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1:1 - 1:11 강해 설교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이 아침에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하늘의 평안과 은혜가 충만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살펴볼 말씀은 빌립보서 1장 1절부터 11절까지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사도 바울이 감옥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빌립보 성도들에게 보낸 감사와 사랑의 편지이며, 그 안에는 복음으로 하나 된 교회 공동체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하나님의 구속사적 계획에 대한 확신이 녹아 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시작하신 그 선한 일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 그 열매가 어떠한지 점검하며, 온전히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성숙한 신자의 삶을 배워가길 원합니다.

인사와 복음 안에서의 일치(1:1-2)

사도 바울은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디모데의 이름까지 함께 언급하며 편지를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종"(δοῦλος)이라 부르며 복음 사역자로서의 철저한 헌신과 정체성을 선포합니다. 이는 단지 겸손의 표현을 넘어서, 자신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자임을 선언하는 신앙 고백입니다. 바울은 편지를 받는 자들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빌립보에 사는 모든 성도와 감독들과 집사들"(1:1)이라 부릅니다. 이는 초대교회가 단순한 모임을 넘어서 조직과 직분이 존재하는 공동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며, 교회가 복음의 공동체로서 기능하고 있었음을 알게 해줍니다.

이어 바울은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1:2)라고 축복합니다. 이 인사는 유대 전통의 평강(샬롬)과 헬라 세계의 은혜(카리스)를 통합하여 복음이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구속사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가 새로운 인류의 공동체로 세워졌다는 진리를 상기시킵니다.

감사의 기도: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1:3-5)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을 떠올릴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 간구할 때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함은"(1:3-4). 이 감사는 단순한 정서적 반응이 아니라, 그들 안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구속적 사역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영적 반응입니다.

특히 "첫날부터 이제까지 복음을 위한 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1:5)이라는 표현은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의 깊은 의미를 드러냅니다. 코이노니아는 단순한 물질적 후원 이상의 개념으로, 공동 사역, 공동 책임, 공동 헌신을 포함합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이 감옥에 있을 때에도 후원을 멈추지 않았으며, 복음의 확장을 위한 동역자적 위치를 자청한 공동체였습니다. 이러한 동역은 바울에게 큰 위로이자,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신하게 하는 중요한 증거였습니다.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1:6)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1:6). 이 구절은 구속사적 시각에서 매우 중심적인 선언입니다. 여기서 '착한 일'(ἀγαθὸν ἔργον)은 단순히 선한 행위나 선의가 아니라, 구원의 시작, 곧 하나님의 부르심과 성령의 내주, 회심과 거듭남의 과정을 아우르는 구원 사역 전체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계획을 시작하시고, 반드시 그 계획을 완성하시는 분입니다. 바울은 이 사실을 단호히 선포하면서, 우리 신앙의 여정이 단지 인간의 의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주권의 틀 안에서 시작되었고 완성될 것임을 선언합니다. 이 확신은 성도들에게 흔들림 없는 위로가 되며, 동시에 현재의 고난과 불완전함 속에서도 인내하며 믿음으로 전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를 사모함(1:7-8)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단지 인간적 애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깊은 사랑임을 강조합니다. "내가 너희 무리를 위하여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니"(1:7). 그는 자신이 옥에 있을 때에도 복음을 위한 변론과 확증의 자리에서 빌립보 성도들과 연합되었음을 믿었습니다.

그는 그들을 "은혜에 함께 참여한 자들"(συγκοινωνός)라고 부르며, 이는 단지 재정적 후원을 넘어선 고난과 복음의 수고를 함께 나눈 자라는 의미입니다. 이어 그는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1:8)라고 고백합니다. '심장'(σπλάγχνα)은 고대 헬라어에서 가장 깊은 감정과 본능이 자리한 내장을 의미하는 말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바울의 내면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단지 인류애가 아니라, 복음으로 인해 형성된 신령한 사랑입니다.

지식과 총명으로 열매 맺는 삶을 위한 기도(1:9-11)

바울은 빌립보 교회가 단순히 사랑이 많은 공동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 지식(ἐπίγνωσις)과 총명(αἴσθησις)으로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지식은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의미하며, 총명은 실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영적 민감성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적용되는 실천적 지혜를 뜻합니다.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1:10)는 표현은, 많은 것이 선해 보이는 시대 속에서 진짜 '지극히 선한 것', 곧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판별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가능할 때에야 비로소 성도는 "그리스도의 날까지 순전하고 허물 없이" 살아갈 수 있으며, 삶의 열매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가득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됩니다. '의의 열매'(καρπὸς δικαιοσύνης)는 신자의 내면에서 성령의 역사로 맺히는 성품과 행동, 그리고 복음의 열매들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입니다.

이 열매는 스스로 맺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맺히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끊임없이 예수께 붙어 있어야 하며, 그분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영적 풍성함을 누려야 합니다.

결론: 시작하신 이가 완성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본문은 감옥 속에서 기록된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감동과 위로, 확신과 격려로 충만합니다. 이는 인간의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한 복음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일은 회심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마침내 그리스도의 날에 이르러 완전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안에 여전히 미완성된 모습이 있다 할지라도 낙심치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며, 시작하신 일을 반드시 마치실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나님을 신뢰하며, 오늘도 복음 안에서 하나 되어 기도하고, 사랑하고, 동역하는 공동체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복음에 참여함으로 기쁨을 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서로를 품으며, 지식과 총명으로 선한 것을 분별하고 의의 열매를 맺는 삶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성도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그 선한 일은 당신의 삶에서도 반드시 아름답고 찬란하게 완성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