로 구분해 읽어 들어갑니다. 이 정도까지 들어가면 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에 올라갑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철학사도 동일합니다. 철학사가 있고, 시대별 철학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철학은 인물별로 읽는 것을 권합니다. 철학은 역사와 조금 다르기 때문이죠. 특히 신학을 한다면, 유럽사 중심으로 읽어야 합니다. 동양인으로서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간간이 중국과 한국 철학을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특히 중국 네 가지 사상을 기본적으로 공부해 두어야 합니다. 노장사상, 유가사상, 법가사상, 묵가 철학은 책 한 두 권으로 기본 사상은 읽힐 수 있을 것입니다. 논어 맹자, 묵자, 책은 꼭 읽기를 권합니다. 장자의 책도 좋습니다. 읽어보면 재미있습니다. 어렵지 않고요. 사견이지만, 유럽 철학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천하지만 동양 사상은 고대 사상이 발전해 가는 타입입니다.
2. 문학서적을 읽으십시오.
저는 대학시절 미친 듯이 청교도 책들과 조직신학에 빠져있었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청교도 책들이 대부분 조직신학적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학은 일종의 사이비로 취급했습니다. 덕분에 탄탄한 신학적 토대를 이루기는 했지만 너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해보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건 문학인 것 같습니다. 사실 조식 신학은 몇 권만 비교해서 읽으면 바닥이 드러납니다. 박사학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굳이 미친 듯이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할 것입니다. 목회자라면 신학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어쨌든 문학 책을 읽으십시오.
문학책을 선정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고전부터 읽으십시오. 머리 아픈 고전 말고 재미있는 고전들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돈키호테나, 홍길동전, 셰익스피어의 책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냥 읽고 또 읽으십시오. 신학생 시절에는 잘 모르지만 목회 연차가 많을수록 문학의 힘이 느껴질 겁니다. 고전 전집 중고 서점에 가면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오만 원이면 20권짜리 있을 겁니다. 그런 거 사놓고 주야장천 읽는 것입니다. 나중에 예화 거리로도 좋고, 인문학 관련 글을 이해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기실, 이런 책은 역사서를 읽다 보면 중간중간에 책 이야기가 나옵니다. 메모해 두었다고 그 책을 직접 사보는 것입니다. 그런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종의 기원>이나 <유토피아> 등은 세계사에 언급됩니다. 이런 책들은 꼭 읽어 봐야 합니다. 유토피아 읽어보면 지금도 깜짝 놀랄만한 세계경제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럽 사는 대부분 교회사와 겹쳐 있기 때문에 추천 책도 많습니다. 어거스틴의 <참회록> 칼빈의 <기독교강요> 등도 언급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역사서를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3. 전공을 찾으세요.
전공은 전문가가 된다는 말입니다. 유학을 가고 박사과정까지 가면 당연히 전공자가 됩니다. 논문 자체가 전문분야니까요. 하지만 일반 목회자들 역시 어느 부분에서는 박사에 준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고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되니까요. 한 분야의 책을 약 100권 정도 읽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전문가가 됩니다. 참 쉽지요. 안 믿어진다고요? 그럼 어쩔 수 없고요. 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 분야는 성경, 다른 분야는 신학. 성경 분야는 한 성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전문가가 되고, 신학에서는 소명이나 칭의, 또는 인간론에 대한 분야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죠. 세세하고 세밀하게 들어가면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목포에서 하누리 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는 김양호 목사의 경우는 목회 활동을 하면서 목포지역 교회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번에 세움 북스에서 <목포 기독교 이야기>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전에 <서서평 선교사의 통전적 선교의 다양성>이란 책도 썼고요. 이렇게 한 분의 전공을 갖는다는 것은 목회자로서 보람도 느끼고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목회의 다양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교회사도 좋고, 헤르만 바빙크처럼 신학자도 괜찮고, 조직신학의 한 부분도 좋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도전할만한 한 주제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을 정할 때는 가능한 내가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 목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정하십시오. 누구처럼 사진에 빠져서 목회를 내팽개칠 정도가 되면 아니하느니만 못 합니다.
자 어떻습니까? 신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주제가 아닌가요? 물론 현직 목회자들도 늦지 않았습니다. 은퇴가 70이라면 은퇴 후 자기 전공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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