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1. 1:1-5 우리의 인생은 무엇인가?
1. 1:1-5 우리의 인생은 무엇인가?
1. 성경 읽기
1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거류하였는데 2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이요 그의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요 그의 두 아들의 이름은 말론과 기룐이니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이더라 그들이 모압 지방에 들어가서 거기 살더니3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의 두 아들이 남았으며 4 그들은 모압 여자 중에서 그들의 아내를 맞이하였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더라 그들이 거기에 거주한 지 십 년쯤에 5 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2. 묵상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
아마도 이 구절만큼 암울하게 들리는 구절도 없을 것입니다. 개신교인들은 중세를 대체로 ‘암흑기’로 부르는데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경제적으로, 그 어느 것 하나 밝지 않습니다. 침울하고 암울합니다. 십자군 전쟁, 흑사병, 교회의 타락 등등의 단어들이 ‘중세’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를 것입니다. 사사 시대는 이보다 더했습니다. 사사 시대의 말기는 자신들이 멸망시켜야 할 가나안 족속보다 더 악하고 어리석은 인간들로 변해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범죄하고 타락했던 사사 시대에 일어난 일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룻기의 첫 단어가 ‘그리고—였다’(와예히) 또는 ‘그리고- 있다’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룻기를 독립적인 책이 아니라 사사기와 연결해서 읽으라는 의도적 문구입니다. 그러므로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를 암울한 사사적 배경으로 읽는 것이 정당합니다.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이스라엘에게 흉년과 기근은 심판의 결과입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범죄 할 경우 하늘이 닫히고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신약 시대에 이러한 해석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구약 성경 속에서 기근은 하나님의 징계의 방법이었습니다.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는 사사 시대에 흉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흉년이 범죄 한 사람들에게만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범죄 하지 않아도 함께 살아가는 모든 공동체에게 흉년은 찾아옵니다. 악의 고통은 정당하지만 의인의 고통을 불공평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은 이러한 불공평한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엘리멜렉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도 하나님의 징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고통을 받고 힘든 상황에 빠져 있다면 그 사람을 주목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를 도우려다 자신이 더 큰 고난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고통당하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긍휼과 자비이지 판단과 정죄가 아닙니다.
그들이 모압 지방에 들어가서 거기 살더니
유다의 어떤 남자가 그의 아내와 살았습니다. 그런데 기근이 들자 살기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으로 내려갑니다. 그 사람은 ‘엘리멜렉’이고, 그의 아내는 ‘나오미’며, 두 아들은 ‘말론과 기룐’입니다. 이들의 고향은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입니다. 사사기 기자는 특이한 순서를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먼저 이름의 뜻을 살펴봅시다.
엘리멜렉 – 하나님은 왕이시다.
나오미 – 희락(좋은, 기쁜, 사랑스러운)
말론- 병든 자 / 기론-낭비
두 아들의 이름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본명인지 아니면 일찍 죽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인지 확실치가 않습니다. 문학적 장치로 명명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사기 기자는 이들의 이름보다는 이들의 고향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들은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입니다. 왜 베들레헴으로 끝내지 않고 에브랏까지 덧붙였는지 알 수 없지만 다윗의 고향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가는 메시아를 예언하며 ‘베들레헴 에브라다’(5:1)로 소개하는 것을 보면 중요한 지명인 것이 분명합니다. 에브랏은 야곱의 아내였던 라헬이 에브랏을 지나다 산통으로 베냐민을 낳고 죽은 곳이기도 합니다.(창 48:7)
“16 그들이 벧엘에서 길을 떠나 에브랏에 이르기까지 얼마간 거리를 둔 곳에서 라헬이 해산하게 되어 심히 고생하여 17 그가 난산할 즈음에 산파가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지금 네가 또 득남하느니라 하매 18 그가 죽게 되어 그의 혼이 떠나려 할 때에 아들의 이름을 베노니라 불렀으나 그의 아버지는 그를 베냐민이라 불렀더라 19 라헬이 죽으매 에브랏 곧 베들레헴 길에 장사되었고 20 야곱이 라헬의 묘에 비를 세웠더니 지금까지 라헬의 묘비라 일컫더라” (창 35:16-20)
창 48:7 내게 대하여는 내가 이전에 밧단에서 올 때에 라헬이 나를 따르는 도중 가나안 땅에서 죽었는데 그 곳은 에브랏까지 길이 아직도 먼 곳이라 내가 거기서 그를 에브랏 길에 장사하였느니라 (에브랏은 곧 베들레헴이라)
이름에서 풍겨 나오는 어색한 동거는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발(誘發) 시킵니다. 자, 이제 이들의 정체가 드러났으니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봅시다.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3절)
아르바와 룻이 두 아들과 결혼함(4절)
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5절)
두 죽음 사이에 오르바와 룻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엘리멜렉의 죽자 두 아들을 통해 생명을 탄생시켜 보려 했던 나오미의 작전은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죽음을 피해 생명의 땅?으로 왔지만 그들에게 찾아온 곳은 죽음 그리고 또 죽음이었습니다. 나오미의 힘으로 세 명의 죽음을 막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거기 유하다’(3절)는 표현은 약간 모호합니다. 임시적 체류 일수도 있고, 영원히 거한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사사기 기자는 두 아들의 아내를 ‘모압 여자’(4절)로 소개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나오미가 처음부터 베들레헴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창세기부터 줄곧 이방 여인이나 가나안 여인들과의 결혼은 암묵적인 금기였기 때문입니다. 나오니는 모암에 들어앉을 생각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나오미는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인생은 절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모암에 거주한 지 십 년쯤, 남편도 죽고 두 아들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함께 죽고 맙니다. 나오미에게 남겨진 것은 상실의 아픔과 고독입니다. 그녀는 과부이고, 희망도 소망도 없는 ‘무(無)’가 되었습니다. 기근으로 인해 떡집(베들레헴)이 텅 비자 꽉 찬 모압으로 내려왔지만 하나님은 나오미의 모든 소유를 앗아가 버렸습니다. 그녀는 지금 텅 빈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그네 인생
나오미는 갈 곳이 없습니다. 남겨진 자는 가족들만 잃은 것이 아니라 말을 잃었습니다. 존재의 의미도, 살아갈 힘도 잃었습니다. 그녀는 지금에야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나그네입니다. 자신의 고향은 모압이 아닙니다. 베들레헴입니다. 그러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나오미가 고향을 떠날 때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욕도 했을지 모릅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지겨운 이곳, 끊임없이 범죄 하기를 반복하는 어둠의 공간. 그곳이 싫어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떠난 자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합리적이든 모순이 가득 차 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뱉은 말들이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있을 곳도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그녀는 유리하는 자가 되어 땅을 배회합니다.
그래서 희망이다.
나오미는 뒤에 남겨졌습니다. 남겨진 자들은 삶을 살아갈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인생은 원래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갑니다. 우리가 이것을 알 때 삶은 비로소 ‘은혜’가 되고, 하루는 ‘기적’이 됩니다. 실패했기 때문에 실패한 자의 슬픔을 알고, 넘어졌기 때문에 넘어진 자의 아픔을 압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했습니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악함을 모르며 사는 것보다 아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러나 알며 살아가는 것은 고통이며 아픔입니다.
절대 절망이 나오미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희망은 가슴 저리고 아픈 것입니다.
룻기 묵상집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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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면서
1. 1:1-5 우리의 인생은 무엇인가?
2. 1:6-14 하나님께로 가는 길(1)
3. 1:15-23 하나님께로 가는 길(2)
4. 2:1-13 사랑은 겸손의 계곡에 피어나는 백합화로다
5. 2:14-23 버려라, 마음껏 버려라
6. 3:1-9 당신의 옷자락을 펴 당신의 여종을 덮으소서
7. 3:10-18 그가 쉬지 아니하리라
8. 4:1-9 아무개 신발을 벗다
9. 4:9-17 생명의 회복자
10. 4:18-22 베레스의 계보
마치면서
부록
판권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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