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 안에서 '돌기둥'이 갖는 상징성

샤마임 2025. 5. 3.
반응형

성경 안에서 '돌기둥'이 갖는 상징성

성경은 상징과 이미지로 하나님의 진리와 인간의 신앙을 설명하는 풍부한 텍스트입니다. 그중에서도 '돌기둥'은 단순한 건축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언약, 예배, 심판, 헌신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고대 팔레스타인의 지리와 문화 속에서 돌은 가장 흔하면서도 신성하게 여겨지는 소재였으며, 이를 세워 만든 돌기둥은 특정한 사건이나 영적 체험을 기념하는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성경 속 '돌기둥'이 갖는 상징성을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성경 신학적 주제별로 분석하고 그 신앙적 교훈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팔레스타인의 문화 속 돌기둥의 배경

돌의 상징성과 용도

팔레스타인은 석회암 지대가 주를 이루는 지역으로, 돌은 건축 자재로 흔히 사용되었고 동시에 종교적 상징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성경 시대 사람들은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었던 장소에 돌기둥을 세워 그 기억을 시각화하고 후손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돌기둥은 히브리어로 '맛세바(מַצֵּבָה, 맛세바)'라고 하며, '세우다', '고정하다'라는 뜻의 어근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이방 문화와의 구별됨

고대 근동 지역의 이방 종교에서도 돌기둥은 흔히 신을 상징하거나 제의적인 기념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이러한 돌기둥 사용에 대해 엄격한 구분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운 돌기둥은 거룩한 표식이었지만, 우상을 위한 돌기둥은 철저히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따라서 돌기둥은 그 사용 목적에 따라 축복의 표식이 되거나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중적 상징을 지닙니다.

하나님과의 만남과 돌기둥

야곱의 벧엘 체험

창세기 28장 18절에서는 야곱이 꿈에서 하나님을 만난 후, 그 자리에 돌을 세워 기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야곱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후 그곳은 ‘벧엘’(하나님의 집)이라 불립니다. 이 돌기둥은 하나님의 임재와 약속을 기념하는 신앙의 표식이 되었습니다. 히브리어 '맛세바'는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장소를 거룩하게 구별짓는 상징물로 사용됩니다.

다시 세운 돌기둥

야곱은 훗날 창세기 35장 14절에서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벧엘로 다시 올라가 제단을 쌓고, 그곳에 또 돌기둥을 세워 하나님과의 언약을 재확인합니다. 이는 돌기둥이 단지 한 순간의 기념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신실하심을 따라 반복적으로 세워지는 신앙의 여정을 상징함을 보여줍니다.

예배와 제사의 상징

기름 부음과 구별됨

돌기둥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님께 구별된 신성한 장소를 표시하는 도구였습니다. 창세기 31장 45절에서 야곱은 라반과의 언약을 기념하기 위해 돌기둥을 세우고 제사를 드립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지 계약의 증거일 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행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영적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제단과 마찬가지로 돌기둥에도 기름을 붓는 행위는 구별과 성별을 의미합니다. 히브리어 '마샤크(מָשַׁח, 마샤크)'는 '바르다', '기름 붓다'는 뜻으로, 하나님의 임재가 함께함을 의미합니다.

예배적 전통과의 연결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직접 돌기둥을 통한 예배를 금지하셨지만(신명기 16:22), 이는 이방 종교의 혼합을 경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예배의 장소와 도구는 철저히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정결하게 구별되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돌기둥은 참된 예배와 우상 숭배를 구분짓는 기준이 되며, 신앙의 순수성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언약과 심판의 표식

여호수아의 언약 갱신과 돌기둥

여호수아 24장 26절에서는 여호수아가 백성과 언약을 맺은 후에 큰 돌을 가져다 세우고,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돌기둥이 단지 기념용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약속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확증하는 상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돌은 히브리어 '에벤(אֶבֶן, 에벤)'으로 표현되며, ‘견고함’, ‘변하지 않음’을 상징하는 물질입니다. 이러한 상징성은 하나님의 말씀과 언약이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임을 나타냅니다.

심판의 대상으로서의 돌기둥

성경에서는 잘못된 돌기둥도 언급되며, 이는 심판의 대상이 됩니다. 열왕기하 10장 27절에서는 바알 신전을 헐고 그곳에 '변소'를 만들며, 바알의 돌기둥을 부순 장면이 나옵니다. 우상을 섬기기 위해 세워졌던 돌기둥은 오히려 수치의 상징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는 돌기둥이 갖는 상징이 그 목적과 사용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심판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결론 정리

성경에서 돌기둥은 하나님의 임재와 언약, 기념, 예배, 심판 등 다양한 신학적 의미를 담은 상징물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돌기둥은 단지 돌을 세워놓은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시각화하고 공동체적 기억으로 전승하기 위한 표식이었습니다. 이방의 우상문화와 구별되게, 돌기둥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약속을 나타내며, 인간의 신앙 여정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도구로 기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삶 속에서 하나님과의 언약을 기억하며, 매일의 삶 가운데 '신앙의 돌기둥'을 세우는 거룩한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