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2:5 - 2:18 강해 설교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빛 가운데 나아가라
주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우리를 부르셔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세우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임할 때, 우리 영혼은 새롭게 되고, 삶은 다시금 빛을 회복합니다. 오늘 본문 빌립보서 2장 5절부터 18절까지의 말씀은 사도 바울이 교회 공동체를 향해,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라고 강권하며, 그 마음이 무엇이며, 그 결과가 무엇인지 구속사적인 흐름 안에서 깊이 조명해주는 복음의 중심 진리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윤리는 단지 외적 행위의 지침이 아니라,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생애에 근거한 존재의 전환이며, 빛으로 부르심 받은 자들이 세상 가운데서 어떻게 존재하고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명의 지침입니다. 오늘도 주어진 본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되길 원합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2:5)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2:5). 바울은 본문에서 매우 강력한 요청을 합니다. 여기서 ‘마음’(φρονεῖτ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전체 인격의 방향성, 가치 판단, 그리고 삶의 중심축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은 사랑과 겸손, 섬김과 희생으로 요약됩니다.
바울은 단지 예수님을 도덕적 모범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교회 공동체가 존재 그 자체로 그리스도를 반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즉, 예수님의 겸손과 자기를 비우시는 삶은 단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가 살아내야 할 현실적 기준입니다. 우리의 사고, 말, 행위의 중심에 그리스도의 사고방식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오늘날 수많은 갈등과 분열 속에서 교회가 회복해야 할 첫 번째 본질은 바로 이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진정한 연합은 조직이나 담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을 때 가능해집니다.
자기를 비우시고 낮추신 그리스도(2:6-8)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2:6). 그리스도의 존재는 단지 인간적 위인 중 하나가 아닙니다. 그는 영원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며, 하나님의 본질(μορφῇ)을 공유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신성을 포기하지 않으시되, 그 신적 영광을 가리시고 우리 가운데로 내려오셨습니다.
‘자기를 비우셨다’(ἐκένωσεν)(2:7)는 표현은 ‘케노시스’(kenosis)라는 신학 용어로 발전되었으며, 이는 그리스도께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비워내셨다는 신적 자기희생을 뜻합니다. 그는 ‘종의 형체’를 가지사, 즉 노예의 자리에까지 낮아지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낮아짐의 끝은 ‘죽기까지 복종하심’이며, 그것도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가장 수치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2:8). 이는 단순한 고난이 아닌,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순종, 그리고 인류를 위한 구속의 길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구속사의 핵심 구조를 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비천함을 덧입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셨기에, 우리 역시 자신의 권리를 고수하지 않고 비워내는 삶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높여주신 하나님(2:9-11)
예수 그리스도의 철저한 낮아지심은 결국 하나님의 높이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2:9). 여기서 ‘지극히 높이다’는 의미의 헬라어는 ‘ὑπερυψόω’로, 최상의 높임을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피조물 중 하나로서가 아니라, 만유의 주권자로 높임을 받으셨습니다.
그분께 주어진 이름은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이요, 그 이름 앞에 하늘과 땅과 땅 아래의 모든 존재가 무릎을 꿇게 되며, 모든 입이 그분을 ‘주’(κύριος)라 시인하게 됩니다(2:10-11). 이는 구약 이사야 45:23의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하나님께만 돌려지던 경배가 이제 예수께로 향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그분의 권세, 정체성, 사역 전체를 의미합니다. 교회는 이 이름을 붙들고 예배하고, 이 이름 안에서 복음을 전해야 하며, 이 이름을 통해 기도하며 승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낮아진 자를 높이십니다. 이는 성경의 일관된 원리입니다. 모세, 다윗, 요셉… 모두가 낮아짐을 통과하여 하나님의 높이심을 경험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원리는 절정에 도달하며, 교회는 이 겸손과 승리의 길을 따릅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2:12-13)
이제 바울은 공동체를 향한 실제적 권면으로 나아갑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2:12). 여기서 ‘이루라’(κατεργάζεσθε)는 이미 주어진 구원을 내면화하고 외적으로 실현해내라는 의미입니다. 즉, 구원은 한 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업’되어야 할 거룩한 여정입니다.
그러나 이 여정은 전적으로 인간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2:13). 하나님께서는 성도들 안에 ‘소원’을 두시고, 그 소원을 실현하게 하십니다. 이는 성화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진리입니다. 우리가 거룩을 사모하는 마음 자체도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성도는 이 은혜의 역사에 응답하며, 두려움과 경외심 가운데 자신의 삶을 날마다 복음에 조율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구원의 실현이며, 공동체의 거룩함은 이 과정을 통해 강화됩니다.
원망과 시비 없는 삶(2:14-16)
바울은 공동체의 실천 윤리를 제시합니다. “모든 일을 원망과 시비 없이 하라”(2:14). 이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큰 요소인 불평과 논쟁을 멈추라는 명령입니다.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끊임없이 불평하고 원망했던 모습은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신 태도였습니다. 바울은 그러한 부정적 태도가 교회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오히려 성도는 “흠이 없고 순전하여…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나며”(2:15) 살아야 합니다.
여기서 ‘빛들’(φωστῆρες)은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늘의 광명체들과 같은 표현으로, 세상을 비추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어두움 속에서 생명의 말씀을 들고 살아가는 ‘도시 위의 등불’이어야 합니다(마태복음 5:14).
복음을 단지 말이 아닌 삶으로 증거해야 하며, 우리의 순전한 행실과 거룩한 태도는 곧 복음의 향기가 됩니다. 바울은 이러한 삶이 ‘그리스도의 날’(2:16), 곧 주님의 재림 때에 자랑할 근거가 된다고 말합니다. 복음은 반드시 삶으로 열매 맺어야 합니다.
기쁨으로 드리는 믿음의 제사(2:17-18)
바울은 자신의 사역을 ‘전제’(σπένδομαι), 곧 제물 위에 부어지는 포도주로 비유합니다. 이는 자신의 삶 전체가 성도들의 믿음 위에 부어지는 헌신이며 희생임을 고백하는 표현입니다.
이는 그가 단지 사도직을 직업적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라, 자기 생명을 복음과 공동체를 위해 기쁨으로 드렸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그 희생을 통해 기뻐하며, 성도들에게도 함께 기뻐하라고 말합니다(2:18). 이는 단지 감정의 기쁨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헌신함으로 말미암아 오는 복된 기쁨입니다.
로마서 12:1의 “산 제물” 개념과 같이,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주님께 헌신된 제사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 삶은 피곤하거나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라, 생명의 기쁨으로 충만한 예배입니다.
결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비추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높아지심, 그분의 마음과 길, 그리고 성도의 삶의 방향성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구원받은 자로 머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비추는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낮아지게 하고, 순종하게 하며, 마침내 높이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게 합니다. 두려움 없이, 원망 없이, 주어진 구원을 실현해 가며, 빛으로 이 세상에 살아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날, 우리 삶이 그분 앞에서 자랑이 되기를, 우리 안에 시작하신 착한 일을 하나님께서 반드시 아름답게 이루시기를, 그리고 우리가 드리는 모든 믿음의 제사가 하나님께 기쁨이 되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성도 여러분, 오늘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충만하여, 세상을 밝히는 거룩한 빛으로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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