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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추절의 의미] 중간기 유대교와 제2성전기 맥추절 이해

샤마임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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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중간기 유대교와 제2성전기 맥추절 이해

1. 서론: 절기의 과도기적 정립기

중간기(intertestamental period)란 말라기 이후 신약성경의 사도시대 이전까지, 대략 기원전 5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까지의 시기를 의미합니다. 이 시기는 선지자적 계시는 중단되었지만, 유대교의 신학과 예배 체계가 급격하게 정비되고 확장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성경의 절기들은 단지 율법적 규정의 준수 차원을 넘어, 성전 예배와 공동체 정체성의 중심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맥추절 역시 이 시기를 지나면서 의례적 체계가 강화되고, 정치적·사회적 위기 속에서 민족 정체성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재정의되었습니다. 본 장에서는 『유대고대사』, 『에녹서』, 『율법의 책』 등 중간기 문헌들에서 나타난 맥추절의 흔적을 고찰하고, 그것이 제2성전기의 성전 중심 절기로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2.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 속 맥추절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는 기원후 1세기 유대 역사가이자 로마 제국의 귀족 계층에 편입된 인물로, 『유대고대사』(Antiquities of the Jews)와 『유대전쟁사』(The Jewish War)를 통해 중간기 및 예수 당시의 유대 역사를 후대에 전해 주었습니다.

『유대고대사』 제3권 10장 6절에서 요세푸스는 맥추절(칠칠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이 날은 밀 수확의 완성을 기념하는 날이며, 칠 주를 계산하여 오순절로 불린다. 백성들은 이 날 성전으로 올라가, 수확의 감사 제물과 함께 공동체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여기서 요세푸스는 맥추절이 단지 농업적 감사절기를 넘어서, 성전 중심의 예배 절기로 재해석된 양상을 보여줍니다. 그는 절기를 "오순절"(Pentecost)로 언급하면서 그리스어권 디아스포라 유대인을 위한 번역적 배려도 드러냅니다. 맥추절을 오순절로 풀었다는 점에서 신약적 의미가 이때부터 본격화 되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포로 이전과 이후의 맥추절은 상당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요세푸스의 증언은 맥추절이 제2성전기 동안 여전히 중요한 절기로 기능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는 ‘공동체의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이 절기가 예루살렘 순례절기였음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신명기 16장에 명시된 세 절기 순례 명령(무교절, 칠칠절, 초막절)은 이 시기에도 실천되고 있었으며, 이는 예수 시대의 절기 예배 관습의 배경이 됩니다.

3. 에녹서에 나타난 축제 달력과 맥추절

중간기 유대교의 중요한 문헌인 『에녹서』(특히 『천문서』와 『묵시서』)는 유대인들의 달력 체계와 절기 구조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에녹 전승은 바빌론 포로 이후 다수의 유대 공동체들이 채택했던 태양력 중심 달력(365일)을 강조하며, 이 안에서 절기들이 정교하게 계산됩니다.

『에녹서』 82장 6–20절에 의하면, 칠칠절은 매년 동일한 날짜(태양력 기준 3월 15일경)에 지켜졌으며, 이는 계절의 순환과 연계된 천문적 계산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이러한 절기 달력은 사두개파 및 에세네파 공동체와 연결되며, 이들은 절기와 예배가 우주의 질서와 일치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맥추절은 단지 감사 제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창조 질서와 구원의 시간표 안에서 위치한 "거룩한 시간의 이정표"로 여겨졌으며, 성전에서의 예배만이 아니라, 공동체 내 신비주의적 성찰과 윤리 실천의 기준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시기 절기는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 계급만의 영역이 아닌, 다양한 유대 종파들—바리새인, 에세네인, 사두개인 등—의 해석과 적용을 통해 다층적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특히 에세네파의 달력과 절기 관점은 쿰란 공동체 문헌 속에서 풍부하게 나타납니다.

4. 절기의 의례화와 사회적 의무의 강조

중간기 유대교는 유대민족의 정체성 회복과 구별을 강조하며 절기를 더욱 체계적으로 의례화하였습니다. 유대 문헌에서는 맥추절을 지키는 자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상급’이나 ‘의인됨의 징표’로 간주되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율법의 책』(Jubilees)에서는 모세가 신해산에서 받은 계시의 일부로 절기들이 등장하며, 맥추절은 ‘언약의 갱신일’로 표현됩니다.

『율법의 책』 제6장 17–22절에서는 칠칠절(오순절)을 하나님과 아브라함이 맺은 언약의 기념일로 강조합니다. 이 날은 단지 농사의 수확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조상과의 언약을 되새기고, 공동체가 그 언약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으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신학적 전환은 절기를 단순한 전통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신앙과 윤리의 재정립 도구로 승화시켰습니다. 절기의 ‘의례화’는 더 많은 참여자와 더 명확한 규범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는 곧 성전 제사 체계의 강화, 바리새인의 율법주의적 강조, 에세네파의 경건주의적 실천으로 분화됩니다.

이 시기 맥추절은 다음과 같은 의례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발전합니다:

  • 두 떡 예물: 레위기 23장에 근거하여, 누룩이 든 두 떡을 하나님께 바침. 이는 공동체의 이방인 포함을 예표하는 상징.
  • 감사 낭독문: 신명기 26장에서 유래된 신앙고백적 낭독문이 성전 제의에서 일반화됨.
  • 기쁨의 의무: 축제 기간 동안 기쁨과 나눔, 기부가 율법적 의무로 간주됨.
  • 레위인의 성가대와 성전 음악: 찬양과 악기가 동원되어 절기 분위기를 극대화.

5. 절기의 신성화와 내면화

중간기 유대교는 외형적 절기 규정만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야 할 내면의 경건과 윤리적 삶을 강조했습니다. 『집회서』(Sirach)나 『토빗서』(Tobit) 같은 헬레니즘 시대 유대 경건문학은 절기를 지키는 것이 단지 제물을 드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한 자를 돌보고, 공의를 행하며, 마음을 겸손히 하는 것과 결부되어야 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토빗서 1장 6–8절에서 토빗은 맥추절에 가족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 십일조를 드리며, 과부와 고아, 나그네를 위한 구제를 동시에 실천합니다. 이처럼 맥추절은 공동체 정의의 실천과 직결된 절기로 여겨졌으며, 신앙과 삶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기능했습니다.

바리새파의 전통에서도 절기는 ‘의로운 삶’의 시금석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절기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는 삶이며, 의인의 행위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중 비판하신 위선적 절기 지킴은, 바로 이러한 의례주의가 본질을 잃은 외식으로 변질된 예일 수 있습니다.

6. 결론: 구속사 속에서 맥추절의 위치

중간기 유대교와 제2성전기 문헌 속에서 맥추절은 단지 농경사회의 수확 기념일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 신앙의 고백, 윤리 실천의 통합적 장치로 변화하였습니다. 요세푸스, 에녹서, 율법의 책, 집회서 등 다양한 문헌들은 맥추절이 성전 중심의 경배에서 공동체 윤리, 언약 갱신, 신앙 내면화까지 다면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에 정립된 맥추절 전통은 훗날 신약에서 오순절 성령 강림의 배경이 되며, 초대 교회가 성령의 첫 열매로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구속사의 전환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중간기 유대교의 절기 전통은 단지 역사적 참고자료가 아니라, 구약과 신약 사이를 연결하는 신학적 다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맥추절에서 감사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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