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바다를 가르신 하나님(출애굽기 14:21-22)
바다를 가르신 하나님(출애굽기 14:21-22)
1. 바다 앞에서 마주한 불가능(출 14:21)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이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바알스본 맞은편 바닷가에 진을 쳤습니다. 바로는 이 상황을 보고 이스라엘이 광야에 갇혔다고 생각하고 군대를 이끌고 추격해옵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상황을 주도하셨고, 그 목적은 바로에게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본문에서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라는 구절은 단순한 인간의 동작을 넘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믿음의 상징입니다. 히브리어 동사 "נָטָה(나타)"는 뻗다, 내밀다의 뜻을 갖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을 끌어오는 통로로서의 순종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여호와께서 큰 동풍이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사”라는 구절은 자연의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의도적 개입을 드러냅니다. 히브리 원문에서는 동풍이 "לֵילָה כָּל(콜 라일라)", 즉 밤새도록 계속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창조 때 혼돈의 물 위에 하나님의 영이 운행하시던 상황을 연상케 합니다(창 1:2). 혼돈을 질서로 바꾸시는 하나님, 창조주로서의 권능이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탈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역사 속에서 새로운 창조의 장면으로 읽혀야 합니다. 바다는 고대 근동 세계에서 죽음과 혼돈의 상징이며, 이 바다가 갈라지는 사건은 죄와 죽음의 세력을 뚫고 하나님의 백성을 새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는 결정적 행위입니다.
2. 바다 가운데 길을 내신 하나님(출 14:22)
22절은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를 육지로 걸어가고"라고 시작합니다. 바다 가운데에 길이 열렸다는 것은 불가능한 공간에 길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히브리어로 "יַבָּשָׁה(야바샤)"는 창세기 1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던 단어로, 물 가운데서 드러난 마른 땅을 의미합니다. 즉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창조의 재현을 이루신 것입니다.
"물은 그들의 좌우에서 벽이 되니"라는 표현은 단순한 현상 묘사를 넘어 상징적인 선언입니다. 벽은 보호와 경계의 의미를 가지며, 하나님의 임재 아래에서 이스라엘은 죽음의 물 가운데서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 사건은 세례의 모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0장에서 이를 세례로 해석하며,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와 함께 구름과 바다에서 세례를 받은 것이라고 말합니다(고전 10:1-2). 물은 심판과 죽음의 상징이지만, 그 가운데서 하나님은 생명의 길을 내시고, 백성을 새 언약 공동체로 인도하십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십자가의 모형도 발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와 사망의 깊은 바다를 통과하여 부활로 새로운 생명의 길을 내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도 죽음의 강을 지나 하나님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물의 심연은 하나님의 심판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만 생명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는 은혜 없이 인간이 자기 힘으로는 절대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3. 기억해야 할 믿음의 여정(출 14장 전체 맥락)
이스라엘 백성은 인간의 눈으로 보면 완전히 막힌 길 앞에 섰습니다. 뒤에는 바로의 군대가 있고, 앞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막힌 곳에서 길을 여십니다. 이는 단지 위기에서의 구출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의 신앙 여정 전체를 상징합니다. 구속사는 이처럼 막다른 곳에서 시작되며, 하나님의 길은 언제나 우리의 길과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합니다.
본문이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전략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출 14:13)는 말씀은 모든 인간적 계산과 대책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신뢰하라는 부르심입니다. 홍해 앞에서 하나님은 백성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셨고, 대신 하나님 자신이 모든 일을 행하셨습니다. 이 신비한 구속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기적이 아니라, 오늘 우리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인생의 여러 바다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절망과 실패, 죄책과 상처,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의 상황 앞에서 우리는 물러서고 싶지만, 하나님은 그 바다를 통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가운데 길이 있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구속의 능력이 있습니다.
이제는 이 사건을 단순히 전설이나 신화처럼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주어진 살아 있는 역사이며, 신앙의 패턴이며, 구원의 전형입니다. 홍해의 물결이 갈라졌듯, 우리 삶 속에 어떤 깊은 물도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는 길을 열어야만 합니다. 이 진리를 붙들고 사는 것이 믿음입니다. 중간에 백성들의 원망과 두려움, 모세의 중보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 바람, 바다의 반응까지 모든 흐름은 하나님의 철저한 계획과 개입 안에 있습니다. 글씨가 잘 안보이면 화면 밝기를 조금 높이세여.
이스라엘은 그날, 단순히 애굽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바로 바다였습니다. 구속사의 결정적인 문턱이 바로 이 홍해였으며, 하나님은 거기서 자신의 백성을 구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결론
하나님은 절망의 바다 앞에서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여시는 분이십니다. 그 길은 죽음을 통과한 길이며, 믿음으로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 길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우리는 때로 삶의 여러 장벽들 앞에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은 무섭고, 과거는 우리를 추격해 오고, 미래는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속은 언제나 그런 절망의 자리에 임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바다, 그것은 우리를 삼키는 죽음의 위협처럼 보일 수 있으나, 하나님의 시선에서 보면 그 바다는 곧 새로운 길의 시작입니다. 하나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시는 분이며, 그분의 구속은 언제나 현실 안에서 실현됩니다.
이스라엘이 그 바다를 육지처럼 건넌 것처럼, 우리도 삶의 거센 물결 가운데서 믿음으로 발을 내딛어야 합니다. 무서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그분의 영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바람이 불고, 물이 갈라지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자신을 드러내시고, 우리를 성숙하게 하십니다.
바다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바다는 종말이 아니라 탄생의 장소입니다. 그 바다를 지나야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고, 그 바다를 지나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믿음의 발걸음으로 그 바다 가운데를 걸어가야 합니다. 그 길 끝에는 생명과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경상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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