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 2:18-20 묵상
고난 중에도 선을 행하는 자의 은혜
베드로전서 2장 18절부터 20절은 신앙을 가진 성도가 부당한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당시 초대교회 안에는 주인에게 속한 노예로 살아가는 성도들이 많았고, 그들은 종종 불합리한 대우와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복음을 따라 살아가야 했습니다. 베드로는 그들에게 단순한 복종을 넘어, 하나님을 의식한 고난의 순종이 얼마나 귀하고 은혜로운 일인지 가르칩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권력과 불균형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로, 우리는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두려움으로 복종하는 종의 삶
“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움으로 주인들에게 순종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벧전 2:18)
여기서 베드로는 ‘사환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이 단어는 ‘οἰκέται(oiketai)’이며, 이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일하는 노예나 하인을 가리킵니다. 로마 제국 사회에서 노예는 흔한 계층이었고, 많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노예 신분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이들에게 주인에게 “범사에 두려움으로” 순종하라고 권면합니다. 이 ‘두려움’은 헬라어로 ‘φόβῳ(phobō)’인데, 단순히 공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식하는 경외심에서 비롯된 존중의 태도를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두려움이 주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태도로 해석된다는 점입니다. 즉, 노예들이 주인에게 복종하는 이유는 단지 강압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신앙적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베드로는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뿐 아니라,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복종하라고 말합니다. ‘까다로운’은 헬라어로 ‘σκολιοῖς(skoliois)’로, 본래 ‘비뚤어진’, ‘불공정한’, ‘억지스러운’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것은 단순한 윤리적 순종이 아니라, 복음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자신이 처한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그 상황을 하나님의 뜻 안에서 바라보고 순종의 태도를 가집니다. 이 복종은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구조 속에서 신앙인이 어떻게 복음적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억압의 체제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을 유지하라는 고귀한 권면입니다.
억울한 고난을 참는 자의 은혜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벧전 2:19)
베드로는 고난이 모든 경우에 동일한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생각한다’는 헬라어는 ‘συνείδησιν θεοῦ(syneidēsin theou)’로, 문자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의식’ 혹은 ‘하나님 앞에서의 양심’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고난을 단순히 견디는 차원을 넘어, 하나님을 의식하며, 그분 앞에서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며 고난을 받아들인다는 고백입니다.
‘슬픔을 참는다’는 말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감정적, 정신적 고통까지 포함합니다. 이 고난이 ‘부당하다’는 말은 ‘부정의한’, ‘받을 이유가 없는’ 고통을 의미합니다. 베드로는 이러한 고통이 하나님 앞에서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표현은 헬라어 ‘χάρις(charis)’로, 일반적으로는 ‘은혜’ 혹은 ‘호의’라는 뜻이지만, 이 문맥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 또는 ‘칭찬받을 만한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 말씀은 억울한 고난 앞에서 믿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세상은 고난을 피하거나 거부하지만, 믿음의 사람은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경험하며, 그분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증명해 나갑니다. 부당한 고난조차 하나님을 의식한 인내의 자리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선을 행함에도 고난받을 때의 참된 가치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 그러나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벧전 2:20)
이 구절은 고난의 정당성과 그 안에 담긴 영적 의미를 분명히 구별해줍니다. 먼저 베드로는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는 것”은 특별한 칭찬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업자득의 고난이며, 인간 사회에서 공정하게 주어지는 결과일 뿐입니다. 그러나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고난입니다.
‘선을 행하다’는 표현은 반복적으로 강조되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삶을 가리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받는다면, 그것은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하나님 앞에서는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정받는 순간입니다. 이때 다시 한 번 사용되는 ‘아름답다’는 표현은 앞서와 동일하게 ‘charis’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영광 받으시는 삶의 자세를 말합니다.
이 고난은 수동적 인내를 넘어, 능동적인 순종의 표현입니다. 즉, 그리스도인의 고난은 단지 참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높이고, 선을 선택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의지적 행위입니다. 그래서 이 고난은 결코 헛되지 않고, 하나님의 보좌 앞에 향기로운 제물처럼 올려지게 됩니다. 이 고난은 하늘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이 땅에서의 어떤 승리보다 더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결론
성도는 억울한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식하며 선을 행할 때, 하나님 앞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자가 됩니다.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순종하고 인내하는 삶은, 하늘의 시선에서는 고귀한 찬양이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길이 됩니다. 우리는 고난의 자리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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