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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추절의 의미] 제3장. 공동체적 측면과 사회적 정의

샤마임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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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공동체적 측면과 사회적 정의: 모두가 함께 드리는 절기의 신학

1. 들어가는 말

맥추절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절기들은 단순한 예배 의례나 종교 행사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은 공동체의 윤리적 기초와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였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제도적 기틀이었습니다. 특히 신명기 16:11에 나타난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 중에 있는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라는 구절은 공동체 절기의 포괄성과 사회 정의적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본 장에서는 절기의 공동체적 특성과 성소 중심 예배의 통합적 상징성을 중심으로 맥추절의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정리해 봅니다. 맥추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2. 절기 예배의 포괄성과 구속사적 공동체

신명기 16:11은 칠칠절(맥추절)을 지키는 방법을 이렇게 명시합니다: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 중에 있는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함께 즐거워할지니라.”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함께’(히브리어: yachdav, יַחְדָּו)입니다. 이 절기는 특정한 계층이나 부유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하나님 앞에 동일하게 설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구절은 이스라엘 신앙에서 공동체 개념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단지 개인의 경건함을 요구하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정의와 긍휼을 함께 실천하는 예배를 원하셨습니다. 고아, 과부, 이방인(객), 레위인처럼 제도적 보호 밖에 놓인 사람들도 절기의 기쁨과 축제에 동등하게 참여해야 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의 공예배가 단지 정기적 모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서로를 환대하고 돌보는 살아 있는 공동체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3. 절기의 사회적 의미와 윤리적 명령

절기는 단순히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공동체 내에서 정의와 자비를 실현할 것을 요구하는 윤리적 장치였습니다. 절기를 지키는 것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행위였고, 그 기억은 종종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신명기 16:12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애굽에서 종이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

이 말은 절기의 유래가 단지 농사의 풍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해방’과 ‘구속’의 역사에 기초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절기를 지키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셨는가’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구체화되어야 했습니다.

레위기 23:22는 맥추절의 규정 후에 곧바로 다음과 같은 사회 윤리적 명령을 삽입합니다: “너희 땅의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 두라.” 이 구절은 절기 예배와 가난한 자를 위한 배려가 분리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즉,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는 것과 동시에 이웃에게 긍휼을 베푸는 것이 참된 예배라는 것입니다.

4. 성소 중심 예배의 통합적 상징성

신명기 16:11에서 절기를 드리는 장소는 "하나님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예배의 통합성과 영적 중심성을 상징하는 개념입니다. 이 성소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하나님의 임재 아래에 있음을 나타내는 장소였고, 각 지파와 계층을 초월하여 하나님 앞에서 하나 되는 장소였습니다.

이 성소 중심성은 예배의 일치성과 질서, 그리고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합니다. 각 가정에서 드리는 감사는 결국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한 중심, 즉 예루살렘 성전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이는 예배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바벨론 포로기 이후 성전이 파괴되었을 때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린 것도, 그들이 이 성소 중심 예배를 통해 공동체로 존재해 왔기 때문입니다.

맥추절은 이 성소를 중심으로 모든 사회 계층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때였습니다. 이들은 단지 예배를 드리러 모인 것이 아니라, 예배 안에서 서로를 환대하고, 기쁨을 나누며, 하나님이 베푸신 생명의 풍요를 공동으로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절기의 통합적 상징성입니다.

5. 이방인과 공동체 포용성

절기 예배에 등장하는 ‘객’(히브리어: ger, גֵּר)은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땅에 거주하며 이스라엘의 법과 질서에 순응하는 외국인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혈통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이방인이라도 절기에 참여시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절기 예배가 민족을 넘어선 하나님의 구속 공동체를 예표하는 장치였음을 시사합니다.

레위기 19:34는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난 자같이 여기며 그를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었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절기 예배를 통해 이방인도 포함되는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의 범위를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기 원하셨습니다.

이는 신약 시대에 사도 바울이 ‘하나님 앞에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다’고 선언하는 신학적 배경이 되며(갈 3:28), 성령의 강림이 모든 민족에게 임한 오순절 사건(행 2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6. 절기와 공동체 정의의 현대적 적용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절기 예배는 여전히 의미 있는 신앙적 실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예배를 단지 전통적인 기념으로만 치러서는 안 됩니다. 맥추감사절은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며, 예배 안에서 하나됨을 경험하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더욱 파편화되어 있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된 시대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이민자나 장애인, 독거노인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여전히 예배의 주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구약의 절기 정신을 따른다면, 이들이야말로 절기 예배의 중심에 서야 할 이들입니다. 교회는 절기 예배를 통해 이들을 환대하고, 예배 안에서 ‘같이 즐거워하는 것’(yachdav)이 무엇인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7. 결론

맥추절은 단지 첫 수확을 드리는 감사의 절기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 앞에서 함께 서는 자리이며, 하나님의 구속사에 참여하는 시간입니다. 이 절기에는 과부, 고아, 객, 레위인까지 포함된 사회적 연대가 담겨 있으며, 그것은 곧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기도 합니다. 성소 중심 예배는 예배의 질서와 중심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배가 공동체 전체를 하나로 묶는 영적 허브가 되어야 함을 가르쳐 줍니다.

오늘날의 맥추감사절이 이러한 공동체성과 사회적 정의의 정신을 회복할 때, 그것은 단순한 ‘절기 지킴’을 넘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가운데 실현해 가는 살아 있는 예배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절기 예배 속에서 ‘누가 초대받아야 하는가’를 다시 묻고,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객’과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공동체를 세워야 할 것입니다.

맥추절에서 감사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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