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1:1 - 1:54 강해설교
계보 속에 흐르는 구속사의 강—하나님의 이름을 기억하는 백성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심령에 새겨지기를 기도합니다. 역대상 1장을 펼치며, 이름들의 나열 속에서 주님의 손길과 계획이 어떻게 이어져 오는지를 함께 묵상해보려 합니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본문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하나님의 언약과 구속사의 지문은 너무도 선명합니다. 이 말씀 속에서 오늘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계보의 시작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이다
역대상 1장은 아담에서부터 에서의 자손들까지의 계보를 요약하여 제시합니다. 이 계보는 창세기 5장과 10장, 그리고 36장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한 족보 이상의 신학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아담, 셋, 에노스, 게난, 마할랄렐, 야렛, 에녹, 므두셀라, 라멕, 노아”(역대상 1:1~3)로 이어지는 이 족보는 창조 이후 인류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구속의 약속을 이어오시는 신실하심을 보여줍니다.
‘아담’은 사람을 뜻하는 히브리어 ‘아다마’(אדם)에서 유래되며, 그 이름은 흙에서 빚어진 인간의 유한성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귀함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이 계보의 시작이 아담이라는 것은 인류 전체의 시작이 단순한 생물학적 출발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며 벌써 ‘여자의 후손’(창세기 3:15)이라는 구속의 약속을 주셨고, 그 약속은 계보를 통해 구체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특히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창세기 5:24)고 기록되어 있듯이, 이 계보 안에서도 특별한 신앙의 상징으로 자리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았고, 그것이 삶의 목적이자 방향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노아의 아들들: 열방의 뿌리를 통치하시는 하나님
“노아의 아들들은 셈과 함과 야벳이라”(역대상 1:4). 노아 이후의 족보는 인류가 홍수 이후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야벳의 자손들은 유럽과 아시아 북부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함의 자손은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와 근동 지역으로, 셈의 자손은 히브리 민족, 즉 이스라엘의 조상으로 이어지는 중동의 중심 민족으로 이어집니다.
이 계보는 고대 세계의 민족 지도를 그리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열방의 경계를 정하시며 주권적으로 다스리심을 보여줍니다. 사도 바울도 이를 사도행전 17:26에서 언급합니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들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하시었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께서 각 민족과 민족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고 계심을 증거합니다.
즉, 야벳과 함, 셈으로부터 퍼져 나간 모든 족속들이 인간의 능력이나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아래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민족을 창조하셨고, 구속사는 이 민족들 가운데서도 특정한 계보, 곧 ‘셈’의 후손을 통해 특별히 흐르기 시작합니다.
에서의 계보: 언약 밖에 있으나 버려지지 않은 자들
역대상 1장의 마지막 부분은 에서의 족보를 다루며 끝납니다. 에서는 야곱의 형으로, 이삭의 장자였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야곱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서의 자손들—곧 에돔 사람들의 계보가 길게 기록되어 있습니다(역대상 1:35~54). 이 계보는 창세기 36장을 요약한 것으로, 에서의 자손들이 세운 ‘에돔’이라는 나라와 그들의 족장, 왕들이 언급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구속사적 의미가 드러납니다. 하나님은 언약의 계보가 아닌 자들도 기억하고 계시며, 그 역사 또한 하나님의 주권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에서는 언약의 계승자가 아니었지만, 그의 후손 또한 하나님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인류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심과 자비를 상징합니다.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특정한 혈통이나 민족에만 제한되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에돔에 대해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이사야 34:5), 하나님의 정의가 모든 민족에게 미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에돔은 종종 교만함과 형제에 대한 미움의 상징으로 등장하지만(오바댜 1장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에서의 족속도 잊지 않으셨고, 그들의 이름을 성경에 기록하셨습니다.
이름 속에 기록된 믿음의 유산: 하나님의 기억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성경에서 ‘기억한다’는 말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과 구속의 실행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기억하사’ 소돔에서 롯을 건지시고(창세기 19:29), 이스라엘 백성을 ‘기억하사’ 출애굽하게 하신 것처럼(출애굽기 2:24), 오늘 우리가 읽은 이 계보는 하나님의 ‘기억’의 결과입니다.
성도의 이름도 그렇습니다. 요한계시록 3:5에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생명책에서 결코 지우지 아니하고 그의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의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고 하신 주님의 약속이 있습니다. 이름은 곧 존재의 증거이며, 구속사의 한 자락에 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표징입니다. 역대상 1장의 이름들, 우리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방 왕들의 이름까지도 하나님의 말씀 안에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경륜을 따라 모든 인생을 기억하시고 역사 속에 포함시키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드러냅니다.
히브리어로 ‘기억하다’는 동사 ‘자카르’(זָכַר)는 단순한 상기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신실한 언약을 지키는 행위와도 연결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 이름들을 묵상함으로 자신 역시 하나님의 기억 속에 있는 존재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마무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한 역대상 1장의 계보는 단순한 이름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하나님의 창조와 언약, 심판과 자비, 구속과 영광이 담겨 있습니다. 아담으로부터 시작된 계보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로 이어지며, 모든 이름은 그분을 향해 흐르는 구속사의 강줄기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강의 흐름은 우리 각자의 삶 속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도 하나님의 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하루는 이름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하나님은 그날도 기억하시고, 그 안에 당신의 목적을 새기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믿음으로 견디십시오. 하나님의 구속사는 멈추지 않으며, 그 속에서 여러분은 결코 잊힌 존재가 아닙니다.
그 이름 하나하나에 새겨진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를 되새기며, 이 말씀의 계보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다시 확인하고, 믿음으로 그 길을 걷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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