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졸업생들에게[이상웅교수, 총신신학원]
신학교 졸업생들에게
[이상웅교수, 총신신학원]
졸업을 앞둔 4반 원우와 아침에 잠시 대화를 했다.
대체로 이때가 되면 3년이 짧았다고 생각된다. 후회도 있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도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사역해야 하나하는 우려도 든다. 신학교수로서 그리고 만 22년간 사역을 해 본 입장에서(1990-2012) 개인 소견을 말하고 싶다.
1. 어차피 사역을 하든, 선교사로 가든, 유학을 가든 현상적으로는 불안정함의 연속일 것이다. 이런 저런 문제상황들, 장애물들을 만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고 가라.
2. 객관적으로 좋아보이는 자리를 기웃거리기 보다는 내 소명이 무엇이냐, 내가 정말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잘 찾으라. 아무리 힘든 곳에 있어서도 소명의 땅이라면, 내가 좋아서 간 곳이라면 넉넉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 여건 좋아도 내 소명의 자리가 아니면 뛰쳐나오고 싶을 때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3. 할수 있다면 Th. M. 정도는 하면 좋겠다. 3년 배운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측은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리더가 되어서 평생 공부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는다면 이미 갈길은 뻔하다. 실용주의 목회사업을 할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건이 안되는 원우들을 보면서 나는 안타깝다. 그러나 Th. M.을 하든 안하든 평생 공부하기로 마음 먹으라.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이라도 빨리 시작하라. 평생을 함께 가라.
4. 대체로 설교자가 되거나 혹은 선교사가 될 것인데 우리는 성경을 가르치는 자이다. 그렇다면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능숙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올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Bible Works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든지 아니면 아날로그적으로 공부하든지 성경원문에 대한 기량을 높여가고, 영어는 기본적으로 계속 활용하라. 성경에 대한 좋은 주석들을 최소한 3-5권 정도씩은 선집해서 모으기를 권하고 싶다. 합법적인 전자책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만든 PDF파일들은 과감히 버리라.
5. 성경만 읽고 연구하면 된다라고 하는 말은 전적으로 옳기도 하지만, 위험성이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단 사이비들이 성경만 읽다가 나오는 경우는 왜 그럴까? 2천년의 교회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부어주신 지혜들, 통찰들, 해석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권하건대 졸업하더라도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체계를 스스로 학습하고 소화하고 뼈와 피속에 쓰며들 정도로 학습하라.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면 개혁주의신앙고백문서들을 성실하게 읽어보든지, 칼빈의 기독교강요, 로버트 레이먼드의 최신조직신학, 마이클 호튼의 개혁주의 조직신학, 루이스 벌코프의 조직신학, 웨인 그루뎀의 조직신학(예언의 은사를 긍정하는 점은 경계하시고) 등을 탐독하라. 기억날 만큼 읽어야 한다. 혹은 이런 기본이 된 사람이라면 바빙크의 개혁교의학(1-4)이나 박형룡박사의 교의신학전집(1-7)을 탐독해 보라.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되 우리는 개혁주의적 시각에서 읽고 가르쳐야 하기에 이런 진리해석의 전통을 잘 익히는 것이 사역자에겐 필수적이다. 싫든 좋든 4번과 5번에서 말한 사항들은 모든 사역자들이 해야 할 일이고,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에 속한다.
106회, 107회 보다 108회를 떠나보내는 심정이 더 애절하고, 착잡하다. 2년 반 동안 부족하지만 함께 했던 4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은 신론과 종말론 기타 선택과목에서 만났던 원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 신대원 졸업기수로 치면 20년 후배들이기 때문이다. 1994년 그 겨울 3년의 배움이 부족했다, 더 공부해야 한다는 절박한 의식, 그리고 논문쓰느라고 힘쓰이고 애쓰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나가버리고 없다. 그때도 무지함이 컸지만 지금도 무지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때는 뭘모르는지가 불투명했다면 지금은 내가 더 공부해야 할 내용이 더 많이 눈에 뜨인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때도 오리무중이었고, 지금도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는지가 안개중에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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